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에너지신문] 과거부터 일본 회사들은 정부나 종합상사가 관여하는 프로젝트와 장기계약을 통해 필요한 LNG를 조달해 왔다. 이러한 관행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2012년까지 호주의 신규 사업자들과 장기계약을 통해 동남아 계약 감소분을 대체하는 물량을 확보하였다.

따라서 대지진이 없었다면, 일본 기업들은 관행에 따라 필요한 LNG 대부분을 장기계약을 통해 확보한 상태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원전가동 중단은 일본 회사들의 LNG 구매 관행에 변화를 초래하였다. 원전가동 중단 이후, LNG 구매량 증가와 유가 급등, 환율 하락 등이 겹쳐 연료 조달비가 급증함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연료비 증가는 전력회사들의 재정난과 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일본 정부의 강력한 연료비 절감정책과 미국의 LNG 수출 가능성 확대는 일본 기업들이 구매 관행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높이는데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셰일 붐으로 미국 내 가스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기존의 LNG에 비해 저렴한 미국산 LNG가 연료비 절감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과 구매자에게 물량의 임의처분을 허용하는 유연한 계약조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이 결국 일본 정부가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미국산 LNG 수출을 강력히 요청한 배경이 되었다.

여하튼 중장기적으로 필요 물량 대부분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 중반 이후 짧은 기간에 일본은 연간 1717만 톤에 달하는 미국산 LNG 수입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산 LNG가 갖는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들은 미국산 LNG를 수입하기 위해 현지에서 저렴한 가스를 조달해야 하고, 자국 내 수요를 초과할 수도 있는 계약물량의 일부를 어떤 형태로든 처분해야 하는 등의 과제도 떠안게 되었다.

미국산 LNG 도입은 전통적인 구매와는 다른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즉, 일본 기업들이 체결한 LNG 계약은 대부분 액화설비 이용권한을 확보한 것으로 실제 LNG 공급을 위해서는 필요한 가스자원과 액화기지까지의 배관 이용권한을 확보해야 한다.

과거 추세를 감안할 때 미국 가스가격은 등락이 심한 편이다. 가격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한 상류부문 투자는 전통가스와는 다른 셰일가스 개발환경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더불어 높은 생산 효율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실제로 몇몇 일본 회사들은 이미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산 LNG를 수입하려는 일본 회사들은 금융수단을 활용한 위험관리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확보한 가스를 액화기지까지 공급하기 위해 인프라를 경제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미국 내 가스공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부재로 지역 허브 간 가격차이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필요한 인프라를 단기간에 낮은 비용으로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산 LNG 도입으로 인해 일본 기업들이 확보한 계약물량은 자국 내 수요를 웃돌고 있다. 이와 함께 전력시장 자유화는 LNG를 도입하는 일본 기업들의 가스 구매 및 수급관리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시장의 자유화는 수요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단순도입만으로는 안정적인 수급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도쿄가스가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수급관리를 위해 일본 기업들의 국제 거래시장 참여가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일부 회사들은 유럽의 거래사업자나 에너지기업에 미국산 LNG를 재판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미국산 LNG 구매 및 처분 행태는 일본의 신규 물량계약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잉여물량의 시장 유입 등으로 향후 LNG 계약 및 단기거래 시장 환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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