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평균 투자금 30% 지원…탐사성공시 융자금 2배 갚기도
해자협, 행정업무 보조 역할…고수익ㆍ고위험 사업군 이해 필요

[에너지신문] 최근 검찰이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성공불융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검찰은 경남기업, 포스코 등 수사 대상에 오른 기업들이 애초에 성공 가능성이 낮은 사업에 투자하고, 융자 자금을 회사 사업비 등으로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성공불융자 감면이 이명박 정권 당시 자원 외교를 하면서 급격하게 불어난 것에 주목하고 있어 향후 수사 대상 기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동시에 성공불융자 제도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막대한 혈세가 눈먼돈처럼 사용됐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책예산처도 이 제도를 융자방식이 아닌 출자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이나 성공불융자제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없이, ‘눈먼 돈’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일방적으로 비난받고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이같은 여론의 뭇매가 이제 막 싹을 틔운 우리 해외자원개발산업을 수포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성공불융자, 성공하면 융자금 2배 갚기도

성공불융자란 정부가 신약 개발, 해외자원 등 위험성이 높은 사업을 하려는 기업에 돈을 빌려준 후 실패할 경우 융자금을 면제해주고, 성공할 경우 기업으로부터 돈을 더 많이 돌려받는 제도다.

성공불융자는 사업 초기부터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고위험·고수익의 해외자원개발사업의 특성을 감안해 정부가 위험을 일부 분담함으로써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모든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고위험군인 광구탐사사업에만 융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때 성공불융자의 재원은 국민들이 석유제품을 소비할 때 부과되는 석유수입부과금에서 충당한다.

사업실패시 원리금을 감면해 준다는 사실 때문에 세간에서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돈 한 푼 들지 않고 사업을 벌이고 실패해도 손해는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법령에 따르면 성공불융자는 해당 사업비의 최대 80%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고시(해외자원개발사업자금 융자기준)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정부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원해야하기 때문에 규정 비율보다 낮다. 최근 세수 부족으로 지원 비율은 매년 더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성공불융자 기업의 사업당 지원비율은 해당 사업비의 평균 30% 정도로 나타났다.

기업이 자체자금으로 70%를 투자하는 데다, 감면심의 결과 감면 승인을 받지 못하면 성공불융자 지원금도 기업의 부채로 남아 별도로 상환해야 한다. 실패시 감면받을 수 있는 액수보다 기업의 손해가 더 크다는 의미다.

사업 성공 시에 기업은 원리금 이외에 많은 금액을 특별부담금으로 납부한다. 일례로 성공불융자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큰 성과를 거둔 한 기업의 경우에도 융자금의 2배 이상에 달하는 금액을 원리금과 특별부담금으로 납부한 바 있다.

■‘먹튀’ 부르는 허술한 제도? 까다롭기 그지 없어!

허술한 관리 감독이 부실 운영을 불렀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서도 업계는 고개를 저었다.

거액의 세금이 지원되는 만큼 까다로운 절차와 산학연관 전문가 그룹의 검증을 거치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 성공불융자 융자절차

특히 융자대상기업이 회원사인 해외자원개발협회가 융자를 결정하고 관리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현재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신고, 융자(또는 감면)신청 접수, 융자심의회 위원 위촉, 융자심의회 개최 등 융자심의회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는 산업부가 직접 관장하고 있다.

성공불융자를 심의·의결하는 해외자원개발 융자심의회도 정부 소관 심의회로 자원개발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 학식, 경험을 갖춘 전문가(교수, 연구원, 변호사, 회계사, 정책금융기관 임원 등)를 정부가 직접 위촉해 운영 중이다. 현재 융자심의위원회는 석유분과위원 15명, 광물분과위원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융자(또는 감면) 결정 이후 기업과의 융자금 대출약정 체결 및 융자금 대출, 원리금 상환 및 특별부담금 징수 등 대출 관리는 공공기관인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해외자원개발협회는 행정적 절차 업무만 보조하며 융자에 대한 의사 결정에는 관여할 수 없다.

실제 해자협의 성공불융자 관련 업무는 정부의 위탁에 따라 자원개발 전문기관에 심사 의뢰, 위원회 소집, 회의 준비 등 융자(또는 감면)심사 및 융자심의회 개최에 관한 보조행정 업무 뿐이다.

또한 기업이 자체자금을 먼저 투자하기 이전에는 성공불융자 자금을 대출해주지 않아 기업이 돈만 받고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기 어렵다.

아울러 융자금은 사후 정산 방식으로 분할대출하고 있으며, 해당 기업이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운영·관리하고 있는 현지 운영권자 또는 현지법인에 자금을 송금한 후 그 증빙을 융자업무 대행기관(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에 제출해야만 대출이 이루어지는 만큼 사실상 융자금 ‘먹튀’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융자금 회수율은 49%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탐사사업 성공률이 10~20%에 불과함을 고려하면 회수율 관리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이 회수율은 84년부터 현재까지 지원된 총 융자금에서 회수된 금액을 계산한 것이라 진행 중인 사업도 포함돼 있다. 향후 사업성공 여부에 따라 회수율은 더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완료사업을 기준으로 계산한 회수율은 148%로 융자원금보다 더 많은 액수를 거둬들였다.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IMF 실패 되풀이하나?

무엇보다 업계는 이번 국정조사가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기반을 붕괴시킬까 우려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의 환부를 제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대의에는 공감하나 정쟁의 도구로 비화, 논란이 격화되면서 부정적 여론의 확대와 이로 인한 사업 추진 동력 약화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관련 공기관은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고, 검찰이 민간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정부 예산도 몇 년 사이 대폭 축소된데다 악화된 여론과 장기불황에 민간 기업의 신사업 투자도 정체 상태다. 이대로 가다간 IMF 때처럼 간신히 걸음마를 시작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의 기반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한 정부기관 연구원은 “해외자원개발의 성공과 실패를 저유가에 돌입한 현 시점에서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고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연구원은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해외자원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80년대 초 자원개발사업에 진입했다 IMF시기 관련 사업이 붕괴, 이제 간신히 사업에 대한 인력 육성과 운영 경험을 쌓아가기 시작했는데 (국정조사로 인해) 또다시 전부 수포로 돌아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정조사가 해외자원개발사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실있게 진행되길 바란다”며 “일방적인 비판, 폭로는 산업의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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