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환 업무총괄 실장 한국석유유통협회

[에너지신문] 현재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휘발유·경유·등유의 85% 정도가 주유소를 통해 공급된다.

주유소는 2가지 방식에 의해 유류를 공급받는데 하나는 정유사가 직영주유소 및 자영주유소에 직접 공급(2단계)하는 직거래 방식(36.8%)이고 다른 하나는 정유사가 석유대리점을 거쳐 주유소에 공급(3단계)하는 도매거래 방식(48.4%)이 있다.

주유소는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정유사나 대리점으로부터 거래 조건이 좋은 유류를 구매하여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석유대리점의 순기능과 역할


석유대리점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직판할 시 수행하는 저장, 수송, 여신금융 등 여러 가지 기능을 대행함으로써 정유사로부터 대량의 기름을 저렴하게 구매하여 주유소에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석유대리점의 기능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주유소, 부판점, 중소 수요처에 대한 시장관리 및 도소매 기능이 있고 둘째는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의 현금매입 및 소매점, 중소수요처에 대한 외상판매 또는 시설자금지원 등의 금융기능 및 위험부담 기능을 하고 있다.

셋째는 저유소로부터 2차적인 수송기능 분담과 자체저유시설 보유로 위기분산 및 수급조정 기능과 넷째는 규격제품의 공급과 소매점에 품질유지 및 통제로 품질관리기능 및 교육지도기능 등이 있다.

석유대리점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정지역에 대한 석유제품의 유통을 위한 주요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직·간접 인건비, 수송비, 금융비(신용제공) 등 총비용이 정유사에 비해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석유대리점은 정유사가 국내 시장(자사 직영주유소 또는 자영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 보다 낮은 가격으로 석유제품을 대량 구입하여 거래처(주유소)에 공급함으로서 유가인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인건비의 경우 자영대리점은 정유사의 약 2/3 수준에 불과하지만, 해당 업무와 지역에 대한 지식과 Know-how,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정유사(직영대리점)가 직접 관리하는 것보다 Productivity가 높다.

요컨대, 현행 석대법 상에 석유제품 유통은 반드시 석유대리점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듯 석유대리점은 시장에서 정유사 대비 높은 Cost 경쟁력으로, 주유소에 저가로 제품을 공급하여 소비자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순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

1997년 유가자유화 이전에는 정유사 - 대리점 - 주유소 3단계 유통 구조로 석유대리점은 제도적으로 일정 마진을 보장받았으나 현재 대리점이 제도권 밖으로 벗어나 적정 마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정유사 직영주유소와 경쟁을 하며 국내 석유제품 공급 물량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석유대리점 고유의 순기능 역할 때문이다.

따라서 대리점이 정유사-주유소의 중간 단계에 위치해 유가 인상의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석유대리점의 순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오해라 할 수 있다.

또한 석유대리점은 산업체의 필수 에너지원인 중질유 수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선박 등 해상유 공급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현행 중질유 취급업자는 정유사와 석유대리점 밖에 없다.


■석유대리점 현황과 문제점

▲ 연도별 대리점 추이

그동안 석유대리점(등록기준)은 1998년 73개소에서 2001년 209개소로 3년만에 3배로 급증했고, 다시 3년만에 2배로 증가해 2004년 401개에 이르며, 이후 지속적인 증가로 2011년 635개로 늘었다가 2013년 12월 현재 602개 대리점이 등록, 운영하고 있다.

정유사 직영, 준직영 대리점의 구조조정에 따른 합병으로 한때 60여개까지 줄어든 바 있는 석유대리점이 현재 10배이상 급증한 이유는 석유사업법 개정 통한 대리점 등록요건 완화, 저장 및 수송시설의 임차시설 등록 포함 규정 신설, 수입사 활성화를 위한 대형부판점 등 중상의 대리점화 등이 주요 요인이다.

그동안 석유대리점은 등록요건 완화로 매년 50~100여개에 이르는 석유대리점 업체가 신규등록해 석유대리점 수는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으며, 시장 포화상태에서 주유소 보다 판매량이 적은 대리점이 대거 양산돼 영세한 석유대리점이 급증하는 빌미가 되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의 석유대리점 등록·폐업 상황을 살펴보면 전체의 25%가 1년내에 신규등록을 하거나 폐업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의 진출입이 자유로움을 알 수 있다.

▲ 2009~2013 신규등록 및 폐업현황

이러한 자유로운 시장환경으로 인해 불법행위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첫째 문제는 이러한 자유로운 등록과 폐업을 이용한 무자료거래 등 불법행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과도하게 낮은 시장진입장벽으로 인해 양산된 부실·영세대리점들이 불법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고, 불법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유령대리점의 손쉬운 시장 진입이 용인되고 있다.

특히 유령대리점(페이퍼컴퍼니)들은 주로 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하지 않거나 가공의 가짜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후 완화된 등록요건을 악용하여 다수의 저장시설을 단기로 임차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후 자진폐업을 하고 종적을 감추거나, 폐업 후 명의만 변경하여 재영업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의 자료에 따르면 불법석유유통으로 인한 세수탈루액 연간 1조8000억원 중 무자료거래로 인한 탈루액이 약 5400억원, 가짜석유로 인한 탈루액이 87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둘째 문제는 석유수입사 퇴출과 수입사계열 석유대리점 부실화로 인한 불법행위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등록요건 완화로 인해 석유수입사는 2000년대 이후 50여개에 이르렀으나 선입금사고, 가격경쟁력 상실, 품질저하 등의 이유로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현재 석유수입 실적을 보유한 석유수입사는 5개사에 그치고 있다.

석유수입사와의 공급계약을 통해 시장에 진입한 많은 대리점들은 석유수입사들의 퇴출 이후 실질적인 공급 루트없이 정유사와 다른 대리점으로부터 공급받아 영업하면서 부실 대리점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퇴출된 수입사계열 석유대리점들의 불법 행위가 늘고 있다.


■석유대리점 판매현황

▲ 2012~2013 연평균 판매량(휘발유와 경유 기준) 대리점 손익구조

석유대리점은 등록업체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경쟁이 격화되어 대리점당 판매량은 2000년 16만5980㎘에서 2013년 4만4546㎘로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00년 이후 석유대리점 등록요건이 완화되어 진입장벽이 없어지면서 신규로 진출한 대리점의 대다수는 영세업자로 전락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2013년 기준 석유대리점 당 연평균 판매량은 4만4546㎘이며, 전체 대리점 511개 중 421개 석유대리점(약 82%)이 연평균 판매량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주유소 연평균 판매량 이하인 영세대리점도 183개소에 이르고 있다.

전체 석유대리점의 약 36%는 주유소 당 연평균 판매량인 2280㎘(주유소협회 자료)에도 못미쳐 소매업인 주유소보다도 못한 도매업을 유지하는 영세업자이다.


■석유대리점 경영악화와 그 원인

▲ 최근 3년간 석유대리점의 매출 이익 추이

최근 3년간 오피넷에 공개된 공급가격을 분석한 아래 자료를 보면 대리점의 매출이익률은 휘발유의 경우 2011년 2.51%에서 2013년 -0.89%으로 낮아졌고 경유는 2011년 2.72%에서 2013년 -1.50%로 급감해 대부분 적자를 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알뜰주유소 확대와 삼성토탈과 석유전자상거래 특혜 등으로 인해 대리점 단계의 도매 공급가격이 리터당 40~50원 정도 정책적으로 인하시키면서 대리점은 물론 주유소의 유류마진이 크게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 대리점 업계는 석유시장 정상화와 생존권 사수를 위해 지난 4월 한국석유공사 앞에서 정부의 석유유통정책 철폐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구체적으로 그 원인과 영향을 분석해 보면 첫째, 정부가 석유공사를 활용, 알뜰주유소의 공급물량을 정유사 입찰과 해외구매, 석유전자상거래 구매 등을 통해 직접 저렴하게 구매하면서 석유대리점의 도매가격이 시장에서 약 30~40원/ℓ(전국 주유소 평균가격 대비) 인하되었다.

실제 2013~2014년 알뜰물량 공급계약을 통해 S-Oil, 현대오일뱅크의 석유공사 공급 도매(대리점)가격의 경우 평균 45원/ℓ인하된다.

둘째는 삼성토탈의 알뜰(석유공사) 공급 물량의 경우 정유사 공급가격 보다 최고 약 23원/ℓ 낮게 공급, 실질적으로 삼성토탈의 휘발유 도매가격이 시장보다 40원+23원=63원/ℓ낮게 형성, 도매가격을 무너뜨렸다.

셋째는 수입사와 석유공사가 정부의 각종 세제혜택을 등에 업고 석유제품 현물전자상거래를 통해 최고 70원/ℓ까지 저렴하게 석유대리점에 공급하면서 석유현물시장의 가격(도매가격)을 낮추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정유사에서는 수익(마진)악화를 우려해 현물 보다는 알뜰 공급입찰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고 현물 물량 자체를 시장에 내놓지 않게 되는 경우가 늘면서 석유현물시장의 가격 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무너졌다.

그에 따라 현물시장에서 물량공급을 받고 재고관리로 도매가격을 유지해온 기존 석유대리점들은 알뜰과 삼성토탈, 전자상거래 등으로 인한 도매가격 붕괴 영향으로 마진이 급감, 2012~2013년 매출이익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알뜰 공급자로 나선 석유공사, 삼성토탈, 수입사, 일부 정유사들은 저렴한 현물제품성 물량을 다량 구입하여 중간시세차익을 상당하게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연도별 유종별 일반대리점 판매현황

전국 대리점의 휘발유와 경유의 연평균 판매량을 기준으로 보면 영업이익률은 2012년도 -5.71%, 2013년도에는 -7.87%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휘발유와 경유의 연평균 판매량의 매출원가 비중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99.46%와 101.27%로 전반적으로 매우 높게 유지되고 있다.

반면에 판매관리비 비중은 2012년에 6.25%에서 2013년에는 6.60%로 증가됨에 따라 영업이익은 5.71%에서 -7.87%로 손실이 크게 늘었다.

영업이익의 손실(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판매관리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인건비와 매출액에 연동되어 부과되는 카드수수료 등인 것으로 분석된다.

▲ 2013년 판매량에 따른 석유대리점 현황

전체 석유대리점 중 70%가 연평균 판매량을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2013년도 평균 판매량 대리점의 영업이익율이 -7.87%에 이르는 것은 현재 대리점 마다의 경영상태가 어느 정도 위기상황인지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최근 3년간 대리점의 매출과 이익률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인건비, 카드수수료 등 판매관리비는 늘어나 적자경영을 하고 있다.

적자의 1차적인 원인은 2011년 알뜰주유소 확대와 석유현물 전자상거래, 삼성토탈의 유류공급이 본격화되면서 전체 석유유통시장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류마진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리점의 경우 저장 및 수송시설이 임대가 가능한 점과 공급자 증명제도 폐지, 대리점간 수평거래 허용 등으로 등록요건이 주유소 보다 더 쉬워지면서 영세대리점들이 급속히 늘어나 적은 마진의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출이익이 감소한 것도 적자경영의 원인이다.


■석유대리점의 정책·경쟁력 개선 방향

현재 석유대리점은 정부 석유유통구조 개선 정책과 그에 따른 치열한 시장경쟁 및 가격인하 경쟁 체제로 인해 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의 석유대리점 시장 역시 석유수요의 감소와 더불어 가격은 물론 물량 변화까지 모든 거래상황의 공개되고 그로 인한 투명한 시장화 및 경쟁체제가 급속히 이루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석유대리점은 향후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를 사전에 예측하고 새로운 영역에서 더 확실한 경쟁력을 갖고 사업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정부가 석유대리점이나 주유소 등 석유유통주체들이 경쟁을 통해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 즉 비용 절감과 경영효율화 등을 통해 경쟁력 확보를 실현하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석유유통구조 개선정책이 추진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향후 석유대리점들이 가장 힘써야 할 것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하에 생존을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석유대리점들이 수익다원(복합경영)화 경영을 추진하는 이유도 유류의존률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기존주유소 수익구조는 유류판매가 거의 99%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탈피해 유류수익을 줄이고 대신 편의점, 유류세차, 정비점, 패스트푸드 등 다양한 복합시설 도입 통한 유외수익 창출을 통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 중의 하나다.

석유대리점의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는 석유공급 및 판매채널로서의 기존 기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판매채널 확보와 비효율적인 시설의 정비, 지속적인 비용절감 및 혁신 등의 구조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석유대리점 고유의 석유판매 사업을 계속하면서 직영주유소의 변신을 통한 패스트푸드, 마트, 편의점 등 유류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복합화 사업과 신세대 에너지 사업 그리고 니치(틈새시장)마켓형 사업 개발 등을 효율적으로 접목해 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문제는 앞서 보듯이 석유대리점의 적자경영이 지속되는 가운데 직영주유소의 업종 및 업태 전환 비용과 더불어 주유소 토양오염 정화비용 등이 만만치 않는 만큼 정부에서도 재정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새로운 업태로 정착할 수 있게 도와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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