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사장 해임 앞장 선 정부, 신임 사장 선임은 뒷짐
관피아ㆍ정피아ㆍ민간출신ㆍ내부출신 하마평만 무성

[에너지신문] 장석효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해임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산업통상자원부가 정작 후임 사장 인선작업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월 8일 산업부는 이례적으로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대한 해임을 임면권자인 대통령께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당일 기획재정부에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소집을 요구했으며, 다음 주 중 위원회가 개최돼 장석효 사장 해임건의(안)에 대해 의결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장석효 전 사장이 가스공사와 예선사간 유착관계를 둘러싼 비리로 인해 기소된 상황이긴 했지만,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장사장의 혐의가 범죄로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업부의 이 같은 행동은 당시 ‘매우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처럼 전 장석효 사장의 해임작업에 열심히 나선 산업부가 아직까지 신임 가스공사 사장 선임에는 나서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공운위에서 장석효 전 사장의 해임안이 가결된 것은 지난 1월 20일. 현재 약 두 달간이 지난 시점이다.

1월 28일 가스공사 사내에 사장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가 설치됐지만, 임추위 구성 후 아직까지 사장 공모는 물론 위원회 소집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측은 준비가 덜 됐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사장공모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사장선임 공모에 들어가려면 임추위가 열려야 하는데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면서 아직까지 준비가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상장사인 가스공사는 ‘주주명부폐쇄안’까지 결의하고, 신임 사장 선임 작업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황이어서 이와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렵다.

결국 ‘사장 공모작업을 시작하라는 산업부의 지시’가 아직까지 하달되지 않았기 때문.

또한 이는 산업부 자체의 인사낙점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거나, BH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가스공사 사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내린 인물은 산업부 출신의 이른바 관피아부터 정치권 출신, 에너지 관련 민간사 출신, 가스공사 내부 임원출신 등 다양하다.

정부출신으로는 2013년 장석효 전 사장과 사장 경합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하마평에 올랐었다. 하지만 이 전 차관은 최근까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지내다가 지난 2월 27일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이 때문에 일단 가스공사 사장경합에서는 제외된 상태.

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한진현 전 산업부 2차관의 경우 지난 2014년 7월 산업부를 퇴임해 공직자윤리법에서 정한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규정에 걸린다.

하지만 지난 2014년 12월 30일 처리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서는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때에는 그러하지(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을 두지) 아니한다’는 단서조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한진현 전 차관의 가스공사 취업에는 사실상 제한조건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 번째 정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후보로는 이재훈 현 산업기술대학교 총장이 있다. 이 총장은 지난 2009년 1월 지식경제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다.

정부출신 못지않게 가스공사 사장 자리에 관심을 두고 있는 쪽이 정치권이다.

최근까지 이른바 거물급 정치인들을 포함한 몇몇의 정치권 인사가 관피아 대신 정피아 신분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돌기도 했다.

현대 출신의 주강수 전 사장과 LG 출신의 이수호 전 사장이 있는 만큼 관련 민간회사 출신 사장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전 S사, P사 사장 출신들이 가스공사 사장 후보 중 한명으로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가스공사 내부 출신 임원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는 매 한가지다.

가장 유력하게는 전대천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이 있다. 특히 전대천 전 사장은 앞서 가스공사 부사장으로 재직한 경험이 있고, 전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부 부장을 역임한 정부 출신 인사여서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산업부의 전신인 지식경제부에서 퇴임한 후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원장을 비롯해 가스공사 부사장, 가스안전공사 사장까지 정부 퇴직 공무원으로서 세텀의 유관기관을 거친 경력이 오히려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종호 현 가스공사 사장직무대행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사장직무대행의 경우 앞서 국제가스연맹(IGU) 회장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으나 회장 낙점에는 실패했다.

이 외에도 장석효 전 사장에 이어 이석순 현 한국가스기술공사 사장까지 가스공사 내부출신 인사가 본사 및 자회사의 사장으로 줄줄이 선임된 만큼 다수의 가스공사 퇴직 임원들이 스스로 사장경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스공사 사장 선임을 둘러싼 세간의 풍설은 무성하다.

하지만 결국 공기업 사장 선임에서는 정부당국과 BH의 의중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사실이다.

지난 2월 27일 신임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취임한 만큼 이제 곧 산업부와 BH의 입장정리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관피아든, 정피아든, 민간 출신이든, 내부 출신이든 중요한 건 사람이다. 가스산업 뿐만 아니라 에너지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고, 매출액 30조원 규모의 가스공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해 가스산업의 발전은 물론 가스소비자인 우리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길 줄 아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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