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개선에 1분기 정유4사 흑자 전망
이란 핵협상 타결 등 ‘악재’에 체질개선 나서

▲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은 낸 정유사들이 올 1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사진은 SK주유소 전경.

[에너지신문] 지난해 유가급락의 직격탄으로 사상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정유업계가 모처럼 실적 개선을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S-OIL은 지난 27일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공시에 따르면 매출액은 4조 3738억원, 영업이익 2381억원, 순이익 2113억원이다.

34년만의 적자를 기록한 지난 4분기 영업실적(영업손실 2440억원)과 비교하면 407%나 증가한 셈이다. 영업이익률도 2012년 3분기(6.1%) 이후 최고치인 5.4%에 이르렀다.

29일 현대오일뱅크도 11분기 연속 흑자를 알렸다. 이날 현대오일뱅크는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2015년 1분기 3조1192억원의 매출액과 9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지만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률이 3%로 급증하는 등 저유가 속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아직 실적 발표 전인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전환에 성공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2000억원 안팎, GS칼텍스가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그리고 S-OIL은 정유사업에서 각각 9919억원, 9730억원, 69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창사 이래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4분기에는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100달러대에서 40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SK이노베이션 7100억원, S-OIL 3100억원 등 3사 모두 수천억원 대의 재고평가손실을 봤고 이는 고스란히 적자로 이어졌다.

정유4사가 주주배당까지 포기케 한 최악의 실적은 1분기 만에 개선됐다. 이는 정제마진 개선에 기인한다. 정제마진이란 원유 수입가와 이를 정제해 만든 제품 판매가의 차이로 정유사 수익성을 알아보는 대표적인 지표다.

정유사가 원유수입부터 제품 판매까지 대략 1개월 가량이 소요되는데 지난해 내내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 비싸게 들여온 원유를 정제해 싼값에 파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하지만 올들어 국제유가는 55~60달러 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가격대가 OPEC이 러시아와 미 셰일을 견제할 수 있는 수치로 판단, 당분간 이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유가가 안정되면서 정제마진도 호조세를 보였다. 글로벌 공급과잉의 일부 해소도 정제마진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 대만과 중국 등지의 경쟁사들이 봄철 대규모 정기보수에 들어간데다 미국 정유사 노조들이 파업을 벌이면서 전세계적인 공급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가는 지난해 배럴당 7~8달러에 그쳤던 복합정제마진이 올 1분기 평균 9~10달러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는 최근 정제마진이 11달러를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2011~2014년 평균인 배럴당 10달러보다도 10% 이상 높은 수치다.

하지만 모처럼의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정유사들은 여전히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1분기에 실적이 원유가 등락폭이 줄면서 일시적으로 수익이 나아진 일시적 현상일 것이란 우려다.

오히려 국내외 치열한 경쟁으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영업환경은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한때 호황을 누렸던 수출의 경우 글로벌 경기 불황의 지속과 국내 정유사의 주요 시장이었던 중국과 인도, 중동 지역에서 정유시설이 급증하면서 수요가 갈수록 줄고 있다.

특히 최근 이란 핵 협상 타결로 이란이 원유시장 복귀를 선언해 원유 공급 증가가 불가피해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알뜰주유소 등 정부의 유통시장 개선정책에 따라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정유업계는 수익률이 2, 3%대에 불과한 정유사업보다 석유화학,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에너지 등 비(非) 정유사업 비중을 높이고,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자금확보를 위한 구조조정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은 200억 상당의 인천부지 내 유휴부지 매각공고를 냈다. GS칼텍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00여개의 직영 주유소를 매각할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정유사간 구조조정이나 지분매각, 비상장정유사의 해외 매각 또는 해외기업과의 인수합병 소식이 ‘설’로 돌고 있다.

지난해와 같은 유가 급락이 당장 재현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공급과잉과 그에 따른 제품가 하락, 국내외 경쟁 강화는 불가피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올 한해 정유사들의 체질개선과 구조조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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