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캔 생산라인 전소로 해외수출 사실상 전면중단
설비복구에만 최소 9개월, 1등 기업 명성도 ‘물거품’
에어졸 충전라인 문제시, 하절기 홈키퍼 수급도 문제

▲ 국내 1위 부탄캔 생산공장 (주)태양, 화재로 잿더미 된 '국민연료 썬연료'
[에너지신문] 국내 부탄캔 전체 생산량 39%를 점유하고 있는 (주)태양(구 태양산업)의 제조설비 화재로 충전라인을 포함한 석판 인쇄시설 등 핵심 설비가 전소됨에 따라 국내외 제품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주)태양은 부탄캔 해외 수출물량의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지역의 주요 공급업체다. 세안산업과 함께 국내 썬그룹의 부탠캔 시장 점유율 70% 중 사실상 57%를 감당하고 있다. 또 모회사인 승일과 함께 에프킬라와 양대 산맥을 이루며 국내 살충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홈키퍼 제품의 70%를 생산하는 중요한 제조시설이다.

따라서 이번 (주)태양의 화재로 인해 국내외 부탄캔 공급 차질은 물론 에어졸 제품의 수급에도 일부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다행히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에어졸 생산라인의 경우 치명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확한 상황은 19일 진행될 화재원인조사와 보험사의 피해조사 등을 마친 후에야 최종 판명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 70% 썬연료, 생산시설 57% 소실

썬연료로 대표되는 썬그룹(대표 현창수)은 현재 에어졸제품 제조업체인 (주)승일을 모 회사로 부탄캔 생산업체인 (주)태양과 세안산업을 통해 국내 부탄캔 생산량의 70%를 공급하고 있다. 또 판매법인인 (주)영일(구 영일부탄)과 중국 청도에도 세안야화기유한공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며 이들 업체에도 제품을 공급중이다.

지난해 (주)태양은 8962만5922개의 부탄캔을 생산해 국내 전체 부탄캔 생산량의 38.99%를 공급했다. 또 계열사인 세안산업이 지난해 6729만3370개를 생산, SUN그룹의 국내 부탄캔 전체 생산량 약 2억3000만관 중 68.27%를 차지했다.

따라서 (주)태양에서 발생한 이번 화재로 SUN그룹은 사실상 국내 생산기지의 57%를 잃게된 셈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계열회사인 세안산업을 연중 풀로 가동하더라도 국내 생산량 전체를 커버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유럽은 제품공급 중단 불가피

국내 제품공급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해외 수출물량이다. 특히 (주)태양의 연간 생산량중 상당부분이 해외수출물량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화재는 사실상 SUN그룹의 부탄캔 해외수출 중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SUN그룹의 최대 고객인 일본의 부탄캔 공급물량 차질은 사실상 기정사실이 됐다. 또 유럽 역시 일본지역 만큼이나 까다로운 제품 검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태양산업의 설비가 아닌이상 사실상 제품공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국내 부탄캔의 경우 가장 많은 제품 수출국이 일본이다. 일본의 경우 연간 약 1억2000~3000만관의 제품이 사용되며, 이중 약 50~60%가 한국내 3개 회사를 통해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SUN그룹은 이와따니사를 통해 오랜기간 일본에 부탄캔을 공급해 왔다. 연간 공급물량은 3000~4000만관 사이로 이 모든 제품을 SUN그룹사 중에서도 품질관리가 뛰어난 (주)태양이 담당해 왔다. 이는 일본으로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JIA(일본 가스기기검사협회)를 통한 까다로운 공장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JIA의 제품인증을 받은 곳은 불과 3개 회사밖에 없다. 후발주자인 대성 역시 일부 제품을 일본으로 수출한 바 있으나 현재는 사실상 수출이 중단 상태에 있다. 때문에 현재는 (주)태양과 함께 현재 경쟁사인 대륙제관(대표 박봉준), 원정제관(대표 송성근)  3개사 만이 일본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주)태양의 화재로 인해 SUN그룹의 경우 생산시설이 전소된 만큼  일본 수출물량의 공급은 설비복구와 JIA의 설비 재인증이 이뤄질 때까지 당분간 공급이 불가능해 졌다. 경쟁사를 통한 OEM 생산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거나, 공급자체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주)태양의 경우 일본 이와따니사와의 오랜 교류관계로 인해 제품 공급을 무작정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래선 유지를 위해서라도 OEM방식의 제품공급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경우 타사의 완제품을 구매해 공급하는 방식이라 당분간 손실을 안고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도 일본과 비슷하다. (주)태양은 유럽과 호주 등에도 연간 1000만관 이상의 제품을 공급해 왔다. 따라서 인증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제3국의 공급물량의 경우 세안산업 등을 통한 우회생산이 가능하지만 품질관리가 까다로운 해외수출물량의 경우 공급중단으로 인한 (주)태양은 연간 약 4000~5000만관의 해외 수출차질은 사실상 불가피해 보인다.


에어졸 라인 치명적 화마는 피했지만…

에어졸 제품 수급에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부탄캔 생산라인과 달리, 인접해 있던 에어졸 생산라인은 다행히 직접적인 화마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시 화재의 진화과정에서 입구를 비롯한 일부 구역이 소실되거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화재원인조사와 보험사의 피해조사, 생산라인 복구 등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가스안전공사는 “현장을 둘러본 결과 다행히 에어졸 생산라인의 경우 큰 화재는 피했다”며 “일부 시설을 보수하면 생산라인의 복구에는 큰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태양의 에어졸 라인 피해는 당장의 가동 중단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SUN그룹 산하 에어졸 생산업체인 승일의 경우 인천에서 공장을 이전하면서 모든 충전라인을 (주)태양으로 일원화한 상태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양의 에어졸 충전라인이 재가동되지 않을 경우 승일마저도 제품 생산에 실질적인 차질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비의 보수시기가 길어지거나, 에어졸 충전설비에도 화재로 인한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는 자칫 하절기 홈키퍼의 생산에도 큰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공장 재가동, 최소 1년 전망

화재가 진화된 오후 현장은 참혹했다. 그 만큼 (주)태양의 화재는 치명적이었다.

에어졸 라인과 공장 입구 왼편의 프레스라인, 밸브생산 라인 등은 실질적인 화마를 피했지만 사실상 전소된 8개 동은 모두 부탄캔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들이었다.  부탄캔을 생산하는 인쇄, 충전, 포장라인과 제품창고 등 공장 주력 생산시설은 이번 화재로 모두 전소돼 향후 복구에 적지 않은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충전기와 포장기 등 관련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들은 현재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된다. 따라서 발주와 제작, 수입되는 과정을 감안하면 적어도 최소 9개월에서 1년 이상 정상적인 조업이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2006년 2월 화재가 발생했던 대륙제관의 경우도 충전 라인 절반이 소실됐지만 관련 설비를 복구하는 데만 6개월 이상이 걸렸다. 또 공장이 정상적으로 복구돼 가동이 이뤄지기까지 1년여가 소요된 바 있다.

더욱이 태양의 경우는 화재 피해 범위와 소실된 설비의 피해가 대륙제관 보다 클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제조설비가 소실된 상태다. 또 최근 승일의 건설과 이전 과정에서 설비업체와의 관계도 좋지않아 시설복구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주변 업체들의 전언이다.

화재로 인한 태양의 직접적인 피해는 현재 가입된 보험으로 어느 정도 감당은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공장가동 정지와 복구기간 발생하는 영업손실이나 공급차질로 고객이탈 등 피해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다만 대륙제관의 화재 당시와 같이 주변업체의 OEM을 통한 제품 공급여부에 따라 피해의 범위나 크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설비의 복구시기가 자칫 장기화 될 경우 현재 태양을 비롯한 SUN연료가 보유한 70%의 국내 시장점유율에는 큰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 에어졸 생산라인 입구까지 피해가 확산됐던 화재현장
▲ 화재로 소실된 부탄캔 충전라인
▲ 부탄캔 제조를 위해 쌓아둔 인쇄된 석판들도 검게 불에 탔다.
▲ 소방대원들이 오후 늦게까지 남아있는 잔불을 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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