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 前 SK기술원장(현 SK이노베이션 고문)

[에너지신문] 많은 사람들이나 경영인들이 성공하는 기업과 경제의 비밀은 좋은 인재를 끌어 들이고 유지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 기업의 경영환경 나빠지면 유연성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이라는 명목 하에 인원 감축을 단행한다.

인원감축은 단기적인 성과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성원의 신뢰와 행동 방식에 치명타를 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현 경영 환경에서 구조조정이란 조치는 기업경영에 필요악(必要 惡) 일수 있다.

또 현대사회에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적인 요인이기도 하다.

기업이란 이윤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해 관계자 (stakeholder)들과의 신뢰 관계도 역시 놓칠 수 없다. 함께 활동을 하는 구성원들에 대한 애정과 배려는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GE의 Jack Welch 경영방식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스탠포드 경영대의 Jeffery Pfeffer 교수의 말처럼 기업이 성공하려면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인 구성원들이 살 맛 나는 직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구성원 개개인들에 대한 배려 없이 구조조정을 마치 CEO의 훈장처럼 여기는 작금의 현실은 먼 미래를 위해서 심히 유감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경영분위기 하에서 안전문화 즉 안전이 value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어쩌면 소 귀에 경 읽기 일 수도 있겠다.

많은 사건과 사고가 있고 심지어는 자주 되풀이 되고, 유사 현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볼 때 나와 이웃,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수차 강조해 온 근본원인 분석과 대책(RCA)이 단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혹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심히 의문스럽다.

본인은 지난 수 십 년간 석유, 가스, 정유, 화학 공장의 안전과 Mechanical Integrity에 직간접으로 관여하면서 수많은 사고 화재 폭발, 독가스 누출, 환경오염 사건과 사고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왔다.

그리고 그러한 사건과 사고들은 어떤 경우든 기본적인 결론은 충분히 사전에 예방(preventable)할 수 있는 사고라는 것이고, 대부분의 발생원인 또한 사람에게서 기인하고 있는 인재(Human Error)가 많은 부분을 차지 한다는 것이었다.

동경대 히타무라 요타로 교수는 실패에서 창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음의 10가지를 실행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1. 실패를 직시하라 그리고 잘못을 인정하라.

2. 책임추궁과 원인규명은 구분하라.

3. 실패를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

4. 근본원인을 찾으라.

5. 눈앞의 현실만 보지 말고 실패 사례를 분석한 뒤 조직원들과 공유하라.

6. 실패를 불러온 부서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라.

7. 실패의 책임은 개인보다 조직이 안고 가야 한다.

8. 치명적한인 사고에 앞서 발생한 작은 실수에 대해 대책을 세워라.

9. 작업 매뉴얼화 등 지나친 경제성화는 금물이다.

10. 시장의 흐름을 읽어라.

과거의 실패를 통해 새로운 발전을 만들어 내는 feedback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재난을 대비한 시나리오 플랜닝(Scenario Planning)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도 반드시 필요하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시나리오화해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말한다.

1970년대부터 Shell사는 Pierre Wack을 중심으로 이 시나리오 플랜닝을 재난 대책 및 경영기법에 적용해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이러한 경험을 거울삼아 많은 경영인들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구성원들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위기에 집착하기보다 구성원에 대한 신뢰와 배려에 더욱 관심을 갖고 불과 몇 년 안되는 경영자 기간이라도 보다 먼 장래를 위해 기업의 초석을 다지는 신경영 마인드를 실행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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