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업계 수장에게 듣는다Ⅲ… “가짜 ‘표적’ 일반판매소, 폐업지원 절실”

[에너지신문] 비전통자원의 부상, 즉 북미 셰일가스로 인해 촉발된 지난해 유가급락은 세계 석유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국내 석유업계 역시 재고손실과 저유가로 인해 촉발된 가격경쟁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특히 석유유통업계에서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주유소업계와 일반판매소업계의 타격은 더욱 심했다. 이미 과포화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저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혈이 상당했던 것. 특히 업종 특성상 폐업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해 한계업소들이 폐업 대신 업소를 방치하거나 임대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가짜석유 유통에 이용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에 업계는 정부에 폐업지원을 요구하는 한편, 생존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특히 사업자들의 단체인 협회를 통해 정부의 정책지원을 요구하는 한편 경영환경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모양새다.

석유유통업계 최일선 사업자들의 대변자인 한국주유소협회, 한국자영알뜰주유소협회, 한국일반판매소협회 회장에게 업계 현황과 주요 추진 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겨울 한철 등유 장사, 가스 확대 정책에 개점 휴업 -
              -경영난 악용 가짜업자 기승…정부 관심·지원 필요-

 

▲ 임총재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 회장

최근 석유업계는 정유사부터 주유소까지 모두가 ‘불황’이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전부터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곳이 있다. 등유를 주로 취급하는 석유일반판매소다.

정부와 대중의 외면 속에 방치되고, 이제는 가짜 석유 업자들의 표적이 돼 사회적 문제로 낙인찍히고 있는 상황이다.

임총재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 회장을 만나 업계 현황과 협회가 추진 중인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석유일반판매소협회의 역할은?

=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는 1991년에 설립돼 전국에 11개 지역에 지회를 두고 활동 중이다.

그동안 등유개별소비세의 인하와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에너지 바우처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석유일반판매소의 영업환경과 수익 구조 개선에 크게 이바지했고 업계의 대변인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석유시장유통질서 감시단을 구성해 회원사의 업역 보호 및 불법 업자 퇴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 일반판매소의 가짜석유 유통 적발이 늘어 우려를 사고 있다.

=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가짜석유 등으로 판매소 105곳이 적발됐다. 2013년 하반기와 비교해 1년 사이 3배 넘게 급증했다.

가짜석유 유통형태와 업계의 경영난, 정책적 소외가 맞물린 결과다. 최근 가짜석유는 경유에 등유를 섞어 이동탱크 차량으로 유통되는 추세다. 등유를 주로 유통하는 석유판매소는 주유소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처벌수위도 낮다. 특히 경영난으로 폐업비용이 없어 방치된 업소나 비수기 임대료라도 벌어보려고 업소를 빌려준 한계 업소가 표적이 되고 있다.

정부의 가짜석유 근절 정책에서 판매소가 소외된 점도 불법업자들의 성행을 부추기고 있다. 사실 협회는 보일러 등유 폐지 시 현 상황을 예견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외면당했다. 이제라도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판매소 단계의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심각한 업계 경영난의 원인은 무엇인가?

= 정부 도시가스 확대 정책이다. 도시가스가 도입되면 지역내 상권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최근 농어촌에 배관을 통해 LPG를 공급하는 정부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우려된다.

협회는 이같은 정부 정책으로 산업이 붕괴됐음을 부각시키며 업계 구조조정, 즉 페업지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겨울 한철 장사로 일년을 버티는 판매소업자들은 평균 1500~2000만원 의 위험물시설 폐기비용이 없어 폐업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한계업소가 불법업자의 표적이 되고 있는 만큼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서라도 지원이 시급하다. 또한 월수입 100만원 미만의 한계업소를 시장에서 퇴출시킴으로써 정상업소의 경영 환경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밖에 협회가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면?

= 소비량 증가를 위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판매소 운영 비용과 제품 가격을 낮춰 소비를 촉진하고, 에너지 복지 정책을 활용해 소비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주유소와 같은 1.5%로 하향조정했고, 등유 개별소비세를 60원까지 내리는 데 기여했다. 향후 신용카드 1%, 체크카드 0.7% 선까지 인하하고, 등유 개별소비세 폐지를 위해 노력하겠다.

에너지 복지 실현과 업계 수요 확대 차원에서 한국에너지재단과 손을 잡고 에너지 빈곤층 등유 나눔 행사 등을 통해 지난 몇 년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창출했다. 협회가 지속적으로 건의, 올해 본격 시행되는 에너지바우처제도는 재원의 50%정도가 판매소의 매출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판매소업계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하신다면?

= 경영난 심화로 업계에 대한 관심도 약해지는 것 같다. 힘들 때 일수록 뭉쳐야 산다고 생각한다. 판매소업계의 고통을 호소하고 정책적인 보호·지원의 필요하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외쳐야 한다.

이를 위해 더욱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업계발전을 위해 정부, 유관기관, 정유사 등에 참여와 관심, 후원을 요구할 방침이니 협회를 중심으로 업계가 결속해 주길 바란다.


▲그외에 하시고 싶으신 말씀은?

= 가짜 석유와 무등록 업자의 영업 행위로 인한 선량한 판매소의 피해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골목상권 붕괴와 판매소들의 폐업을 부추기는 불법행위는 퇴출돼야 한다. 곧 다가올 동절기에는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가짜 석유를 양성하는 무등록 업자들의 판매 행위를 협회의 관계망을 이용한 신고와 지속적인 단속으로 판매소의 영업권을 사수하겠다.

또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요구, 불법행위의 반복을 원천봉쇄 할 방침이니 관련 업계의 적극적인 동참과 제보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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