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남 국회의원(정의당)

▲ 김제남 국회의원(정의당)

[에너지신문] 11일 박근혜 정부가 ‘국가 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의 배출전망치와 함께 4가지 감축 목표로 제안된 이번 시나리오는, 박근혜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은커녕 환경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없이 여전히 구태한 개발중심, 기업우선 정책만을 고집하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먼저 감축 기준이 되는 배출전망치(BAU) 문제가 크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제시했던 2020년 기준 7억 7610만톤을 훌쩍 넘는 2030년 기준 8억 5100만톤을 내놓으면서 결과적으로 ‘몇 퍼센트 감축 하는가’를 논하는 의미가 상실됐다.

무조건적인 배출량 증가 예측은 물론, 불확실한 미래 기준으로 배출전망치를 잡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계속 고집하는 것은 결국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무력화하려는 일부의 시도를 부추기는 것에 다름없다.

더군다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기준연도 대비 절대량 방식을 쓰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에 매우 수동적임을 보여주는 예다.

이번 경우가 나쁜 선례로 남아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배출전망치를 계속 상향 수정한다면, 감축목표는 매번 허언이 되고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신뢰는 바닥을 칠 수 밖에 없다.

14.7%, 19.2%, 25.7%, 31.3%를 각각 내놓은 감축 시나리오도 무책임하다. 그 어떤 경우를 선택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애초 약속했던 2020년 기준 5억 4300만톤을 넘어서게 된다.

이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후퇴 금지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며, 경우의 수라고 해봐야 차선도 차악도 없는 최악의 결과만이 예상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GCF 사무국 출범식과 유엔 기후정상회의 등에서 ‘30% 감축’을 재차 확인하며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10일 발표한 정부의 시나리오는 박 대통령의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배출전망치와 감축 목표 시나리오의 근거 또한 문제 투성이다. 경제성장율 등을 무시한 과도한 배출량 전망은 물론, 감축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신규원전 건설이라는 점에서 얼마전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지적됐던 사항들이 쌍둥이마냥 똑같다.

다시 한번 신규원전 건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구적 기후변화를 대응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의 발표는 국제적인 약속이자 의무인 온실가스 감축목표 조차 신규원전 건설의 들러리로 세운 거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만 하다.

애초에 예상했던 일정보다 3개월이나 빨리 유엔에 제출하겠다고 제대로된 의견 수렴도 없이 밀어부치는 모습을 보면 없던 의구심도 생겨날 수밖에 없다.

특히 그동안 민관합동검토반을 구성하고도 논의를 지지부진하더니 결정 과정마저도 배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이미 민관합동검토반 시민사회 추천 위원들은 별도의 입장문을 내며 정부의 결정과 그간의 부실한 논의 과정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의 객관적 연구와 검증 절차를 무시하고, 배출량을 높이고 감축 목표를 줄이자는 한쪽의 입장만을 담은 정부의 이번 발표는 향후 사회 갈등만 키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구적 협력과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계획 조차 합리적 토론과 합의보다 갈등과 반목으로 몰아가는 정부의 행태가 매우 유감스럽다.

이에 국회기후변화포럼에서는 오는 18일 국회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어 이번 정부의 발표에 대한 면밀한 검증과 함께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정부도 일방적인 추진을 멈추고 국회와 전문가, 경제계, 시민사회 등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계획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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