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나래 기자

[에너지신문] 나라가 소란스럽다. ‘메르스’가 거리를 휩쓸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환자수에 ‘덜익은 낙타고기를 먹지 마라’는 예방요령을 늘어놓는 정부 행태는 실소를 부른다.

전대미문의 전염병 확산에 여론이 들끓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부, 즉 소란만 있고 대책은 없는 현 상황은 단순히 이번 사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 1일 검찰은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소환, 16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이후 주춤했던 자원외교 비리수사가 재개된 것.

검찰은 강 전 사장에게 지난 2009년 캐나다의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와 정유 부문 자회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 공사에 1조원대 손실을 끼친 과정을 집중 추궁했다.

이에 강 사장은 정부 정책과 경제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소명했고, 윗선으로 지목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은 부실인수의 책임이 강 전 사장에게 있다고 판단, 추가 조사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검찰이 공기업의 당시 사장들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25일간의 국정조사, 여야의 치열한 정치공방, 검찰 수사 등 요란한 과정에 비해 허탈한 결과다.

부실 사업에 대한 검증과 조사를 통해 환부를 도려내고 발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약속은 실종된 채, 폭로와 논쟁으로 얼룩지면서 오히려 해외자원개발사업은 관심의 변두리로 쫓겨났다.

공기업은 물론 이미지 악화와 지원 축소에 민간기업마저 발을 빼면서 업계는 고사 직전에 내몰렸다. 내년에도 내실화를 이유로 지원을 기대하긴 힘든데다 정쟁 과정에서 극비 계약 조항을 노출하거나 검증없이 상대국 고위급의 비리연루설을 제기함에 따라 국제 신뢰마저 잃어 업계는 더 위축될 전망이다.

반면 경쟁국인 중국은 저유가를 기회삼아 싹쓸이하다시피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해외자원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요란했던 문제제기 만큼, 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한 제대로 된 고민과 대책마련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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