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의원, “해외기관 재검증 시 비리 기술인력 투입”

[에너지신문] 정부가 시험성적서 위변조 등 원전비리 척결을 위해 도입한 해외기관의 재검증 업무에 과거 품질서류 위조 혐의로 적발된 국내 기술인력이 지난 1년간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기관 선정 당시, 한국수력원자력 출신의 비리 전력자까지 재검증 전담팀에 포함됐으나, 원전당국은 최근까지도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국회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10월1일 국제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된 영국의 로이드 레지스터 아시아(Lloyd’s Register Asia, 이하 로이드)社와 ‘원전분야 품질서류 제3기관 재검증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은 2015년 10월까지 2년간, 113억원을 들여 국내 모든 원전에 납품되는 부품의 시험성적서 위조 여부를 검증하는 한편, 주요 시험과정에 직접 입회해 적정성 평가를 수행하는 조건이었다.

원전비리의 고리를 끊기 위해 세계적인 검증기관에 문호를 개방한 만큼, 재검증 업무에 해외자원이 대거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계약 당시 로이드사가 꾸린 ‘제3기관 전담팀’ 중 해외인력은 9명에 그쳤다. 전체 38명의 4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규모였다. 무늬만 외국계일 뿐 국내 검증기관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나머지 국내인력 27명 중 12명도 한수원 협력사인 S사를 포함, 국내 기술업체 3곳과 인력지원 계약을 통해 확보했다. 반쪽짜리 해외기관임을 자임한 것이다.

더욱이 이 중 9명이 속한 S사는 2009년 10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밸브 구동기를 고리 3․4호기에 납품한 업체로, 지난해 6월 품질보증서류(QVD) 일제조사 시 뒤늦게 이를 적발한 한수원에 의해 대표이사 김모씨가 검찰에 고발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 이들 가운데 원전비리 전력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로이드사는 물론 이에 앞서 S사의 비리 혐의를 포착한 한수원마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검찰이 김씨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또 제3기관 전담팀에 포함된 직원 윤모씨를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하자, 로이드사는 그제야 서둘러 S사와의 계약을 파기했다.

또 전담팀에 함께 이름을 올렸던 같은 회사 직원 이모씨 역시 2012년 한수원 재직시절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돼 즉시 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최근 전정희 의원실은 제보 사실 등을 토대로, 현재 재검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S사 소속 김모씨의 7년 전 품질서류 위조 혐의를 포착, 한수원 감사실에 조사를 의뢰했으며, 조사 결과 김씨가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이 제출받은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S사는 2007년 11월 당시 한수원이 발주한 ‘월성 1, 2호기 원자로건물 콘크리트 방호도장 건전성 입증 및 열화 평가 용역’ 입찰에 지원했다가, 제출한 기술자문협약서에 해외 기술자문회사 대표의 서명이 위조된 사실이 발각돼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또 감사실은 당시 한수원 직원이 위조 서류를 적발하고도, S사에 대해 내부 규정에 따른 입찰참가자격제한 등의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을 추가로 확인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전정희 의원은 “해외기관에 품질서류 재검증 업무를 맡기면서 이를 수행할 전문인력에 대한 비리전력 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원전당국의 비리 척결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며 “다수의 검증인력을 한수원과 협력관계에 있는 업체 출신으로 채운 것부터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고 질타했다.

이어 전 의원은 “설사 일부 비리 전력자들이 실제 업무에 투입되지 않았더라도, 로이드사가 이들을 고용해 제3기관에 선정됐고, 이를 주관한 산업부와 한수원이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지금이라도 원자력인력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비위 사실을 공개하는 방법 등으로 과거 비리로 퇴출된 자들이 원전업계에 재차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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