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에너지신문] 요즘 협동조합에 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생활협동조합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도 협동조합을 만난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에너지협동조합이다.

한국만 해도 현재 전국에 20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전기를 생산하고 에너지효율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에너지협동조합에 대해서 유럽의 전환연구(transition studies)자들은 에너지시스템을 보다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바꾸는 ‘전략적 틈새(strategic niche)’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에너지협동조합은 에너지전환의 씨앗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재생에너지협동조합 프로젝트에 의하면 유럽 전역에 1500~2000여개의 에너지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3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초등학교 지붕에 15kW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 영국의 작은 협동조합에서부터, 코펜하겐 앞 바다에 40MW 규모로 설치된 미드델그룬덴 대규모 풍력단지의 일부를 소유한 협동조합, 나아가 재생에너지 생산 설비뿐만 아니라 지역 내 전력망까지도 소유·운영하는 독일의 쇠나우 에너지협동조합과 이탈리아의 일렉트리카 지그노드 협동조합까지, 크기와 종류는 다양하다.

이들은 유럽연합 차원에서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위한 핵심적인 주체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접근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한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 에너지기후부는 올해(2014년) 초 <공동체에너지 전략>이라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공동체에너지의 대표적인 형태가 에너지협동조합이다.

영국 정부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통제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수용성을 확대하고 자발적인 참여 노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높이며, 지역주민들의 에너지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 정부는 공동체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 발전차액지원제도(FIT)의 대상 규모를 확대했다.

아울러 대규모 풍력단지 개발시 지역주민들의 지분 참여를 보장하며, 영국 농촌·농업 정책자금을 투자·지원하는 등의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의 협동조합들도 수동적으로 정부에 기대고만 있지 않다.

환경단체들과 함께 ‘공동체에너지동맹’이라는 연대기구를 결성하고, 에너지협동조합의 설립·운영에 대해서 상호협력하고 있다.

에너지협동조합들이 협력하여 설립한 에너지포올이라는 협동조합은 에너지협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전국의 지역주민들에게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에너지전환의 씨앗을 영국 전역에 심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또한 영국 정부에게 다양한 정책 제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에너지기후부 안에 공동체 에너지를 담당하는 국장급 부서 신설을 요구하는 등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정부의 <공동체에너 전략>은 그런 요구에 대한 응답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에너지자립마을 정책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친환경에너지타운 등의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를 살펴봤을 때 아직까지는 성공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할 수 있다. 관주도의 사업으로 지역주민들이 수동적으로 동원되고만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그 이익을 공유하는 에너지협동조합의 접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너지협동조합은 능동적인 ‘에너지 시티즌십(energy citizenship)’을 형성해 내며 그에 기반해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끌어내는데 크게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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