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스크에 셰일 위기까지 ‘악재’ 산적
산업 고도화, FTA활용 등 질적 구조개선 필요

[에너지신문] 석유화학산업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석유화학 대표 기업인 LG화학, SK종합화학, 롯데케미칼 등 3사의 2011년 영업이익은 4조2200억원에서 지난해 1조85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연이은 실적부진에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출범 40년 만에 초유의 회장 공백 사태를 겪고 있다.

정부도 업계의 위기감을 인식, 수입규제 대응반 가동과 절차 특례 등의 특별법 제정 등 지원에 나섰다.

이런 시점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이 석유화학산업의 원인이 높은 대중국 의존도에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의 고도화와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악’소리 석유화학산업, 차이나리스크‧셰일 위협에 ‘깜깜’

산업연구원(김도훈 원장)이 4일 ‘차이나 리스크에 직면한 석유화학산업의 대응방향’ 보고서를발표해 국내 석유산업의 현황을 진단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2013년 112조원의 생산액과 26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3만 6000여 명의 종업원을 보유한 국가 기간 소재산업이다.

2014년 기준 에틸렌 생산능력 세계 4위로, 생산량의 55.1%(482억 달러 규모)를 수출한 주력 수출 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대내외 여건의 급격한 변화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실적이 크게 부진한 상태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수요부진 지속 및 자급률 상승에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등의 요인들이 겹쳐, 국내업계가 재고누적과 매출액‧영업이익 급감 등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석유화학 실적 부진에는 특히 과도한 중국의존에 따른 ‘차이나 리스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1990년 직후, 협소한 내수시장에서 공급과잉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 중국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았다.

뛰어난 공정관리 기술, 세계최대의 석유화학 수입시장인 중국과의 지리적 근접성, 신속한 납기, 다양한 수입수요 변화에 민첩하고 탄력적인 대응 등의 강점으로 중국시장 점유율 1위 수출국의 위상을 확보했다.

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의 총수출액 중 중국시장(홍콩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수교 당시만 해도 29.8%에 머물렀으나, 그 후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2000년 43.6%, 최근에는 대부분 50%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활로가 됐던 중국이 최근에는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국내 업계 실적이 중국 한 나라에 휘둘리는 모양새라는 것. 실제 최근 들어 경제성장 둔화와 자급률 상승으로 중국의 석유화학 수입 수요가 크게 낮아지면서, 국내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중국시장에서 중동·동남아 등 후발국의 추격과 이에 따른 경쟁 격화로 우리나라의 중국시장 점유율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합성수지 시장에서 한국은 중동과 ASEAN 제품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으며, 합성고무 시장은 이미 미국에 추월당한 상태다.

향후 압도적 원가경쟁력을 갖춘 중동이 수출품 다각화 전략을 통해 합섬원료 및 합성고무 시장에도 진출할 경우,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국제유가 급락으로 석유화학 업계의 영업이익이 단기적으로는 상승했으나,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수요부진과 제품단가 인하 압력 증대로 수익성 개선에도 한계로 작용할 것이란 부정적 예측을 내놓았다.

지난해 11월부터 공급과잉에 의한 에틸렌 제품 가격의 하락 여파로 에틸렌-나프타 마진이 감소해 유가하락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4년 8월∼2015년 1월 중 나프타 및 원유 가격은 51%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에틸렌 제품 가격은 36.9% 하락했다.

이처럼 유가하락과 함께 중국 및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수요부진으로 최종제품 가격인하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국내 업계의 고전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셰일가스 혁명, 환경규제 강화도 중장기적인 위협요인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셰일가스 기반 화학제품의 본격 생산 개시 시점을 이르면 2016년 하반기부터, 초과생산분의 아시아 및 유럽 시장 유입 시점은 2017∼2018년경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 셰일 기반 에틸렌계 유도품의 수출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큰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석유화학 기업의 원가상승을 유도하는 환경규제가 강화도 난제로 지목된다.


■구조조정‧질적 구조 고도화 전환 돌입해야

석유화학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감·신속한 구조조정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외 석유화학 제품 수급상황을 보건대, 향후 수년 내 계획된 NCC공장의 신증설 취소를 감안하더라도 공급과잉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기업 간 과감하고 신속한 M&A를 통해 대형화에 의한 규모의 경제 확보 △업체 수 감축으로 과당경쟁 체질 개선 △전체 산업구조의 고도화 등 본질적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관세 철폐 등 한·중 FTA 기회를 활용하고, 동남아 등 신흥시장 공략 등 수출시장의 다변화 전략도 눈여겨보라는 주문이다.

특히 산업연구원의 보고서는 “중국이 머지않은 장래에 석탄화학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국가로 전환되고, 북미의 셰일가스 기반 석유화학 증설물량이 확대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있어 구조조정의 적기”라며 “저렴한 셰일가스 기반 화학제품의 아시아시장 유입이 늦어도 2018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량기업의 사전적, 선제적, 자발적 구조조정 촉진과 투자촉진 효과 극대화를 위해 기업의 사업재편에 필요한 지원을 한데 끌어 모은 패키지형 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경우 석유화학 11개사의 경상이익 부진이 지속함에 따라, 2013년 12월에 제정된 ‘산업경쟁력강화법’에 의거해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데, 설비과잉이라는 판단하에 업스트림(NCC설비)의 가동중단, 감산 등 통폐합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구조개선도 필요하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생산구조는 제품차별화가 어렵고, 제조원가가 주된 경쟁력 요소인 범용제품이 80%를 넘는 개도국형 생산구조로 산업발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범용부문은 저렴한 원료산지에 진출해 현지생산을 확대하되, 국내에서는 모체 공장(mother plant)만 남기는 대신 고부가 스페셜티 부문의 R&D를 강화. 즉 이원화(Two-track) 전략이 유용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기술경쟁력이 더 중시되는 고기능성 스페셜티 화학소재(전자소재,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및 친환경 제품(바이오플라스틱, 바이오촉매 등) 위주로 사업구조 개편을 가속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R&D세제 감면 확대, 시험평가센터 설립, 구매조건부 혁신소재 개발 및 공공조달을 통한 대량수요 창출 등으로 리스크 경감을 위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화학산업연구원 관계자 역시 “침체기를 맞은 화학산업의 돌파구는 전자정보용 화학소재, 바이오화학소재, 에너지관련 화학소재 등 융·복합으로 발생하는 유망화학제품을 포괄하는 정밀화학산업을 육성에 있다”며 “아울러 국내 화학산업 지역인 울산, 여수 지역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전지를 포함한 그린에너지 등을 결합한 특화된 정밀화학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내수 공급 과잉과 셰일의 습격을 앞둔 지금, 석유화학업계가 산업구조 패러다임 전환의 적기를 놓치지 않고 재도약을 실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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