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천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독일 재생에너지정책의 공과 실

[에너지신문] 독일 에너지전환의 핵심은 재생에너지법(EEG)에 바탕을 둔 재생에너지정책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생산을 획기적으로 확대시킨 모범 국가로 알려져 있다. 재생전력의 비중은 2000년에 6.2%에서 2013년에 25.4%로 급증하였으며, 재생전력설비도 같은 기간 동안 12.2GW에서 84.1GW로 급증하였다.

태양광 발전량은 2000년에 60GWh에서 2013년 3만GWh로 무려 500배 증가하였고, 바이오 발전량은 같은 기간 동안 4734GWh에서 4만7900GWh로 10배 증가하였다. 특히 태양광 설비는 2000년에 114MW에서 2013년 3만5948MW로 무려 315배 증가하였다.

이로 인하여 태양광 설비는 3만4660MW인 육상풍력을 능가하게 되었다. 독일의 태양광 설비에 대한 과감한 보급은 태양광 기술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태양광 패널의 가격을 대폭 하락시킬 수 있었다. 독일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개발 원조를 한 셈이 되었다.

독일은 태양광산업의 기초를 마련하고 태양광 기술을 발전시켰지만 수혜국은 중국이었다. 독일 태양광산업은 거의 파산하였으며 일부는 해외로 팔려나갔다.

일부 특수 용도에 사용되는 제품 외의 태양광산업은 기술우위보다는 비용우위 산업이다. 태양광산업에서는 핵심역량의 기술로서 후발자가 모방하기 힘든 기술이 거의 존재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 동안 태양광전지의 가격이 많이 하락하였지만 전지 외의 다른 비용들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태양광산업은 향후 기술개발로 우위를 가지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보조금에 의해서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은 향후에도 태양광산업의 한계가 된다. 또한 태양광산업은 반도체산업과 달리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도 아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공급확충은 천문학적인 발전차액제도(FIT) 보조금의 결과이다. EEG는 재생전력의 매입을 향후 20년간 보장한다. Transnet BW, Amprion, Tennet, 50Hertz 등 독일의 4대 송전망회사는 기술별로 정해진 가격으로 재생전력을 매입하여 이를 전력도매시장에 판매한다. 재생전력의 매입가와 도매시장가의 차액을 FIT 보조금으로 충당한다. EEG는 FIT 보조금을 EEG세(EEG Umlage)를 통하여 조성하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할 당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잘못된’ 제도의 설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1998년 kWh당 일반 EEG세율은 0.08유로센트(약 1원12전)이었으며 전력다소비 기업에 대한 할인세율은 0.05센트로 미미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년의 kWh당 할인세율은 0.05센트 그대로인 반면 일반세율은 6.24 센트(약87원)로 78배 상승하였다. kWh당 EEG세율 6.24센트에 19%의 부가가치세율을 더한 7.43센트(약 104원)는 독일 전력도매시장가의 2배에 해당되며, 2013년 한국전력의 평균판매가(106.33원)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2013년에 지급된 FIT 보조금은 재생전력 매입대금 204억유로에서 전력도매시장에서 판매한 21억유로를 공제한 183억(25조 6200억원)유로에 달하였다. 또한 2014년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 동안 지급한 FIT 보조금은 매입대금 147억유로에서 전력도매시장 판매가 12억유로를 공제한 135억유로였다. 독일은 평균적으로 전력시장 도매가의 11배의 재생전력을 매입한 셈이 된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는 과도한 재생에너지 지원에 대한 타당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지원의 경제성장 및 고용효과가 긍정적이라는 주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FIT 보조금 규모가 과다하여 EEG의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독일, 전력시장 도매가의 11배 재생전력 매입
FIT제도, 천문학적 규모 보조금 낭비 야기

FIT와 같은 기술별 지원은 시장경쟁력 결여 정도에 따라 지원하는 제도로서 효율성과 무관하게 로비에 의하여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과 임차인을 포함한 모든 전력소비자가 지주와 건물소유주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은 소득역진적이다. 독일의 일각에서는 EEG의 전면 폐지나 FIT를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로 대체하자는 주장까지도 대두되고 있다.

2013년 2월 당시 환경부의 Peter Altmaier 장관(2013년 가을 총선 이후 수상실 장관)은 독일의 에너지전환 비용을 약 1조유로(약 1400조원)로 추산한다고 발표하였다. 이 비용은 2014년 현재 독일의 국가 부채(2조1700억유로)의 약 50%에 해당되는 상당히 큰 금액이다. 이 에너지전환 비용 중 FIT 보조금의 규모는 EEG세로 충당될 6770억유로이다.

이 FIT 보조금은 2012년까지 집행한 670억유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지급을 약속한 2500억유로를 합한 3170억유로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18억유로씩 신규투자로 인한 FIT 보조금 3600억유로를 포함한다.

2022년까지 발생할 FIT 보조금은 MWh당 45유로의 전력도매가격을 가정한 추산이었다. 현재 MWh당 도매가격이 45유로를 밑돌고 있기에 FIT 보조금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독일은 급증하는 FIT 보조금을 감당할 수준으로 안정시키기 위한 EEG의 개혁안을 금년 8월 1일자로 발효시켰다. 그러나 원안에 비하여 대폭 후퇴한 이 개혁법은 FIT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그 효과가 의문시된다.

기술별 지원에 따라 경제성이 제일 낮은 태양광 및 바이오 전력생산을 확대시켜 FIT 보조금이 급증하게 되었다. 또한 재생전력의 공급확대로 인하여 도매가가 하락하면 보조금의 규모가 커지게 된다. 전력수요와 상관없는 전력생산은 도매가의 하락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실제로 2013년의 FIT 보조금 183억유로 중 절반 정도는 도매가의 하락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 사업자들이 재생전력을 도매시장에서 직접 판매케 하고, kWh당 일정액의 프리미엄을 제공하되 이 프리미엄의 규모는 경쟁입찰에 의해 결정케 하는 시장친화적인 방안이 아직까지 수용되지 않고 있다.

독일의 FIT는 알려진 바와는 달리 모범적이라기보다는 잘못 설계되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낭비하는 제도이다. 이는 일각에서 EEG의 전면 폐지나 FIT를 스웨덴식 RPS로 대체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EEG 개혁법의 발효에도 불구하고 FIT 보조금의 규모는 향후에도 급증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인하여 보조금에 의한 제도의 개선이 어렵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FIT는 저소득층이 포함된 소비자들이 주택소유자, 넓은 초지 소유 부농 등 재생전력사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소득역진적인 제도이다.

독일의 재생에너지정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첫째, 시장기능이 결여된 에너지전환 및 재생에너지정책은 과도한 보조금의 부담을 초래한다.

둘째,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인하여 보조금에 의한 제도의 개선은 어렵게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러한 제도의 설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셋째,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게 되는 독일의 FIT나 한국의 RPS와 같은 가격지원제도(전력요금에 가산)는 정부의 예산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선호하지만 방만하게 운영될 수 있다. 

넷째, 핵심역량이 있고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기술이 아니라면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기술보다 비용 우위에 있는 태양광 기술에서 독일은 막대한 보급투자에도 불구하고 국제경쟁력을 중국에 상실하였다. 재생에너지 기술의 경우 유아산업지원 논리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다섯째, 독일의 보급위주의 태양광발전 지원은 기술혁신과 국제경쟁력 확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여 경쟁력 있는 기술개발에 힘쓸 필요가 있다. 여섯째, 독일의 에너지효율정책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지만, 재생에너지 생산의 비율이 높아진 원인 중에 하나는 높은 가격으로 인하여 에너지소비가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도 재생에너지 지원정책 못지않게 에너지효율향상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일곱째, 독일경제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00년의 2.9%에서 2012년의 11.5%까지 8.6%포인트 끌어올리기 위해 2012년까지 부담한 비용 3170억유로를 감안하면 한국이 재생에너지 비율을 현재의 2.5%에서 2030년에 11%까지 8.5%포인트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재정투입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 독일과 같이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려면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던지 재원마련이 어렵다면 재생에너지 공급목표를 현실화 하여야 하겠다. 물론 독일과 달리 시장기능이 작동하는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 독일보다 훨씬 적은 비용을 투자하여 재생에너지 공급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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