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 처리,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

국민 대다수 공론화 현황 몰라…홍보 강화 주력
혜택 우리가 누리고 처리 후세에 떠넘겨선 안돼

[에너지신문] 1970년대 전세계를 강타한 석유파동을 계기로 국내에 처음 도입된 원자력발전이 전력수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원전 관련 기술력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이제는 전세계에 원전 기술을 수출하는 글로벌 원전강국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원전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며 해마다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부상했다.

지난해 10월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정부 독립기구로 출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공론화위원회가 말하는 공론화의 목적은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자력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공론화 활동의 취지를 알리고 그들의 생각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로 사회적 갈등관리와 국민 통합에 있어 전문가로 손꼽히는 홍두승 공론화위원장을 만나 공론화위원회의 노력과 그가 생각하는 올바른 공론화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까지의 공론화 추진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은.

공론화위원회는 지난해 10월30일 발족, 출범 이후 주 2회 이상 회의를 통해 올해 초 공론화 목표와 원칙을 담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실행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공론화의 단계별·대상별 프로그램을 담은 ‘공론화 마스터플랜’을 확정해 지난 6월2일 온라인 국민의견수렴센터 개설을 시작으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의견수렴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단계별, 대상별로 체계적인 공론화를 진행 중인데 10월까지 임시저장, 중간저장, 재처리·재활용, 영구처분 등 사용후핵연료 관리단계별로 의견수렴을 통해 관리방안 후보안을 도출하고 후보안에 대한 의견수렴과 평가를 통해 권고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의견수렴은 이해관계자별로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해 전문가, 원전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 언론 및 일반국민 대상별로 나눠 의견수렴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일반국민 대상 의견수렴을 위해 온라인 국민의견수렴센터를 상시 운영중에 있으며 공론화토론회(2회), 대학생 토론회(서울, 부산, 광주, 대구)와 함께 앞으로 보다 많은 대중의 참여를 위해 TV토론회, 공론조사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또 해양, 생명과학, 지질, 자원, 행정, 갈등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수렴을 위해 과학기술계 토론회, 인문사회계 토론회, 원자력계 토론회도 지속적으로 개최돼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해 논의 중입니다.

국회토론회, 언론포럼 역시 진행중이며 소비자단체의 의견수렴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원전지역 주민 대상 의견수렴도 본격화될 예정인데 ‘원전소재지역 특별위원회’가 주도하게 됩니다.

공론화위원회는 이처럼 다양한 국민 의견수렴을 통해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최적의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마련, 올해 안으로 정부에 권고할 계획입니다.

▲ 공론화 위원회를 이끌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국내의 경제성, 환경문제, 국민의식 등의 요소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핵 확산문제와 관련된 정치·외교적 요소 등 국내외 상황이 복잡하게 연계된 사안인 만큼 이해관계자 매우 첨예하게 엇갈립니다.

따라서 공론화목표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는 방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듣고 충분한 논의와 숙의를 통해 최선의 안을 도출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이나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공론화를 통해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해법을 마련한 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공론화 자체가 처음 시도하는 것인 만큼 국민들에게 생소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위원회에서 추진한 ‘한미 사용후핵연료 국민 인식 조사’결과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원자력발전소 부지내 임시저장시설에 관리중인데 이미 특정지역으로 운송해 지하 깊은 곳에 보관 중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44%나 될 정도로 사용후핵연료의 관리방안에 대한 관심이 낮은 상황입니다. 때문에 이를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공론화의 취지를 알리기 위한 방안은.

공론화는 정책적으로 백지상태에서 광범위한 국민의 의견을 토대로 정책이 수립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의견수렴 프로그램이 대중성을 갖도록 노력하고 정보공개와 의견수렴 창구를 확충하고 활성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공론조사, 토론회와 같은 의견수렴프로그램을 공중파 방송 및 신문과 연계해 국민 누구나 공론화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더불어 여러 사회 주체들과 합동 토론회 및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의견을 들어 시민단체 참여의 폭을 넓혀나갈 방침입니다.

또한 시간·공간적 제약이 없는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의견수렴 창구를 다각화, 활성화시키고자 합니다. 현재 위원회 홈페이지에 회의 속기록 외에도 주간계획, 활동 결과, 세미나 결과 등을 요약본 및 영상 등으로 상세히 공개하고 있는데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부처와의 협력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현재 공론화위원회가 산업부 소속이지만 민간위원회로써 공론화를 담당하고 있는 이유는 정부와 독립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국민적인 의견을 수렴해야한다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민간위원회인 만큼 부처간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순수하게 국민적 공감대와 방향성을 정하는 절차에 더욱 충실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2012년 제3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합리적이고 투명한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서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공론화위원회에 힘을 실어줬으며 실제로 ‘범정부협의체’가 구성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환경부, 외교부, 안정행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 7개 관련 유관부처가 모두 참여한 범정부협의체가 구성되어 공론화위원회와 2차례 연석회의를 통해 정보공유 및 협력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론화위원장으로써 앞으로의 각오는.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대책 마련은 국가와 미래 세대를 위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입니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방안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앞으로 성공적 공론화를 위해서 가용가능한 모든 채널을 확보해 더 많은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원전이용의 혜택은 우리가 누리고, 그 뒤처리를 미래세대에 넘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 세대가 책임지고 답을 내야 할 문제라는 측면에서 국민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개진을 당부 드립니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