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 (재)녹색에너지연구원 원장

-잦은 정책변경, 기업들의 신뢰 저하로 연결-
-실용성 강화한 ‘태양에너지 실증센터’ 제안-

[에너지신문]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보급분야의 가장 큰 어려움은 화석연료 자원이 거의 없는 것 처럼 신재생에너지자원도 극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태양광을 설치할 장소는 주거를 위한 건물과 제조업 가동을 위한 공장 건축, 식량을 위해 농사지을 곳과 산림지역을 빼면 여유 공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풍력을 설치할 만한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 백두대간과 서남해안 그리고 제주지역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바이오식물을 재배할만한 땅도 부족하고 기후조차 4계절로 인해 타국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 지열도 고온수가 펑펑 쏟아지는 이웃나라와는 달리 땅속의 높은 온도를 얻으려면 수 킬로미터를 파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부족한 형편이지만 그나마 있는 신재생에너지 자원도 이용이 무척 어렵다. 각종 규제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문제로 인해 제한되는 규제는 현재 가장 큰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의 통계만 보고 우리도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세우고 곧 따라갈 것이라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원자력과 화석연료를 점진적으로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하며 이용율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정책이 확고하다면 원자력이나 화석연료보다 환경훼손이 좀 덜한 태양광, 풍력, 조력, 바이오 등으로의 에너지전환을 과감하게 추진하여야하며 규제를 풀어서 활성화를 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에너지수급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지역사회의 기피와 환경규제로 인해 그동안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희망이 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몇 년 전에 풍력설치로 갈등이 많은 주민들을 설득하여 풍력발전 수백 개를 설치한 성공 경험에 대해서 사례를 들어보기 위해 미국 일리노이州 상원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었다.

미국의 넓고 광활한 콩밭과 옥수수밭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문제로 주민갈등이 이슈가 되어 수년 동안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금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쉽게 풍력발전을 설치하고 있는 현장을 보고 왔다.
한마디로 성공의 요인은 사업에 주민이 참여하는 것이었다. 풍력발전이 돌아가면 갈수록 주민들의 수익이 발생하니까 적은 소음은 멜로디로 들리고 멀리 돌아가는 바람개비는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보이는 것이다.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할 때 기업체 중심으로 설치하고 이익을 기업에서만 챙긴다면 지역주민들의 반대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으로는 대규모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설비를 설치할 때에는 지역주민들이 지분을 일정 수준 참여하게 하여 서로 이익을 공유하거나 수익의 일부를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한다면 보다 수월하게 설치하여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다보니 지역 주민들과 신재생에너지 설비와의 연관이 더욱 깊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갈망하고 희망하는 신재생에너지로 자리 잡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아직까지 경제성이 부족한 에너지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환경문제와 화석에너지고갈,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일 것이다. 이외에도 일자리창출과 산업화를 통해서 국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위한 전략의 하나로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신규 사업을 추진을 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기술을 개발할 때에 정부가 모든 것을 하기는 어렵다.

정책을 세우면 기업체나 여러 수요자들은 정책방향을 따라 단기, 중기, 장기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며 사업을 추진한다. 국내는 물론 외국과의 거래를 위해서도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장·단기로 각종 전략을 세우고 추진해나가는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분석해보면 너무 단기간에 룰(Rule)이 자주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정책의 신뢰가 떨어지게 되고, 결국 기업들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어 차츰 떠나게 된다.

만약 기업들이 떠나게 되면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광 발전소들이 더 이상 가동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5000여개나 되는데 만약 정부정책의 급격한 변화로 기업들이 떠나게 된다면 많은 설비들이 나중에 수명을 다하면서 새로운 설비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고철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이는 예전 태양열온수기의 사례를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0~90년대 당시 태양열온수기 약 19만대가 보급됐는데, 심야전기 보급과 기업지원 중단으로 기업들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다 보니 고장이 발생했을 때 A/S를 받을 곳이 없었다. 결국 다수의 태양열온수기가 고철덩어리로 방치되다 폐기처분된 실패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보급사업, RPS사업, R&D사업, 인증사업 등 제도의 변경시 기업들이 연착륙 할 수 있도록 미리 시그널을 주어서 정책변경에 기간과 규모와 자금에 기업들이 예측 가능하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기술을 축적하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도 해외 기술수출에 참여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상대지역의 특성에 맞춘 현지화 적응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아무리 우수한 태양전지 기술이라 할지라도 그 지역의 기후와 풍토, 그리고 문화와 습성에 맞추지 않고 제품을 개발·출시한다면 그 기술은 무용지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우리사회에서 화두가 되는 ‘융복합’에 초점을 두어 기존의 태양전지분야 뿐만 아니라 풍력, 바이오, 지열, ESS 등 다른 에너지 분야 기술과 접목한 기술연구와 제품 연구개발에 속도를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각 국가별로 제품 인증제도를 도입,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실험실 차원의 인증이므로 현장에 설치를 하면 입지조건에 따라 효율 등 상황이 달라지게 돼 결국 수요자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초창기에는 필요하나 보급성숙기에 들어서면 무의미한 인증이 될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다.

이에 우리나라에 일사량과 강, 바다, 모래, 바람이 좋은 지역에 현장감 있는 미래형 인증제도인 ‘태양광에너지 실증센터’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일반건물형, BIPV형, 사막형, 호수형, 극한지방형, 우기적합형, 해풍적합형 등 현장실증에 필요한 다양한 시설조건을 갖추고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여러 상황을 반영하면서 Track record를 쌓게 한다면 보다 경쟁력 있는 해외진출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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