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나 매각 검토 중…재원 확보‧구조 개선 일환

[에너지신문] SK이노베이션이 윤활기유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사장 정철길)은 11일 “당사는 투자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당사의 100%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의 IPO 또는 매각 등을 검토 중에 있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이어 “추후 해당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SK루브리컨츠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왔다. 7월 내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가 완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의 매각 제안을 받고, 검토하게 된 것.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PO 추진 중 매각 제안이 와서 검토하게 된 것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SK루브리컨츠는 2009년 옛 SK에너지에서 윤활유 사업부문을 분할해 설립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국제유가 하락의 여파로 37년 만에 적자전환했음에도 윤활기유 수요 증가로 매출 3조 5293억원, 영업이익 2954억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2999억원, 15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매년 꾸준한 실적을 낸 알짜 기업이다.

이같은 우량 자회사의 매각 검토는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에 기인한다. 매각이 IPO보다 더 많은 금액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의 IPO로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은 1조원대, MBK파트너스가 제안한 매각 금액은 2~3조원대다.

정철길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 상장이나 비핵심 자산 매각과 같은 자산 유동화를 추진, 핵심사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페루 TgP 지분(2780억원)과 일본 타이요오일 지분(92억원), 포항물류센터(100억원 안팎)를 처분했으며 현재 SK인천석유화학의 유휴부지 매각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석유개발사업 확대 등 신규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대부분의 자금이 차입금 상환에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10조 9752억원에서 올해 1분기 9조 6315억원으로 1조원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 또한 119%에서 102%로 낮아졌다. SK 측은 올해 차입금 규모를 6조원 대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저유가 등 정유업계의 구조적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차입금을 줄여 재무건전성을 확보, 생존 기반을 탄탄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정유사 실적이 개선됐지만 저유가의 지속과 석유제품, 화학제품의 과잉공급이 전망되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부채가 많은 SK이노베이션은 그룹 생존 차원에서 보다 공격적인 구조조정과 재무개선 작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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