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유가 상승 제한적…천연가스도 약세 압력
대체에너지 역할 확대…효율개선 기술력 중요

▲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에너지신문] 지난 해 6월 배럴당 111달러이던 두바이 유가가 올해 초 43달러로 급락, 반년 사이 61.3%나 하락했다.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국면이 4년만에 무너졌다. 140달러에서 40달러로 71.4% 급락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현재 유가가 60달러대로 반등하는 모습이다.

저유가로 세계경제 석유 수요는 어느정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유가 하락은 세계경제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 순수입 국가에게 교역조건 개선, 물가 안정, 실질소득 증가 등의 긍정적 효과를 유발할 것이다.

다만 유가 하락의 수요 진작 효과가 과거에 비해 제한적일 것이다. 석유 순수입국에 대한 긍정적 효과 보다는 산유국 경제불안이 더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석유 소비 효율화와 성장방식 전환까지 감안한다면 석유수요 둔화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 신흥국들이 유가 보조금을 삭감해 재정 확충과 국내 기름값 안정, 석유소비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성장이 둔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와 제조업에서 소비와 서비스 중심으로 성장 구심점이 전환되고 있다. 석유수요가 크게 늘어날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향후 세계석유 시장은 공급 둔화에 기대어 수급균형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원유생산 단가가 높고 자금력이 부족해 한계에 내몰린 석유기업이나 유전,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원유생산 감소가 나타날 전망이다.

파죽지세로 확대된 타이트 오일 생산 역시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평균 생산단가가 배럴당 60달러대로 추산되는 타이트 오일 개발 활동이 유가 급락으로 급속히 움츠러들었다. 다만 유가 상승 폭과 속도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유가가 반등할 경우에는 타이트 오일 개발과 생산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5~10년 정도 소요되는 전통 유전 개발과는 달리 타이트 오일은 시추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수 개월에 불과하고 생산성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Eagle Ford 지역 기준으로 타이트 오일 생산성은 5년 간 10배 향상됐다.(<그림 1> 참조)

▲ <그림1>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타이오오일 생산성 *주:Mcf/d는 일산 100만 입방피트. 미국 Eagle Ford 지역기준(자료: EIA)

원유 생산 단가 하락과 재고 확대도 유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수익악화에 대응해 석유기업들이 비용절감과 감원 등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사력을 다하고 있으며, 유전개발 수요가 위축되면서 유전개발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 비용도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원유재고 역시 크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국제석유 시장에서는 수요 부진 속 공급 탄력성 확대와 공급 단가 하락으로 100달러 이하의 저유가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IEA는 초과 공급 상황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면서 유가가 더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투자은행들 역시 제한적인 유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타이트 오일 생산성이 지속 향상되고 석유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지속 가능한 균형유가 수준이 더욱 낮아질 수도 있다.

유가에 연동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락하면서 세계 천연가스 가격도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공급과잉에 놓인 천연가스와 연료탄 시장에 저유가가 추가적인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화석 에너지 시장 전반이 약세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전히 석유가 에너지원 중 비중이 가장 크고 생산지가 지역적으로 편재돼 있기 때문에 에너지 시장이 지정학적인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파병으로 유가가 예민하게 요동을 친 것만 봐도 그렇다. 지정학적인 중단기적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 중동 등은 지정학적인 돌발요인들이 발생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시장이 과거와 특히 달라진 것은 공급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석유, 석탄, 천연가스만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 상승으로 수요 둔화 요인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풍력과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공급 확대 요인이 동반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효율화는 코스트가 가장 적게 드는 에너지 절감 요인이 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는 화석연료에 근접해 있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 빠르게 단가와 효율성이 개선되고 있고 적용 범위도 확장되고 있다. 저에너지 가격이 장기 대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가 하락이 반드시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위축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유가 하락으로 다른 에너지원의 가격하락 경쟁이 더 부추겨질 수도 있다. 태양광의 경우 패널 단가 하락으로 투자가 전년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아도 매년 추가되는 증설량은 이미 크게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태양광 발전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설치 가능 지역과 단위 면적당 발전량 등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설비효율과 생산효율 등에 걸친 경쟁력 향상이 유가하락으로 멈추진 않을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투자 확대 기조가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어지고 있다(<그림 2> 참조).

▲ <그림2> 최근 유가 급락에도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확대 추세 *주: 2009년에는 경기 침체에 따른 유가 급락 시기에서는 신재생에너지 투자 위축이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공급충격이 초래한 유가 급락은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영향력 없어 보인다. (자료: BNEF)

결국, 화석 에너지의 공급 탄력성이 계속 높아지고 에너지 소비 효율화가 확산되며 대체 에너지의 역할 확대가 탄력을 받는다면, 에너지 풍요 시대의 진입 가능성도 점차 높아질 것이다. 이는 에너지 문제에 대한 시각을 바꿀 필요성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단기적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부족 시대가 아니라 에너지 풍요의 시대, 고에너지 가격이 아니라 저에너지 가격 시대가 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투자 타당성 분석, 국가 에너지 전략 등이 에너지 고가격에 맞추어진 부분이 있다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고유가를 전제로 한 사업 계획들이 있다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저유가는 화석에너지 사용을 확대시키고 연장시키겠지만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과 가치를 크게 훼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산업에서 효율 개선 압박을 더 높여 효율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고 관련 기술의 영향력과 중요성은 더 커질 수 있다. 태양광의 효율을 높이는 일, 적용 대상을 넓히는 것 등의 중요성은 변함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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