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에너지신문] 이슬람 극단 수니파 반군의 맹공 탓에 배럴당 115달러에 이르던 두바이 유가가 최근 100달러로 하락했다.

주요 산유국인 이라크에서 석유공급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라크 정부군의 반격과 미국의 공습 등으로 진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무장반군인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L, 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가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 등 서부와 북부를 장악하고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를 선언하고 이라크 서쪽에 있는 시리아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주요 유전지대가 위치한 이라크 남부에서 석유수출 차질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정세불안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북부에 있는 쿠르드 자치정부는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키르쿠크 유전을 소유하는 등 자립을 위한 경제적 기반이 탄탄하고 이를 바탕으로 군사력도 강화하고 있다.
동부 시아파와 서부 수니파의 해묵은 갈등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라크가 서부의 수니파(이슬람 국가 포함)와 북부의 쿠르드족, 그리고 남부와 동부의 시아파로 분열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부패 비난 속에 시아파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해 오면서 현 사태를 야기한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사퇴하긴 했지만 이라크 내에 곪아 있는 민족적, 종교적 갈등을 중재할 체계구축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동 지역 정세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시리아 등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어 미국의 이라크 사태 개입은 신중히 제한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이라크 사태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석유개발 위축에 따른 이라크의 원유 증산 활력 저하는 장기적으로 유가 상승 압력이 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정세불안 등을 이유로 2018년 이라크의 원유생산 능력을 지난 해 476만 b/d에서 최근 429만 b/d로 하향 수정하였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라크 사태가 주변국으로 확산될 위험도 계속될 것이다. 시아파 대국인 이란은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를 바라고 있으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은 서부 수니파와 이슬람 국가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주변국들이 이라크 사태에 직접 개입하면, 이라크 사태가 중동 전역에서의 종파간 격전으로 심화될 수 있다. 이 경우, 무력마찰 지역이 이라크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세계석유 수요의 3%에 해당하는 250만 b/d 규모인 이라크 석유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 주요 산유국의 석유공급 차질과 유가 급등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이라크의 석유수출 차질은 유가를 최대 20% 이상 급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8대 석유 소비대국인 우리나라는 전체 석유수입 중에서 9%를 이라크에 의지하고 있다. 단기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유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이라크 사태를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이라크의 석유수출 불안에 대응해 석유수입 다변화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 동북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증가가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 제고와 에너지 수입 부담 절감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6월에 원유 수출을 금지한다는 규제를 40년 만에 완화했고, 러시아의 對아시아 원유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셰일혁명으로 미국에서 원유 생산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동진정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 WTI 가격과 러시아 우랄산 유가가 우리나라의 이라크산 원유수입 단가 보다 2~8 달러 낮아 가격 경쟁력도 갖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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