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수익률 모두↑, ‘첨단산업’
대기업 잇단 진출 선언…과열 우려

폴리실리콘.
폴리실리콘산업은 태양광산업 벨류체인의 맨 앞에 위치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핵심 산업이다. 본지는 태양광산업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폴리실리콘 산업에 대해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 편집자 주

폴리실리콘(Polysilicon)은 모래에서 추출한 규소를 모노실란과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생산되는 실리콘 결정체다. 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결정질 태양전지 제조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핵심 1차원료다.

폴리실리콘은 원래 CPU 등 반도체의 재료로 널리 쓰였으나 최근 몇 년간 태양광산업이 고속 성장하면서 이제는 태양전지의 원재료로 더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 벨류체인 상에서 폴리실리콘산업은 잉곳·웨이퍼와 함께 업스트림(upstream)군에 속한다. 셀, 모듈, 시스템 등 다운스트림(downstream)군과 비교할 때 정밀한 기술력을 요구하며 시설투자비가 커 진입 장벽이 높다. 때문에 자금력을 갖춘 대형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참여하고 있는 기업 수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기 까다로운 구조이지만 일단 기술력을 확보하고 시설투자가 원활히 이뤄져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이 업스트림군의 특징이다.

폴리실리콘 분야의 대표적 기업인 OCI는 올해 1분기 매출액 1조1579억원, 당기순이익 3275억원을 기록했는데 순이익이 매출의 30%를 넘어서는 놀라운 수치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셀과 모듈을 제조·판매한 국내 다운스트림 태양광기업들의 순이익률이 3~4%인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이익을 내는 사업임을 알 수 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폴리실리콘산업의 올해 매출규모는 약 2조2600억원, 총 생산량은 약 5만7800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까지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는 OCI가 유일했으나 2010년 한국폴리실리콘, 웅진폴리실리콘, KCC 등 3개사가 총 2만4200톤을 증설하면서 지난해 생산능력이 4만1200톤으로 증가했으며 국내 내수시장 규모도 2009년 3980톤에서 2012년 1만4600톤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태양광 마켓 리서치 기업인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지난해 OCI, 한국실리콘, KCC, 웅진폴리실리콘 등 4개사가 생산한 폴리실리콘 양은 총 1만8700톤이었으며 전세계 생산량의 14.1%를 차지했다.

올해는 3만8000톤으로 생산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세계시장 점유율 22.1%를 우리나라가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폴리실리콘 기업드르이 생산규모(단위 : 톤).

▲OCI독주 속 후발주자 잇달아 참여

현재 국내 폴리실리콘 시장은 OCI, 한국실리콘, KCC, 웅진폴리실리콘 등 4개사가 상업 생산을 하고 있으며 한화케미칼, 삼성정밀화학, LG화학 등 3개사가 사업 진출을 선언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국내 폴리실리콘 사업은 OCI가 독주 해왔다. OCI는 2007년 연산 6500톤 규모의 제1공장 건립을 시작으로 2008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 양산에 들어갔다.

OCI는 9-나인(99.9999999%)급의 고순도 폴리실리콘은 물론 10-나인(99.99999999%)급의 초고순도 폴리실리콘의 생산 능력을 갖춰 높은 품질과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있다.

또한 기술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경쟁력 강화라는 판단 하에 공격적인 대규모 생산라인의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OCI는 올해 하반기부터 새만금에 제5공장 증설을 추진, 총 1조8000억원을 투자해 2013년까지 세계 최대인 연산 2만4000톤 규모의 생산라인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는 단일 생산시설로는 세계 최대규모다.

새만금 공장이 준공되면 내년 준공 예정인 연산 2만톤규모의 제4공장을 포함, 총 8만6000톤의 세계 최대 생산시설을 확보하게 돼 폴리실리콘 세계 1위 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된다.

선두기업인 OCI가 공격적으로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가운데 지난해 생산을 시작한 한국실리콘, KCC와 최근 상주에서 연산 5000톤 규모의 공장을 준공한 웅진폴리실리콘 등 후발주자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실리콘은 3200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2월 전남 여수에 연간 3200톤 생산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을 완공, 현재 가동 중이다. 내년까지 1만톤 규모의 생산 시설을 증설해 총 1만3000톤까지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KCC도 지난해 2월 충남 서산 대죽산업단지에 6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준공하고 현재 상업 생산 중이다. KCC는 단계적 증설을 거쳐 연산 1만8000톤 규모까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웅진폴리실리콘은 지난달 13일 경북 상주에서 연산 5000톤 규모의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800억원을 추가 투입해 내년 초까지 생산능력을 7000톤까지 늘리고 2014년까지 7500억원을 투자해 총 생산량을 1만7000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연구개발 인력 및 시설에 대한 투자도 늘려 원가 및 품질경쟁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웅진폴리실리콘은 2015년 세계 시장 점유율 10%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웅진그룹 전체 매출의 20%, 영업이익 30% 달성이라는 또다른 목표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잉곳·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는 그룹 계열사 웅진에너지와의 시너지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 LG, 한화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폴리실리콘사업 참여를 선언하고 나서 향후 시장 판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올들어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이 1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최근에는 한화케미컬과 LG화학도 각각 1만톤, 5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특히 한화그룹은 태양광산업 전분야에 걸쳐 수직계열화할 것임을 밝혀 넘치는 의욕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들이 주도면밀한 분석을 통해 시장에 뛰어든 만큼 향후 폴리실리콘 시장은 총성없는 치열한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폴리실리콘 수요 및 공급 예측 그래프(자료제공: 솔라앤에너지)

▲폴리실리콘 시장 과열 조짐

진입장벽과 수익률이 모두 높은 폴리실리콘 사업에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연이어 참여를 선언하고 나서 과열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아직까지는 폴리실리콘에 대한 수요가 많고 수익률이 높긴 하지만 2013년 이후부터는 과잉 공급의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올해 이미 공급량이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급 과잉은 결국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기업들을 폴리실리콘사업에 뛰어들게 만든 ‘높은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게 되고 결국 일정 규모 이상의 몇몇 업체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CIGS 등 박막형 태양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장기적으로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막형 전지는 폴리실리콘을 사용하지 않고 얇은기판 위에 광흡수층을 증착시켜 제조하기 때문에 제조원가가 저렴하며 제조공정도 간단한 장점이 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광변환 효율면에서 아직 10% 내외로 낮기 때문에 널리 쓰이지는 못하고 있으나 기술개발로 점차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폴리실리콘을 주원료로 하는 결정질 전지가 전체 태양광시장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2015년 박막형 전지의 점유율이 3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100MW 규모의 CIGS 박막전지 공장 건설에 착수했으며 솔라앤에너지는 2013년 염료감응전지(DSSC)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BIPV(건물일체형 PV시스템)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염료감응전지가 상용화될 경우 그 수요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박막 전지의 상용화가 빨라지고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폴리실리콘을 사용하는 결정질 전지의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을 볼때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경쟁적으로 폴리실리콘 생산량을 늘였다가 그 수요가 줄어들 경우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순도 경쟁과 가격 인하

이러한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 업계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체 폴리실리콘 시장은 공급과잉이 맞지만 태양광용의 고순도 폴리실리콘만을 놓고 보면 아직까지는 공급물량에 비해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현재 폴리실리콘 시장은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폴리실리콘은 순도가 높을수록 광변환 효율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태양전지의 효율이 높아지고 발전량 또한 증가하는 것이다. 고순도 제품의 경우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몇몇 업체만이 안정적인 생산 및 공급이 가능하며 가격 또한 비싸 수익률도 그만큼 높다.

이처럼 최근 고순도 폴리실리콘은 그 수요가 계속 늘고 있고 수익률도 높기 때문에 업계는 고순도 폴리실리콘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태양광 업계는 폴리실리콘의 가격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2009년 초 110달러/kg까지 치솟았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그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태양광 신규 물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1년 만인 2010년 3월 기준 50달러/kg선까지 급락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최근(올해 4월 기준)까지는 75~78달러/kg선을 유지하고 있다.

임민규 OCI 태양광사업본부장(부사장)은 폴리실리콘 가격에 대해 “현재 75~80달러 수준이지만 하반기에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도 태양광시장에 대한 예측이 확정되면 가격조정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해 가격 인하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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