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거래관행, 이제 개선해야”

[에너지신문] 한국주유소협회가 정유사-주유소간 불공정거래관행 개선을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사후정산개선을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14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량구매계약을 물량구매계약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식 회장에게 사업추진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전량구매계약, 정유사-주유소 수직계열화 강화 수단일 뿐-
-정유사 단계 제품혼합 35%
…수요자 중심 시장 구축할 때-

△ 물량구매계약 전환지원 사업 추진 배경은?

정유사, 대리점, 주유소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된 국내 석유유통시장의 구조로 인해 주유소들이 혼합판매를 원하면서도 양성적으로 제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량구매계약에 의해 정유사에 매여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주유소 많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량구매계약전환을 추진하게 됐다.

실제 2012년 협회 조사 결과 97.7%의 주유소가 계열 정유사와 전량구매계약을 맺고 있으며 응답자 중 74.4%는 혼합판매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사간 경쟁이 제한되고 계열 정유사 제품이 타사 제품보다 비싸더라도 구매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 관행이 발생되고 있기 때문에 주유소에서는 혼합판매에 대한 요구가 지속됨에 따라 지난 2012년 정부와 협회가 공동으로 혼합판매 지원사업을 벌인바 있다.

당시, 73개 주유소의 신청을 받아 혼합판매계약 전환을 지원했지만 정유사의 회유와 압박에 취약한 대부분의 주유소들은 신청을 취소하고 2개 주유소만이 물량계약으로 전환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협회는 기존 혼합판매 제도 활성화를 위해 주유소와 정유사간 전량구매계약을 물량구매계약으로 전환하고, 원활한 계약 전환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고, 그 수단으로 물량구매전환지원사업을 시행하게 됐다.
 

△물량구매계약 전환지원 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협회에서 주유소의 물량구매계약 전환 신청을 접수받아, 이를 전담 변호사에게 위임하고, 전담 변호사가 직접 정유사와 계약 전환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계약 전환을 신청한 개별 주유소의 계약기간, 채권유무, 시설지원유무, 인센티브 유무, 판매규모 등 세부사항을 조사한 후 주유소별 계약전환 기준을 마련하고, 전담 변호사가 직접 정유사와 협상을 진행한다.

변호사가 협상을 통해 정유사와 합의점을 도출ᄒᆞ면 개별 주유소의 판매규모 등에 따라 기존 전량구매계약을 물량구매계약으로 전환한다.

정유사와 합의가 원만히 되지 않을 경우에는 재차 의견조율을 거쳐, 재협상을 진행하게 되고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한 후속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변호사가 협의하는 만큼 주유소들이 정유사로부터의 압박이나 회유 등을 상당부분 피할 수 있어 참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 5월 조사결과 조사대상 5984개 주유소 중 정유사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지 않는 주유소가 69%(4036개)에 달하고 있으며 2015년 6월 현재 상표주유소 1만 700여개 중 7500여개 주유소가 전환지원 대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수요는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 혼합판매가 소비자 알권리를 제한한다는 우려가 있다.

석유제품 판매시장에 있어서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시장의 경우 공급사(정유사) 간 품질 차이가 거의 없다.

특히 이미 정유사 단계에서 주유소 상표와 다른 정유사 제품이 공급되고 있으므로 주유소 단계의 혼합판매가 소비자의 알권리를 제한한다고 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분석한 2013년 정유사 석유제품 교환판매 현황에 따르면, SK의 제품교환비율은 38.3%, GS칼텍스는 49.7%, 현대오일뱅크는 30.9%, S-OIL은 15.8%에 달한다. 정유사 공급물량의 평균 35.2%가 제품교환을 통해 주유소 상표와 다른 정유사의 제품이 공급되고 있는 셈이다.

또 혼합판매가 소비자보다 주유소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 데 현재의 시장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업계 자체가 과포화 상태에서 정부의 지속된 기름값 인하 정책으로 인해 주유소간 가격경쟁이 매우 심화되고 있으며, 이익을 줄여서라도 소비자에게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혼합판매는 결국 주유소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공급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한 최소한의 방안이라고 봐야 한다.

아울러 불공정한 거래 관행 개선은 사업자는 물론 소비자 이익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기름값 인하 및 시장 정상화를 위해 도입한 혼합판매제도나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장은 정유사와 주유소간 전량구매계약으로 인해 참여 주유소가 극히 제한돼 있다.

주유소의 물량구매계약 전환을 통해 혼합판매가 활성화되고 전자상거래 시장에 많은 주유소들이 참여해 공정한 석유시장이 형성된다면 그 혜택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시장에서 혼합판매가 음성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협회에서 2014년 상반기까지 회원사로부터 보고받은 거래상황기록부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2014년 6월 기준 전국 영업주유소수는 1만 2575개소로, 이중 정유사 상표를 부착한 자영주유소 1만941개소 중 31.8%인 3,474개 주유소가 혼합판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조사한 17%에 비해 두배 가까이 확대된 셈이다.

이들 대부분은 계열 정유사와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합판매를 하고 있는, 이른바 음성적 혼합판매의 형태를 보인다.

정유사가 내수 과잉생산 물량 해소를 위해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주유소의 음성적 혼합판매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제품의 내수 대비 생산비율은 지난 2013년 121%에 달할 만큼 높다. 정유사에서는 초과 생산된 과잉물량을 자사상표 주유소가 아닌 타사상표 주유소에 판매하기 위한 덤핑물량으로 리터당 20~50원 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다.

가격경쟁이 매우 치열한 주유소에서는 현물시장 등을 통해 거래되는 타사 제품이 계열 정유사의 공급가격보다 저렴해, 계약 위반을 감수하면서까지 음성적인 혼합판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고려하면 오히려 정유사가 주유소의 음성적인 혼합판매를 조장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향후 추진계획은?

11월부터 협회에서 물량구매계약 전환을 희망하는 주유소들의 전환신청을 접수받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많은 주유소들이 계약전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정유사와 물량구매계약을 체결해 주유소 운영을 하고 있는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권역별 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이를 전파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협회에서는 회장단 8명으로부터 물량구매계약 전환 신청을 받은 바 있으며, 이를 전담 변호사에게 위임해 해당 정유사와 계약변경을 진행할 계획이다.

협회 임원의 선제적인 계약전환을 통해, 많은 주유소들이 계약전환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주유소사업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아울러 관행처럼 굳어진 정유사와 주유소의 불공정 거래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관계 부처의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정한 석유시장 구축을 위해 정부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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