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2030년까지 11%라는 공격적인(?) 신재생에너지 중장기 보급목표를 내세웠던 정부가 결국 현실적인 방향으로 한발 물러섰다. 목표달성을 2035년까지로 당초 계획보다 5년 늦춘 것이다.

2022년까지 공급의무자 총 전력생산량의 10%로 잡았던 RPS 의무이행 목표도 2년 연기시켰다. 그동안 꾸준히 논란이 있었던 공급의무자들의 과도한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엿보인다.

사실 2030년 11%의 보급목표는 그동안 ‘애매한 수치’로 여겨져 왔다. 유럽이나 미국 등 신재생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에는 많이 소극적인 목표 설정임이 분명하다. 신재생에너지 산업계가 목표량을 늘여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우리나라의 부실한(부실이라는 단어조차 칭찬으로 느껴지는)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감안하면 결코 적은 목표 또한 아니다. 오히려 공급의무자인 발전사들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물고 있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기반 조성과 인지도 형성이 유럽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우리 여건상 처음부터 RPS 의무량을 달성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육상풍력은 환경부의 규제로 꽃이 피기도 전에 사양산업화 돼버렸고 서남해 해상풍력, 가로림만조력 등 대형 신재생 발전원은 크고 작은 이유로 몇 년째 다람쥐 챗바퀴 돌 듯 진전이 없다. 그나마 태양광에 많이 의지했으나 이마저도 점점 포화상태가 되고 있어 향후 무엇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낼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이를 인지한 정부가 이번에 과감히 목표달성을 늦춘 것은 어찌 보면 현명한 판단이라 할 수 있다. 발전사들에게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를 줌과 동시에 추후 이들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보다 확실히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수치상의 목표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육성하고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겠다는 의지다. 이번 목표달성 연기는 정부의 의지 퇴색이 아닌 더욱 강력한 추진력을 얻기 위한 전초단계로 여겨진다. 활 시위가 후퇴할수록 화살은 더 멀리 날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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