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 4연속 낙찰ㆍ한화 정유업 재진출 주목
정유사, 유가회복에 마진VS점유율 ‘주판알’

▲ 2015년 알뜰주유소 유류공급권 입찰이 본격화됐다. 사진은 알뜰주유소 전경 이미지.

[에너지신문] 3일 알뜰주유소 유류공급권 입찰공고가 게시되며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올해 유류공급권을 두고 정유업계의 경쟁 양상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올해 입찰 기준은 가격에 더 무게가 실렸다. 계약기간이 2년으로 늘고, 입찰방식이 최저가경쟁입찰로 바뀐 것. 정유사로서는 가격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진 셈이다.

지난해 최악의 경영난으로 긴축경영ㆍ수익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데다 올들어 유가가 60달러선을 회복, 마진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이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반면 혼란한 국내외 석유시장에서 대규모의 안정적인 공급량을 확보할 수 있고, 3% 안팎의 점유율도 늘릴 수 있어 정유사가 쉽게 경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올해 낙찰자는 누구?

알뜰주유소 입찰과 관련돼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낙찰자다. 1부시장에서는 지난 3번의 입찰에서 모두 공급권을 가져간 현대오일뱅크의 4연속 낙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입찰은 1,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시장은 12억리터 규모의 휘발유, 경유, 등유 등 3종의 제품을 직접 배송까지 하는 시장으로, 사실상 정유4사의 경쟁무대다.

현대오일뱅크는 1부시장에서 중부권, 즉 수도권과 충청, 강원권의 공급권을 3년 연속 따냈다.

충남 서산에 정제시설을 갖추고 있어 울산, 여수 등에 공장을 갖고 있는 타 정유사에 비해 물류비 등에서 유리,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높다.

시장 후발주자이다 보니 3% 가량의 점유율 확대와 대량 물량 공급권 확보할 수 있는 알뜰주유소 입찰에 타 정유사보다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는 2부 시장에서 한화토탈(전 삼성토탈)과의 경쟁에서 근소한 차이로 뒤졌고, 1부시장에서도 차순위 공급권을 따낸 SK에너지에 비해 대폭 낮은 가격으로 낙찰받아 정유업계에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올해도 지난해 수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공격적인 가격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남부권 입찰은 현대오일뱅크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지, 아니라면 타 정유사가 어느 정도로 경쟁에 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남부권 공급권은 2012년 GS칼텍스, 2013년 S-OIL, 2014년 SK에너지가 각각 선정된 바 있다.

이중 업계 1,2위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결국 S-OIL의 선택이 남부권 공급권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2부 시장은 한화토탈의 낙승이 점쳐지고 있다. 알뜰주유소가 도입된 2012년 이래 계속 공급자로 선정됐고, 한화토탈 생산 유류의 내수 물량 80~90%를 석유공사를 통해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만큼 올해 입찰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는 한화가 공식적으로 정유업 재진출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2부 시장 공급자로 선정되면 한화는 지난 1999년 경인에너지를 매각한지 16년만에 정유사업을 재개하게 된다.


◉최저가 부담 커진 올해, 정유사 경쟁 양상은?


올해 알뜰 입찰의 가장 큰 변화는 입찰방식과 계약기간이다.

1부시장에 ‘최저가 경쟁입찰’을 도입, 공급권역을 중부권, 남부권으로 구분해 각각 입찰가를 받아, 최저가를 낸 정유사에게 공급권을 부여한다. 계약기간도 오는 9월 1일부터 2017년 8월 30일까지로 종전 1년에서 2년으로 늘었다.

입찰가격이 곧 공급가격이 되는 데다, 2년간 공급해야 하는 만큼 정유업계로서는 가격 인하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늘었다.

최근 회복세를 타고 있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도 변수다.

국제유가가 60달러선을 회복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제품가격도 상승세를 타며 마진이 크게 개선됐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3분기 배럴당 4.3달러 올해 1분기 8.5달러까지 치솟았으며, 2분기에도 8달러선을 유지했다. 최근 6년간 최고 수준이다.

마진 호조로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데 이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가 확실시되고 있다. 업계는 사상 최대 호황기였던 2011년 수준, 즉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이 최대 2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경쟁을 벌여 무리하게 공급권을 확보하는 것은 이익이 되지 않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란 핵협상 타결 등 국제 변수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도 정유사의 고민이다. 지난해와 같은 유가 급락이 재현될 수 있는 상황에서 2년 계약은 ‘출혈’이 될 수 있다는 것.

알뜰주유소 공급권의 최대 매력이었던 점유율 확대와 대량 물량 공급처 확보는 예년보다 가치가 낮아졌다.

정유사의 영업 경쟁은 점유율보다 경제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추세이고, 지난해 석유공사는 사업자들의 현물 구매 이탈로 계약보다 적은 물량을 구매했다. 낮은 가격에 적은 물량을 내어줘 사실상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올해도 공급권 확보와 마진 확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접점을 찾아야 하는 데, 현 상황에서 입찰권을 따내기 위해 저가를 적어 내기엔 당장 포기해야 하는 수익과 향후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 정유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올들어 정유업계가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생존을 위해 비핵심 자산을 털고, 대규모 인력조정까지 나선 정유사가 이익이 되지 않는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낮기 떄문이다.

실제 정유4사가 회원사로 있는 대한석유협회는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가 알뜰주유소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지난달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차원일 뿐, 알뜰주유소 사업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유업계의 의견”며 “마진 호조, 국제 정세 불안 요소가 상존하는 현 시점에서 가격경쟁을 더 강조한 올해 입찰은 오히려 정유사들의 참여 부진과 보수적 가격설정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 석유시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경쟁중심 정책과 과도한 세금으로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내수에 집착하지 않더라도 수출만으로 충분히 이익이 나는 상황에서 수익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주유소 사업자와 정부에 끌려 다녀야 하는 알뜰주유소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정유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시장의 변수가 커 후발주자 정유사에게는 시장 일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알뜰주유소 입찰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3%라는 점유율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입찰에도 정유 4사가 전부 참여,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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