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채식 한국가스안전공사 충남북부지사장

[에너지신문] 얼마전 충남 천안시 소재 한 부탄캔 제조공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8개동 생산 건물이 불에 타고 140만개가 넘는 1회용 부탄캔이 불에 터지는 일이 있었다. 불에 터진 부탄캔 속에 들어있던 부탄을 다 합치면 그 양이 자그마치 308톤이나 된다.

300톤 이상 저장된 탱크가 폭발했다고 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구체적인 화재원인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지금까지 나타난 바로는 부탄캔 물류창고 옆에 설치된 작업자 휴식용 컨테이너에서 발생한 화재가 사고의 원인이었다.

불은 조립식 샌드위치판넬로 된 공장 지붕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고 이로 인한 피해금액은 영업 손실을 제외하고도 500억 이상이라고 한다.

이번 경우는 다행스럽게 인명피해 없이 끝났지만 산업체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재산피해는 물론이고 자칫 많은 인명피해까지 동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산업체에서는 매년 5건에서 15건 정도 가스사고가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사고 1건당 인명피해율을 보면 연료용으로 사용하는 LPG사고의 경우 0.3명인데 반해 산업체서 발생하는 사고는 1.3명으로 4배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산업체에서의 가스사고는 언제든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때문에 산업체에서의 가스사고 예방노력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가스사고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이 글에서는 그 답을 우리 관내 충남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의 사례를 보면서 찾아보고자 한다.

2013년 5월 10일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는 새벽 전로(내화벽돌이 내장된 용기로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용도) 보수공사를 하던 협력업체 노동자 5명이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를 계기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불시 방문해 안전관리체계를 직접 점검했고, 안전관련 예산증액과 인력 추가 확충을 지시했다.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현대제철의 안전관련 투자예산은 50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안전관련 인력도 분야별 외부전문가 영입 등을 통해 200명으로 확충했다. 특히 가스안전센터(팀)를 별도로 신설해 현재는 30여명의 가스안전 전담인력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정 회장의 불시 현장방문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매년 크고 작은 안전사고로 10여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던 사업장에서는 지난해 1년 동안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고 지금도 무사고로 조업이 이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기업의 CEO가 안전을 직접 챙기다보니 자연스레 사고는 줄고, 기업 생산성과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장에서 안전해법을 찾으려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늘고 있다. 과거 CEO들이 보고서 중심으로 안전을 챙겼다면 지금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안전관리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해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CEO의 현장 방문과 관심. 그 자체만으로도 임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고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CEO가 일선 현장의 세세한 부분을 모두 컨트롤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임직원들이 현재 어떤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지,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등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 결국 임직원들의 적극적 참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충남북부지역에는 당진 철강산업단지, 대산 석유화학단지, 천안아산 디스플레이 단지 등 가스를 대량으로 취급하는 대형 산업체들이 다수 배치돼 있다. 가스안전을 책임지는 가스안전공사의 목표는 이들 사업장에서 단 한 건의 가스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스안전공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개별사업장 CEO들의 가스안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도 절실히 요구된다. 가스안전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새로 시작된 올해 을미년은 이를 실천하는 원년이 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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