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 한국기계연구원 그린동력연구실 책임연구원

[에너지신문] 요즘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세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클린디젤의 위기로 대변되는 이번 사태는 배기규제를 만족시키면서 CO2 저감, 즉 연비를 향상시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재 EURO-6 배기규제가 발효된 시점에서 향후 더욱 규제가 강화될 EURO-7에서는 어떤 기술로 배기규제와 CO2 저감을 만족시킬 것인가 고심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다보니 EURO-7부터는 기존 유해배기물질(NOx, CO, HC, PM 등)의 배기규제를 강화하기 보다는 지금까지 규제하지 않던 물질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러한 세계 자동차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유럽과 북미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천연가스 자동차를 하나의 대안으로 삼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천연가스는 주성분이 메탄(CH4) 으로서대표적인 저탄소연료이기 때문에 CO2 감축에 매우 유리할 뿐만 아니라 완전연소에 가까운 특성을 보이고 PM의 절대량도 석유계연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게 배출되는 청정연료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까지는 천연가스의 저렴한 가격(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를 제외하고 대부분 나라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석유계 연료에 비해 저렴하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넓게 분포한 산지 특성으로 중국, 중동, 남미,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천연가스 자동차의 보급이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가격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미래에 궁극적으로 도래할 수소에너지시대 이전에 반드시 가스에너지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측하고 천연가스 자동차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가스에너지시대를 대비하는 것과 달리 국내 자동차 시장 환경은 오히려 퇴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의 천연가스 인프라와 자동차 기술은 외국에서도 부러워할 정도로 잘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상대적으로 높은 연료 가격에 의해 자동차 연료로서 천연가스의 사용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유가의 폭락을 들 수 있겠지만 국내의 천연가스 자동차가 시내버스와 일부 청소차 등 대형 자동차에 국한되어 보급되었다는 점도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천연가스 승용 자동차가 개조시장에서 일부 국내에 보급되긴 하였지만 이원연료(Bi-Fuel) 방식으로 중소규모의 개조회사에서 주도하므로 기술적으로도 한계가 있었고 신뢰성도 확보하지 못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천연가스 자동차가 대부분 승용 자동차 위주로 보급되고 있고 천연가스 전용 자동차를 GM, Mercedes-Benz, BMW 등 세계적인 자동차 제작사들과 Bosch, Delphi 등 명성이 높은 선진 연료 부품회사들이 개발해 기술적인 측면이나 신뢰성 측면에서 앞서 나가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제작사는 국내 천연가스 자동차 시장의 특수한 상황으로 적극적으로 개발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국내 천연가스 자동차 보급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넘어야 할 산들이 존재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천연가스 충전소는 천연가스 자동차 보급대수와 보조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 제작사와 가스공사 및 도시가스사가 만나 상호 의지만 확인하면 언제든지 해결할 수 있다.

정책적인 측면도 국내외 시장 환경변화, 에너지 다변화의 필요성, 그리고 수소시대 이전의 가스에너지 시대의 대비 등을 고려하면 변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제적인 측면 또한 석유 대비 천연가스의 풍부한 매장량, 셰일 가스의 확대 생산 등을 고려하면 멀지 않은 시기에 천연가스의 가격경쟁력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 시기가 언제인가 하는 문제가 남지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가스에너지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만 지체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무한한 경쟁시대에서 준비 미흡으로 세계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시장까지 내어 준다면 너무나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찍이 천연가스 자동차의 기술과 인프라 환경을 보유하고 있던 우리나라가 더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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