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자원개발 실패 요인은 ‘디테일’의 부재”

[에너지신문] “지난 정부 자원개발 사업의 가장 큰 실수는 ‘디테일’이 없었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비전통에너지’ 전문가인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지난 정권의 해외자원개발산업 심판론에 대해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성과 중심주의에 매몰되면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세부적인 검토의 부재가 현재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신현돈 교수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수익을 내려면 최소 10년에서 보통 20~30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지난 정권에서는 자주개발율과 같은 수치에 집착했다”며 “때문에 진입 시기, 광구 운영 등에서 과오를 범했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에 따르면 국내 자원개발 공기업들은 유가와 자원가의 상승세로 광구가치가 고점을 찍은2009~2010년 매입에 뛰어들면서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 저점과 고점을 반복하는 가격 사이클을 고려하지 않아 수익성 확보에 장기적 부담을 초래했다. 저유가로 자원가격이 하한가를 치고 있는 지금, 정책적 측면에서 광구를 정리하려다 보니 손해가 더 불어나면서 비난의 강도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의견이다.

탐사 광구보다는 생산광구를 매입하고, 그마저도 사업운영권보다는 지분참여 형태로 이뤄진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신 교수는 “생산광구는 갈수록 생산량은 줄어들어 매입 당시 생산규모를 유지하려면 광구를 계속 사들여야 하고, 유지비도 급증해 경영 효율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며 “또 운영권이 없는 사업을 주로 하다 보니 핵심 기술 축적 및 인력양성에 제한을 받게 되고, 국내 주변산업에 연관효과 유발도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저유가 기조와 관련해서는 세계자원개발 시장에서는 에너지기업간 M&A의 급증과 메이저회사의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에게 소규모 기업이 흡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광구의 가치도 하락하는 만큼, 국내기업들이 핵심기술을 가진 외국기업과의 M&A 또는 광구매입을 시도하기에 적기라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저유가가 지속되면 소규모 독립계 석유회사들이 운영난에 처해 광구가치가 하락하고, 석유개발회사들의 투자감소로 인한 개발관련 서비스 비용도 줄어들게 된다”며 “자금이 확보됐다면 광구사업을 참여하기에는 지금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한 신 교수는 자원개발사업의 지속성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선 향후 국내기업의 진출이 기대되는 비전통자원의 경우 개발과 효율적 운영이 사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만큼, 광구 개발 및 운영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MB정부에서 생산광구 매입을 통해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공기업의 규모를 키웠지만 광구 생산 및 운영 경험이 많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정부는 자원개발특성화사업을 통해 지난 5년간 기초인력을 육성했고, 2차 사업을 통해 향후 5년간 현장 실무형 고급인력 육성에 나서고 있는데, 기술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을 지속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책담당자의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수행도 강조했다. 장기적인 자원개발사업의 특성상 인적네트워크와 기술 모두 축적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빨리, 자주 담당자가 바뀐다는 지적이다. 이는 해외 자원개발 업계에서는 신뢰도 하락은 물론, 독자적인 자원개발 역량 축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신 교수의 생각이다.

신 교수는 “정권에 출범에 따라 5년마다 자원개발계획이 바뀌고, 관련 부서나 담당자는 1,2년마다 교체돼 전문성도 책임감도 갖추기 어렵다”며 “아예 독립된 전담 부서를 만들어 전문가가 자원개발정책 수립부터 시행, 사후관리까지 관여할 수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신 교수는 해외자원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치권에서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자원개발업계는 국회가 당장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한데다 여론악화에 대한 부담감으로 위축되고 있다. 단순히 업계 시황 문제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 수급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자원개발사업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서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며 “정치적 도구로 쓰이고 외면받을 산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 자금 투자 후 1,2년의 회수율을 갖고 성패를 논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님을 선이해해야 한다”며 “정치적 목적을 가진 비난이 아닌,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정당한 비판을 통해 산업의 발전을 논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현돈 교수 약력.

-1993~1996 한국석유공사
-2005~2007 Shell 연구소
-2007~2008 Husky Energy
-2008~2010 Suncor(Petro-Canada)
-2010~2011 ConocoPhllips 연구소
-현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