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수 (사)전자정보인협회 회장

[에너지신문] 지역의 토박이 상인이 내몰리고, 골목의 낭만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 와서 소비성향이 왕성해지고 다양화해지면서 지역과 골목 상권이 살아나면서 동시에 예상치 못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서울은 물론이고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가고 있다. 서울시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표준화 상점인 프랜차이즈 입점규제는 여기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지역의 특성을 십분 고려해 매사에 신중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독특하고 특색 있는 풍경을 만들었던 독립상점과 문화시설들이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난 빈자리를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차지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임대료가 급등하고 임차인이 바깥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수년에 걸쳐 일어났지만 최근에는 이와 같은 모습들이 불과 6개월 내지 1년 사이에 게릴라식으로 벌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현실이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특색 있는 풍경으로 인기를 모았던 서울 삼청동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더 이상 특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스미스, 스타벅스, 커피빈 등 각종 식음료 프랜차이즈 상점이 거리를 메우고 있는 탓이다. 덩달아 이니스프리와 아리따움 등 드러그스토어식(式)의 화장품 프랜차이즈도 어느 새 카페거리 구석구석에 들어섰다.

이곳은 수년 전만 해도 자정까지 젊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동네가 이제는 오후 9시만 넘으면 인적이 드물어진다. 동네 분위기와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이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실제로 삼청동 카페거리와 신사동 가로수길의 점포 형태는 수년 새 급변했다. 문화지역의 상업화 과정과 장소성 인식변화는 삼청동, 즉 삼청동길·화개길·감고당길의 1층 상가에는 프랜차이즈가 지난 6~7년 전부터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 사이 지역 분위기를 만들어내던 문화관련 시설과 독립상점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쇼핑과 데이트, 산책을 겸할 수 있는 특색 있는 원로 골목인 신사동 가로수길 1층 상가 역시 불과 5~6년 사이에 프랜차이즈 숫자가 두 배로 증가했다. 반면 문화관련 시설과 독립상점은 거의 절반으로 감소했다. 가로수길 이면도로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원래 미국에서 슬럼화된 주택가를 고급 주택가로 변하거나 고급주택지화하는 현상을 지칭했다. 그러나 지금은 낙후됐던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상권이 급증하고 이에 따른 지가(地價)와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과 동네 소규모의 상인이 밖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삼청동과 가로수길 등 문화지역이 상업화되면서 토박이나 원조상인들은 내몰리고 프랜차이즈 업체가 급성장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서울을 위시해서 부산, 대구, 대전 등 경향(京鄕)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 경리단길, 가로수길, 홍대앞, 북촌, 연남동, 성수동뿐만 아니라 대구 방천시장, 김광석거리, 부산 광복로와 감천문화마을도 마찬가지다.

우려할 것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진행속도가 빨라졌고 최근 들어서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수년에 걸쳐 일어났던 과거의 보증금, 임대료 폭등과 임차인 내몰림이 1년 남짓한 주기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렇게 임대료가 계속 급등하면 상권 형성자체가 크게 저해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빌딩이나 지역이 많아져 지역 정체성이 희석되면 결국 임대료나 자산가차가 불어났다가 금방 거품으로 붕괴돼 지역경제가 침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프랜차이즈 상점 규제 자체가 개성 있는 독립상점들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경쟁력을 높여주고 지역을 활성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의 특색과 장소성을 보호하며 상업의 지속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특성과 현황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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