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합니다. 공공기관의 실망스런 성적표를 보아야 하는 지금이 그 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18일 201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심의·확정하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의에서 앞서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의 한 모두발언 대목이다.

평가결과 발표 후 C, D, E가 난무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사기가 바닥을 칠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전하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이다.

모두발언에서 전하는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번 경영실적 평가는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을 시행하기 전에 수행한 것’이며, 그 기간 동안은 공공기관의 과다한 부채와 방만 경영이라는 비정상적 행태가 관행화 되어 있던 기간이다. 또한 이러한 비정상화를 정상화 하는 작업은 과거 그 어느 정부도 성공하지 못한 매우 어려운 정책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기관들이 착실하게 정상화대책을 추진하고 있어 2014년도 평가에서는 방만 경영이 해소되고 비정상화의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다. 하여,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은 지금 이 순간이 고통스럽고 힘들겠지만, 곧 선물처럼 다가올 내일과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라는 점을 공감하고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기 바란다.’

구구절절한 이 모두발언이 왜 나왔을까? 기재부 입장에서는 이 말씀이 낙제생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어떻게든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평가결과 최하점을 받은 에너지 공기관들은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방만 경영의 비정상적인 기관으로 낙인이 찍혔다. 임직원의 복지에만 초점을 맞춘 방만 경영에 대한 기준과 평가야 저마다 차이가 있다손 치자. 그렇지만 에너지 공기관들의 부채문제는 거의 전적으로 정부에 책임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나.

공기업들이 수행하는 모든 사업은 정부의 허가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고, 특히나 현재 거의 죄악(?)시 되고 있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지난 정부에서 인원을 늘려주면서까지 요구하고, 독려했던 사항 아닌가.

대통령은 바뀌지만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다. 혹시 내가 한 입으로 두말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은 아닌지, 왼쪽 가슴에 손 올리고 생각이나 한번 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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