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한국가스공사 책임연구원

-‘탄소세’ 등 추가정책 조화돼야 ‘기후정책’ 완성-
-정부 리더십 민·관·학 견고한 파트너십 필요한 때-

[에너지신문] 2015년은 탄소배출권거래가 시작되는 해이다. 아직 재계의 반발이 여전하여 배출권거래가 정착될 지에 대해 의구심이 팽배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초 정부가 업체 대상 할당을 완료함으로써 배출권거래는 이미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혹 배출권거래를 규제로 치부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배출권거래는 정책 툴(tool)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배출권거래가 규제로 오해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정부가 배출권을 무상할당을 하게 되면서 할당이 곧 기업에게는 배출 상한이기 때문이다.

즉, 직접규제(command & control) 방식에서는 배출권 할당량이 기업이 지켜야할 고정적인 목표이다. 따라서 직접규제 방식에서는 자가감축 비용이 아무리 들더라도 배출상한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배출권거래는 다르다. 배출상한을 배출권 구매를 통하여 늘릴 수 있고, 자가감축 비용이 경쟁력 있을 경우 추가감축을 통하여 배출권을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즉, 배출권거래에서 할당은 거래의 시작이자 할당량이 많고 적음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좌우된다. 이러한 연유에서 기업이 할당량을 가지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배출권거래가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이유는 배출권거래의 취지가 나빠서가 아니라, 할당을 둘러 싼 정부와 기업 간의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상호간 불신이 깊어지고, 이에 따른 정책불확실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탄소세가 배출권거래를 대체할 수 있냐면 그건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국가 감축목표가 설정된 이상 총량규제의 성격을 피할 수 없고, 탄소세는 조세저항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도입되는 데 까지 배출권거래보다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아무리 배출권거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고 다양할지라도 배출권거래는 진행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배출권거래가 아니라 배출권거래를 도입하면서 더욱 불거질 수밖에 없는 정책적 상충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2015년 배출권거래 시행을 맞아 배출권거래를 중심으로 정부가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지적하고, 기업이 준비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서술하고자 한다.


정부의 해결 과제

배출권거래의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의외로 많다. 의욕적으로 정부가 배출권거래를 추진하는 것은 칭찬할 일이나, 무리스러울 정도로 과감해 보이는 것은 정부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를 고스란히 남긴 채 배출권거래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데에 있다.

첫째, 제도상의 서열 정리를 들 수 있다.

고상하게 얘기하면 정책적 거버넌스에 관한 사항이다. 이를 해결과제 중 가장 먼저 꺼낸 이유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녹색성장기본법은 우리나라 자원의 배분과 관리에 있어 최상위법이지만, 정작 감축목표를 관리하는 실행부처는 환경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배출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 및 에너지부문은 정작 산업자원부가 맡고 있고, 배출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건물 및 수송부문은 건설교통부 및 국토부가 담당하고 있다.

환경부가 관리하는 부문은 폐기물 뿐이다. 따라서, 각 부처의 실행계획에 있어 각각 적용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와 같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의 장기계획인 소위 ‘기본계획’은 기획재정부가 마련하고, 에너지기본계획은 산업부가 확정하고, 배출권 할당계획은 환경부가 제시하는 복잡한 거버넌스 하에서는 부처 간 헤게모니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처 간 조정(institutional coordination)을 얼마나 긴밀히 할 수 있느냐가 배출권거래와 관련한 정책 거버넌스를 공고히 하는 길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둘째, 배출권거래의 시장에 대한 확신이다.

정부가 직접규제가 아닌 배출권거래를 도입한 이상, 감축기술의 투입속도와 투자는 배출권가격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배출권거래라는 시장의 효율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감축투자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배출권거래 가격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면 할수록 감축기술에 대한 투자유인은 사라지게 된다.

현재 배출권가격에 대한 ‘기준가격’이라는 용어가 돌고 있다. 정부가 기준가격을 제시한 적이 없는데도 기준가격이라는 단어가 통용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시장안정화를 위하여 시장개입이 필요한 ‘trigger'로 만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참여자는 물론 감축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자에게 잘못된 가격 시그널을 제공하고 있다. 즉, 만원은 시장가격을 유추하는 ‘기준가격’도 패널티를 지불하는 ‘기준가격’도 아닌 셈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배출전거래제 시작을 코앞에 두고도 배출권가격에 대한 전망치가 나오지 않는 것은 현재의 메커니즘 하에서는 가격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배출권거래제 대상업체를 늘리는 목적으로 간접배출량을 포함한 총배출량을 기준으로 대상업체를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로 인한 시장왜곡은 시장참여자가 짊어져야 하는 짐이 되어버렸다. 전기사용으로 인한 간접배출량은 발전사가 어떠한 연료믹스로 전기를 생산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배출권 수요는 사후 정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즉, 배출권거래에 참여하는 시장참여자들은 발전부문의 배출계수가 2015년∼2017년에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해야 한다.

간접배출량을 거래제에 포함시킨 또 다른 배경을 정부는 발전부문의 감축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전력가격을 포함한 에너지가격이 정상화를 통하여 개선되어야 할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는 단계적으로 간접배출량을 거래제에서 제외하고 에너지가격 정상화를 기본 취지에 맞게 속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상쇄제도에 대한 현실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다.

상쇄제도란 할당 대상 업체의 기업경계 외에서 발생한 감축사업을 크레딧화하여 인정하는 제도이다. 이는 점진적으로 총량규제 대상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배출권거래 대상업체가 아닌 기업의 저감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투자자와 투자대상업자 간의 기술이전과 역량형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교토메커니즘의 CDM과 동일한 맥락에서 취급된다. 그렇다고 해서 CDM과 같은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현재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사회공헌사업(CSR) 성격의 감축사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은 안타깝게도 자가감축으로도 감축사업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지역활성화를 위한 사업개발은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 감축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제고도 한계에 이르게 된다.

결국 배출권거래를 포함한 기후정책에 대한 국민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아무리 선진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정부가 제도를 확대하거나 다음 단계의 정책을 추진하는 데 반드시 걸림돌이 될 것이다.

배출권거래는 기후정책의 종착역이 아니다. 탄소세와 같은 추가적인 정책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만 기후정책이 완성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정부는 상쇄제도에 대한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기업의 전략 방향

정부의 해결방안과 비교할 때 기업의 전략방향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째, 기존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배출행위와 감축행위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운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정비하여 수익과 관련된 모든 경제활동의 탄소 배출량을 모니터링하고 리포팅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둘째, 배출권거래에 대한 인식을 일시적인 규제가 아닌 장기적인 감축수단의 하나로 전환해야 한다.

즉, 자가감축 기술에 대한 비용 정보를 바탕으로 배출권 시장이 제공하는 배출권 구매를 감축옵션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배출권 시장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이며 시장 전문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배출권 시장은 다수의 구매자와 다수의 판매자가 존재하는 완전경쟁시장이 아니다. 다배출업자를 중심으로 태생적인 시장지배력이 발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효율적인 탄소관리를 위하여 정보채널을 적극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셋째, 다각적인 정책참여를 독려하고 싶다.

이제 기업은 배출권거래가 시행되는 순간, 기존에 발휘했던 정부-산업 간의 팽팽한 힘겨루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개개의 기업활동의 이익을 대변할 단체는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자발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전문가 포럼에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상 전문가들의 능력배양 차원에서도 기업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와 같이, 정부의 당면과제에 비하여 기업의 전략방향은 비교적 간단하다. 물론 기업의 전략은 정책 패키지가 제대로 마련되었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2015년은 많은 전환점을 제공하는 해가 될 것이다. 다양한 정책불확실성과 맞물려 배출권거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도 정부의 리더쉽과 민·관·학의 견고한 파트너쉽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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