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 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에너지신문]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사업은 30조원의 국부유출이 이뤄진 사상 최대의 사기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에너지 안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자원공기업을 투입해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 광물은 99%인 나라에서 에너지 안보와 자주개발률 제고는 꽤나 매력적인 치적 홍보 수단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주개발률 제고를 위해 직접 나섰다.

지난 2008년 3월 17일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이 전 대통령은 “내용 면에서 매우 형식적이고, 어떻게 해서 (자주개발률을) 올릴 수 있는 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질책한 바 있다.

그 뒤 지경부는 곧바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고, 3달 만에 결과가 나왔다. 2012년까지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18.1%로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2008년 당시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5.7% 수준이었다. 정부는 자원공기업 3사에게 경영평가에서 자주개발률 달성여부에 따라 천상과 지옥을 오가는 점수표를 만들어 압박했다.

M&A에 아무런 경험이 없었던 자원공기업 3사는 정부가 정해준 자주개발률 목표 달성을 위해 ‘묻지마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돈을 대줄테니 무조건 해외광구를 사들여 몸집을 키우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자원 매물시장에 나온 먹이감을 물어다 주는 투자자문사도 필요했다. 자문사를 선정하면서 공개입찰 형식을 취했지만, 최고의 M&A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사(TD Securities)가 계량평가에서 1등을 했음에도, 이를 제치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메릴린치가 석유공사의 주자문사로 선정됐다.

특히 석유공사는 투자자문사를 통해 값을 후하게 쳐줄 테니 우리한테 팔라는 신호를 보냈다. 해외유전개발사업 내부 규정에 확인매장량 뿐만 아니라 추정매장량까지 100% 자산가치를 인정해주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한국이라는 호구 시장을 매도자에게 연결해준 자문사가 바로 메릴린치였다. 게다가 캐나다 하베스트사를 인수할 때, 메릴린치는 매장량평가기관의 실사보고서까지 왜곡해 하베스트 생산광구의 자산가치를 부풀렸다.

정유시설인 하류부문은 매도인이 제시하는 데로 자산가치를 반영해 인수가격을 정했다. 이렇게 석유공사는 하베스트를 4조 5000억원에 인수했고, 4년만에 1조 7000억원의 손실을 보고 정유시설을 매각했다. 그리고 상류인 생산광구는 매년 수백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메릴린치가 자문한 미국 앵커 해상광구, 이글포드, 영국 다나 광구도 모두 비싼 가격으로 인수했다. 고액의 인수가격은 자문사의 성공보수액을 상승시켰다. 메릴린치는 석유공사에게 덩치 큰 4개의 광구를 사주고 250억원의 자문료를 챙겼다.

‘자주개발률’을 높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자원공기업이 30조원의 ‘묻지마 투자’를 했고, 이 투자금은 20년이 지나도 회수될 가망성이 없다는 사실은 국정조사에서 이미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어떤 범법행위나 사기 및 배임행위가 있었는지를 수사하는 것은 검찰의 몫이다. 정부, 여당은 야당 국조특위 위원들에게 위험성이 높은 해외사업을 하다보면 손해를 볼 때도 있다며 에너지 안보를 추구하려던 MB정부의 고귀한 의지를 폄훼하지 말라는 기막힌 충고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99%의 밀가루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그렇다고 식량안보와 밀가루 자주개발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에 있는 밀밭을 사들여야 하는 지 묻고 싶다. 이제 에너지 안보, 자주개발률이라는 허상은 던져버려야 한다.

다시는 이런 허상을 수단으로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공기업이 파산직전까지 몰리는 어리석음이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조금은 아프고 국격이 훼손될 지라도 잘못된 판단으로 30조의 국부유출에 책임이 있는 자원개발 오적(5인방)은 반드시 국회 청문회에 나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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