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가격을 모르고 물건을 먼저 받은 후, 나중 물건 가격을 얼마로 결정했으니 그 돈을 지불하라고 한다면 물건을 사는 사람의 상황은 어떨까? 이런 판매 방식이 현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 과연 올바른 것일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유사와 주유소업계 사이에서 사후정산제도가 바로 이런 모순된 가격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최근 주유소 업계를 중심으로 사후정산제도 폐지 요구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주유소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이 제도를 폐지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제도가 있는 한 정유사간 가격을 놓고 서로타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공급구조에서부터 가장 비싼 SK의 공급가가 기준으로 정해지고, 추후 차액을 돌려주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정유사에겐 손해를 최소화할 완충장치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반면 주유소들은 정확한 공급가를 모른 채 기름을 받다보니, 정산가격이 높을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마진율을 높일 수밖에 없으니, 마치 주유소를 통해 간접적으로 기름값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주유업계의 설명이다.

정유사측은 사후정산제도를 적용해도 공급가가 시장가보다 높을 경우 차액을 돌려주고 있다며 오히려 정유사의 갑질이 아니라 주유소의 경영악화를 방지하는 제도라 주장한다.

하지만 지위를 이용해 고객이 싫다는 것을 굳이 강요하는 행위가 갑질이 아니라면 과연 우리 사회에 갑질인 것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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