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협회, “유럽 디젤차 퇴출? 노후차 진입규제” 해명

[에너지신문] 대한석유협회가 유럽의 디젤차 퇴출 움직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환경단체‧LPG업계 등이 경유차 배출가스의 유해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가운데 정유업계가 보다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어 업계간 신경전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18일 프랑스 파리 등 유럽 도시에서 디젤차량의 운행이 곧 금지될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파리 런던 베를린 등 유럽 주요도시 행정당국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확인한 결과, 도심을 중심으로 공해차량 운행제한구역(LEZ: Low Emission Zone)을 설정해 대형버스 및 대형화물차의 통행을 규제하고 있으나, 규제 대상은 15년 전인 2000년에 설정된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인 유로3급과 그 이전의 노후 차량이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디젤차량 운행 제한 사례로 거론된 파리의 경우, 올해 7월부터는 2001년 이전에 등록한 15년 이상의 유로1~3급 대형버스와 대형화물차가, 내년 7월부터는 97년 이전 등록한 유로1~2급 모든 휘발유 및 경유승용차 등이 운행 규제 대상이 된다.

대한석유협회 측은 “이는 역으로 유로4급 이상의 버스와 화물차, 유로3급 이상의 승용차는 운행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운행될 디젤 택시는 가장 친환경적인 유로6급인 도심제한 사례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석유협회 측은 지난해 취임한 파리 이달고 시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20년부터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디젤차량 운행을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을 뿐,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으며 이달고 시장의 자동차 운행 규제 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활발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런던의 경우 2012년부터 LEZ를 운영하고 있는데, 유로4급 이상의 트럭(3.5톤이상)과 버스(5톤이상)는 운행이 허용된다. 대형 밴(1.2~3.5톤)과 미니버스(5톤이하)는 유로3급 이상이면 통행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런던시가 2020년 시행할 보다 강화된 울트라LEZ 계획에도 유로6급 이상의 디젤은 허용된다. 현재 런던의 택시 신규면허 발급기준은 유로5 이상이며 베를린에서는 필터를 장착한 유로3급 이상의 모든 차량의 도심 운행이 허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석유협회 측은 “유럽에서 디젤차가 퇴출되고 있다는 주장은 디젤 택시 도입을 앞두고 이를 반대하는 쪽이 사실을 왜곡 과장한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끈다.

업계는 이번 석유협회의 대응이 사실상 경유차 반대업계, 특히 LPG업계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정부는 9월부터 유로6 기준 경유택시 1만대에 L당 345원의 유가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 보조금 절감과 연비 측면에서 환영하는 이도 있지만, 유해성 논란과 차량 구입‧유지비 증가로 환경단체와 기업택시운전자 들은 도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택시시장에서 산업수요를 충당하고 있는 LPG업계는 경유택시의 취약점인 배출가스 유해성과 후처리장치 등 차량유지관리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반면 정유업계는 직접적 대응을 피했다. 경유가 공급과잉 문제에 직면한 건 맞지만 수출 비중이 높고, 정유사 사업에 LPG공급도 포함돼 있는 만큼 정유업계가 시장 진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였다.

실제 석유협회는 앞서 지난달 5일 최근 신형 디젤엔진의 배기가스가 폐암 발생과 무관하다는 미국 HEI(Health Effects Institute)의 연구결과를 공개하며 경유차량의 환경성 논란에 대응지만 “디젤 배기가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한 것으로 대응이 필요했던 차에 시의적절한 연구결과를 공개한 것일 뿐”이라며 현재보다 완곡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같은 태도 변화에 대해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9월 디젤택시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연료의 환경성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클린디젤의 이미지 자체에 손상을 입어 기존보다 강도 높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LPG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유럽 전반에서 경유차의 환경성 문제가 이슈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해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이제 정책화 단계에 진입한 상황에서 실체가 없다고 반박하는 것은 숲을 보지못하는 매우 지엽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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