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창 대한LPG협회 기획관리본부장

[에너지신문] 오는 22일은 에너지의 날이다. 벌써 11회째를 맞고 있는 이날은 우리나라가 역대 최대 전력소비를 기록한 2003년 8월 22일을 기준으로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과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2004년에 제정됐다.

에너지정책의 가장 큰 목표는 어떠한 사태에도 국민생활 및 경제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에너지 수급을 안정화하는 것이다.

이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9월 순환정전 사태다. 이른바 ‘9.15 대란’ 이후 매년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돌아올 때면 정부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과의 전쟁을 치르며 대국민 절전을 계속 당부해왔다.

다행히 올해는 블랙아웃 걱정을 조금 접어둬도 좋을 듯하다. 올해 전력수급 상황이 예년보다 나아져 수요와 공급 모두 양호하다는 당국의 발표가 있었으며, 아직까지는 올 여름 날씨도 평년 기온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어서 전력 우려를 덜어주고 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고질적인 전력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9.15 대란 당시 정전사태의 원인으로 늦더위와 수요 예측 실패가 지목됐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값싼 전기에 맛들인 ‘전기 과소비’와 이로 인한 ‘에너지 편식’이다. 에너지 편식을 바로 잡기 전까지 블랙아웃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당장 취해야 할 조치는 당연히 절전이다. 전력공급량 확대가 한정된 상황에서 절전을 통한 수요감축은 불가피하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스는 불·석유·원자력·신재생 에너지에 이은 제5의 에너지로 에너지 절약을 꼽았다.

절약이 곧 발전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전력난을 이겨낸 데에도 각 기업과 가정의 적극적인 절전 동참이 큰 힘이 됐다. 그러나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의 고강도 절전만이 능사는 아니다. 구조적인 에너지 편식을 바로잡을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전기는 가스나 석유에 비해 생산비가 2배 이상 비싼 고급에너지다. 하지만 값이 싸다 보니 주물공장이 전기로를 쓰고 비닐하우스에서 전기로 난방하는 일이 허다하다. 가스가 주로 사용되던 가정용 취사와 난방 기기도 전열기구에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

냉난방에 필요한 열에너지는 1차 에너지인 가스나 석유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다. 전기 난방의 에너지효율은 34% 수준으로, 가스 난방의 85%나 등유 난방의 80%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우리는 2차 에너지인 전기 사용량 중 약 4분의 1을 냉난방에 쓰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 전환 손실이 큰 전기 사용이 늘면서 국가 전체적으로 에너지 낭비가 고착화된 것이다.

일상화된 전력난 속에서 에너지 소비가 특정 에너지에 쏠리지 않도록 경제성과 환경성을 고려한 균형 잡힌 에너지 소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현실적인 대안은 LPG와 같은 친환경 가스 연료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LPG는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미세먼지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 광화학스모그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아주 적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보다 5~10% 적어 온실가스 저감에도 유리하며, 셰일가스의 영향으로 향후 가격과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수혜가 예상된다.

동하절기 전력피크 부하를 최소화 할 해법 중 하나로 최근 부상한 가스냉난방 시스템에도 LPG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나라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가 필수다. 특히 우리와 같이 에너지 사용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는 에너지안보가 더욱 중요하다.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거나 혹은 그 반대로 수요가 붕괴될 경우, 시장의 신축성이 상실되어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이 저해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에너지 소비 왜곡을 막을 시스템 개선과 더불어 LPG 에너지의 잠재력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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