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철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

[에너지신문] 우리 수출이 부진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가 바뀌면서 수출 부진은 오히려 심화되는 모습이다. 2014년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수출 부진의 원인은 무엇이고,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석유제품, 석유화학 등의 수출제품 단가가 하락해 수출금액이 감소했다. 그러나 유가 하락의 직접적 영향을 배제한 수출물량 기준으로도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세계경제의 성장세이다. 세계경제가 부진하여 우리 수출품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이 잘 될 수는 없다.

최근 세계경제를 보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도 경기 부진에서 회복되지 못하며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했다. 유가하락으로 산유국을 중심으로 신흥국에서 금융 불안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 수출의 1/4을 차지하는 중국의 성장세 둔화도 우리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도 세계경제의 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 수출도 단기간에 회복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 성장세 저하로 인한 수출 부진에 대해 우리가 대응할 방안은 사실상 많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러한 경기 순환적 측면의 부진은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경기가 회복되면 우리 수출여건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 수출이 중국 등 특정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점은 위험 관리 측면에서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인도, 아세안 등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신흥시장에 활발히 진출해 시장다각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가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기 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투자를 급격하게 확대했다. 그러나 중국경제가 이미 성숙 단계로 접어들고 있으며 고령화 등으로 인해 투자 수요는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과잉투자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실제 중국당국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투자에서 소비로 경제구조를 전환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중국수출이 대부분 중국의 소비보다 투자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국의 투자 확대는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나,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투자에서 소비로의 전환은 이제 우리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수입구조를 보면 투자와 밀접한 중간재와 자본재의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75.3%에서 2014년 61.2%까지 하락했다.

이미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중국수출 중 중간재와 자본재의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96.7%에서 2014년 95.8%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투자 관련 수출비중이 여타 국가에 비해 높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구조변화에 거의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즉 만약에 우리가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면, 세계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우리 수출은 개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도 산업구조를 전환하여 중국의 소비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화장품, 문화콘텐츠 등의 산업에서 우리 기업이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의 수출부진에서 얻어야할 교훈은 우리가 외부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수출부진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유연한 경제에서는 유망산업으로 기업이 활발히 진입하고 사양산업에서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은 퇴출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 경제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노동시장도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 경제의 희소한 생산자원이 부실기업에 배분되고 있어, 정작 유망한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따라서 당국은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 우리 경제의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 기고는 정책브리핑(www.korea.kr)에 2월 22일자로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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