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손톱 밑에 가시가 들면 매우 고통스럽고 성가시다. 지극히 사소해 보이지만 당사자는 몹시 괴롭다. 그러니 먼저 빼내야 할 일이다. 사소하지만 당연한 이 현상을 한 문장으로 유행시킨 인물이 박근혜 대통령일 게다.

박 대통령은 “거창한 정책보다는 손톱 끝에 박힌 가시를 빼야 한다.”는 말로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들이 직접 겪는 사소하고 작은 문제해결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규제의 전봇대를 뽑겠다”고 했던 MB의 호언장담과도 일맥상통한다. 손톱 밑 가시를 빼내는 일처럼, 혹은 커다란 전봇대를 뽑아버리는 일처럼 시원하게 각종 규제를 완화해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를 과감히 없애자는 취지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다.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손톱 밑 가시를 표기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등 규제완화를 의미하는 이 ‘손톱 밑 가시’는 여전히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손톱 밑에 있는 가시빼기에 너무나 골몰한 나머지 가시를 빼도 시원한 감흥이 없거나, 별로 아프지도 않은 잔가시를 빼내주는 수고로움만 더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다.

정부가 일반 도시가스사업자의 동절기 천연가스 스팟물량 구매 시 적용해 온 사전승인제를 사후신고제로 바꿔줬다. 국제 천연가스 시장에서 셀러인 메이저사가 오전에 판매 가능한 스팟물량을 띄우고 바이어 물색에 들어가면 당일 오후 누가 구매할 것인지 온라인상에서 결정되곤 하는 급박한 현실에서 이러한 규제완화는 오히려 늦은 감도 있다. 사실상 사전승인제는 그 동안 스팟구매에서 큰 의미가 없었다.

이처럼 사후신고제 도입은 규제완화, 손톱 밑 가시빼기라는 명분에 매우 크게 부합한다. 하지만 내용은 부실하다. LNG선박의 대형화 추세, 패키지 구매와 같은 사정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들이 나온다.

정부로서는 수고롭게 법 개정을 하고 규제완화에 나서면서도 관련 사업자들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다소 억울한 상황도 연출될 수 있겠다.

사정이 이러하니, 손톱 밑 가시빼기가 혹 ‘손톱만큼’ 밖에 되지 않는 ‘보잘 것 없는 마음 씀씀이’는 아니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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