[에너지신문] 정부의 각 부처들은 물론 산하 공공기관 및 공기업들의 ‘몸 사리기’가 극에 달하고 있는 요즘이다.

원전비리에서 시작된 ‘원전 마피아’부터 최근 세월호 사건으로 부각된 ‘해피아’, 관료들을 통틀어 지칭하는 ‘관피아’ 등 여기저기서 갖다 붙인 괴상한 신조어들이 판을 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에너지 공공기관 및 기업들은 그동안 활발히 추진했던 대외 활동과 사업 홍보를 접고 조용하기 그지없는 ‘은둔형 기관’들로 변모하고 있다.

사실 공무원을 비롯해 공기업 임직원들에게 있어 비아냥과 부러움이 섞인 ‘신의 직장’과 같은 단어들은 익숙해진지 오래다. 중소기업 종사자들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자신들보다 더 많이 받고, 더 많이 쉬고, 자녀 학자금과 함께 퇴직 후 안정된 노후가 보장된 공기업 직원들에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대형 사건이 터지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국민들이 민감해지면서 많은 공공기관들이 크게 움츠러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의도야 어떻든 간에 조금만 눈밖에 나도 언론의 집중 포화와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로 공공기관 직원들이 업무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여론의 시선이 따가운 상황에서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할 사람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일을 미루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괜한 의욕이 넘쳐 열심히 해보려다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지금보다는 공직자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비난 보다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비판과 함께 잘하는 것에는 칭찬해줄 수 있는 관용과 아량이 필요하다.

나랏일을 맡아보는 이들이 눈치만 보고 소극적이 된다면 결국 그에 따른 피해는 국민들이 받게 되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업무 자세와 그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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