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배 한국교통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에너지신문] 빈번한 화학물질 누출사고와 최근 이어진 세월호 사고로 인해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언제나 그렇듯 사고 때 마다 사회단체와 언론에서는 안전불감증의 문제를 강하게 지적한다.

안전불감증은 선진화되지 않은 나라일수록 그 꼬리표가 붙게 되며 그 만큼 사회전반에 걸쳐 안전의식수준이 뒤떨어졌다는 뜻도 된다. 다시 말하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 않는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적으로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취업자의 안전의식 국제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안전의식 수준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권이다. 이러한 현상은 안전의식과 안전태도를 포함한 우리의 안전문화 수준이 낮은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재해들을 분석해 보면 오랜기간 동안 사전경고들을 무시하거나 간과해 온 결과에 기인하고 있다. 유해위험요인(hazard)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문화적 특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어느 조직이던지 각각의 고유의 문화가 있는데 이 문화는 사람들의 태도와 의식, 행동에 일정한 패턴을 형성시키는 공유가치, 이념, 목표와 방침, 생각하는 방식 등을 말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조직들은 안전과 관련된 고유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이를 확대해 안전문화라 한다. 안전문화라는 용어는 1986년 체르노빌원전사고 이후 IAEA의 국제원자력안전자문단(INSAG, International Nuclear Safety Advisory Group)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때 안전문화를 “원자력 안전을 위한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관과 신념, 습관, 지식, 기술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 개념으로서 구성원의 행동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미국화학공정안전센터(CCPS, Center for Chemical Process Safety)에서는 “공정안전관리를 정확히 실시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공동으로 안전의식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와 같이 안전문화에 대한 정의는 적용분야에 따라 각기 다르며 자연재해, 교통분야 등 대중적인 부분과 많은 업종에 걸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안전문화와 관련한 재해는 사고예방을 위해 방호장치나 시설 등과 같은 공학적인 조치와 교육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안전문화의 부족에 대한 문제는 사고발생 원인이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항상 그 배후의 원인이 되는 핵심요소며 여기에 안전문화의 중요성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공유될 수 있는 안전문화의 기능과 역할이 중요성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안전관행을 준수하는지에 따라 안전행동의 여부를 판단하며 이 안전행동들을 규정준수(Rule Compliance), 안전참여(Safety Participation)로 구분할 수 있다. 안전규정준수는 안전을 유지하는 개인에 의해 수행될 필요가 있는 핵심활동이며 그 예로는 표준작업절차의 준수, 개인보호구착용 등이 있다.

안전참여는 개인의 안전에 기여하지 않지만 안전을 지원하는 환경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는 행동으로 안전과 관련한 문제 발생시 동료를 돕는 등 자율적인 안전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포함한다.

안전문화 수준이 높은 조직일수록 구성원들이 안전에 관련된 규정준수와 참여율이 높으므로 사고와 재해감소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즉, 사고와 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조직의 안전문화가 조직이 처한 상황에 바람직한가를 가늠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환경 조성은 무엇보다도 구성원의 안전의식 제고로부터 출발해야 하며 안전문화 조성을 토대로 하는 안전관리가 전제될 때 가능하다.

최근에 연이어 발생한 재해들을 볼 때 이제 우리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안전문화의 정확한 이해와 현실에 맞는 효율적인 안전문화의 조성, 정착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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