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전남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정부 외면에 5년간 공들인 인력 갈곳 잃어 -
-지속적 발전 위해 장기적·일관적 투자 필요-

[에너지신문]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안보적 차원에서 바라보면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은 국내경제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2000년대 후반 국제유가의 급등에 따라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전문인력 확보였다. 정작 필요한 시점에 투입될 전문인력이 부족해 임기응변식 땜질하듯이 일반인력을 투입하고 한편으로는 전문 인력양성의 필요성을 부르짖은 것이다.

정부는 자원개발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자원개발 특성화대학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시행된 제1단계사업은 관련 학과 설치 및 학생 수 확보 등 기초인력양성 위주로 진행됐다.

서울대와 한양대, 강원대, 동아대, 부경대, 전남대, 조선대, 해양대, 세종대, 인하대 등 전국 10개 대학을 특성화대학으로 지정해 자원 전공과목 확대(자원개발 기본과목 최소 45학점 이상 개설 의무), 전문교원 증가, 실습용 실험기자재 확충, 우수학생 교육지원 등 사업 실시교육 인프라 구축 강화에 주력했다.

현재는 2단계 사업이 진행중이다.

지난 2014년부터 오는 2019년까지 5년간 이어지는 2단계 사업은 지난 1단계 사업을 통해 구축한 교육 인프라를 기반으로 자원개발분야 우수 전문인력의 양성 및 공급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방점을 뒀다.

정부는 산업계 수요를 반영해 △석유·가스-물리탐사, 생산증진, 비전통자원개발 △광물자원-선광·제련, 탐사·개발 등 ‘자원개발 5개 연구과제’를 설정하고 5년간 정부보조금을 포함 매년 70억원씩 총 315억원을 지원해 수행토록 했다.

연구는 자원개발 학과 컨소시엄과 자원개발 공기업으로 구성된 ‘산·학 협력 연구단’이 담당하며, 지난해 서울대, 한양대, 인하대, 전남대, 강원대 등을 각각 주관대학으로 한 5개 대학 연합체가 최종 선정된 바 있다.

이들 연구단은 연구 과제 수행과 동시에 대학 간 교차 강의 등 프로그램 운영해 글로벌 현장 전문가 초청강의, 진로상담 및 멘토링, 국내 현장실습 지원 등 산·학 협력 프로그램도 기획 운영한다.

또한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 국내 기업이 진출한 국가의 해외대학 등과 협력해 우수학생 해외진출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지난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해 종래 산업기반 자체가 매우 취약한 가운데에서도 단기간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새정부가 들어서며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수익성 문제와 투자 실패 사례가 지속적으로 거론되면서 산업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투자는 급감해 우리나라의 2016년 해외자원개발 관련 예산은 915억원으로 책정됐다. 2015년 예산(3588억원) 대비 3분의 1로 줄어든 수치다.

특히 관련 민간·공기업들의 자원개발을 촉진시킬 수 있는 성공불융자 예산은 전액 삭감돼 자원개발 산업 전체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일본은 해외석유개발 관련 예산을 사상 최대규모인 748억엔(7300억원)으로 책정했고, 미쯔비시나 마루베니상사 등 민간기업들은 북미 지역에서 셰일가스 광구 지분을 사들이며 민관이 투자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자원개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진 국내 여론을 고려하면 예산을 높게 책정할 수 없는 상황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융자 축소 및 자원가격 하락 등 산업이 위축되며 자원개발 인력양성까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자원개발 특성화대학 사업에 선정된 총 13개의 학교에서 매년 300여명 이상의 자원개발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반면 민간기업은 관련 조직을 축소하고 있고, 자원개발 공기업은 올해 채용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나서서 투자한 사업을 통해 다년간 공들여 양성한 인력들이 활용되지 못해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자원개발 사업은 수십 년의 장기간이 소요되는 특수성을 지닌 사업이다. 단기간의 성과만으로는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전문성 없는 단타위주의 매매로 성과를 판단하는 것과 같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지난 역사를 볼 때, 자원개발사업의 핵심은 장기적 시각과 지속성을 유지함으로써 일관성 있고 예측가능한 투자다. 어느 누구도 지금의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리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국제유가는 경제적 요인과 정치적 요인들을 반영하기 때문에 급격한 가격 변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민간·공기업의 근시안적인 인력 감축으로 인력양성에 대한 투자가 위축된다면 되돌아 올 고유가 시대에 우리 국민의 미래는 절대 밝지 않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듯이 자원개발 전문인력과 기술력의 부족은 지독한 악순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자원개발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술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전문인력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지속적이고 일관된 인력 채용방안이 절실하다. 국내 대학과 기업의 취업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성화해 전문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기업은 자원개발 사업에서 발생되는 서비스 수요의 대부분을 외국 자원개발 서비스기업을 통해 조달받고 있다. 따라서 산업에서 필요한 니즈형 전문교육이 실시돼야 한다.

특히 현장실무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지질, 탐사, 시추, 생산 및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 축적에 중점을 둬야 한다.

아울러 해외자원개발 관련 우수기관에서 학문적 연구와 현장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발굴해 고급 전문인력의 선순환 생태계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국가 에너지 안보를 확고히 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과거의 실패에서 드러난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해외자원개발 특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원개발 특성화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들이 실질적으로 국가 에너지안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 이제는 편협하고 단기간의 공과를 논하는 정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지속적 발전을 담보할 시스템과 문화를 재가동해야 한다. 정부를 비롯한 산업계, 연구기관 및 대학 등 관련기관은 효과적인 상호 협력 방안을 구축하고 철저마침(鐵杵磨鍼)의 각오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자원개발 학과의 학생들과 산업계에 희망이 보이는 새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