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인수, 멀티플레이어로 나선 ‘귀뚜라미’
에너지기기 한우물 파는 ‘경동’, 실속파 ‘린나이’

[에너지신문] 경동과 귀뚜라미, 린나이 등 최근 국내 최대 가스기기제조사들의 엇갈린 행보가 주목된다.

경동나비엔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탄공장 완공을 필두로 가스보일러를 주축으로 한 에너지지 기기사업에 주력하며 세계시장으로 영역 확장을 꾀하는 중이다.

반면 경쟁사인 귀뚜라미그룹는 최근 강남도시가스 인수, 도시가스 사업에 뛰어들며 에너지기기 제조뿐만 아니라 에너지 공급사업으로 발을 넓히는 등 사뭇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여기다 1974년 합자회사로 출범했던 린나이코리아 역시 2012년에는 강원석 대표가 보유한 0.4%의 지분을 포기하면서 2013년부터 100% 일본기업으로 변모했다. 이후 관련업계를 선도하며 외형적 확장을 추구했던 이전과 달리 수익성 제고에 보다 주력하는 모습이다.


멀티플레이어 ‘귀뚜라미’

국내 보일러 빅3 중 최근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맥쿼리 펀드로부터 강남도시가스를 인수한 귀뚜라미그룹.

귀뚜라미그룹은 지난달 22일 소문으로 무성했던 강남도시가스 인수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그리고 4일 강남도시가스 지분 100%인 272만7545주를 인수함으로써 도시가스사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귀뚜라미의 도시가스사업 진출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었다는 후문이다. 귀뚜라미그룹의 사정을 잘 아는 다수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그룹 최고경영자인 최진민 회장은 오래전부터 도시가스사업에 관심을 둬 왔고, 1년전부터는 도시가스사 인수를 염두하고 체계적인 분석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강남도시가스 인수 역시 귀뚜라미의 제안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식적으로는 강남도시가스를 인수한 맥쿼리는 최소 5년간 회사를 운영할 것으로 예정했으나 귀뚜라미의 제안으로 당초 계획을 바꿔 3년만에 회사를 매각을 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인수가격은 양측이 비공개를 방침으로 정해 외부로 알려지진 않았다. 그러나 맥쿼리 펀드가 세아제강으로부터 인수했던 583억원보다는 최소 100~200억 이상 높은 금액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귀뚜라미 역시 최근 은행금리가 1.7%에 불과한 상황이라 연간 80억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강남도시가스의 인수는 사업적인 시너지까지 고려하면 사실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 셈이다.

기존 도시가스사들의 입장에서 강남도시가스는 성장성이 제한된 기업이다. 공급권역이 타 도시가스에 가로막혀 사업에 대한 확장성이 없고, 서울지역의 경우 지역난방과 전기 등 경쟁에너지에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 해도 강남도시가스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귀뚜라미그룹은 기존 냉난방사업과의 연계성을 고려할 때 충분한 매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 도시가스사업에 경험이 없는 귀뚜라미가 안정적으로 관련사업에 적응하기 위한 테스트 베드로서도 공급권역이 크지않은 강남도시가스가 적격이다.

더욱이 2014년 기준 매출액 3219억원, 영업이익 70억원, 당기순이익 86억원을 각각 기록한 강남도시가스를 인수할 경우, 2014년 8500억 매출의 귀뚜라미그룹은 단번에 1조 매출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도시가스분야에 얼마나 많은 투자가 이뤄질지 의문이지만 귀뚜라미그룹은 충분한 자금 동원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적인 도시가스사업의 인수합병 또는 지분투자 방식으로 확장도 가능해 보인다.

한우물 파는 ‘경동나비엔’

국내 1위 보일러제조사인 경동나비엔은 최근 해외시장에서의 승승장구를 기반으로 기존 가스보일러 사업을 중심으로 에너지기기분야 영역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탄공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바로 그 상징적인 행보다. 특히 서탄공장의 완공과 함께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 등 해외시장 개척에 많은 공을 들이며 글로벌 에너지기기제조사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2012년 착공, 2014년 1월 완공된 경동나비엔 서탄공장은 축구장 20개를 합친 크기를 자랑한다. 대지면적만 13만 2245㎡(약 4만평)에 무려 1400억원을 투자해 완성한 최점단 스마트공장이다. 이는 기존 다른 기기제조사들이 국내 생산공장에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행보다. 

경동 서탄공장 자동화라인 하나의 일일 최대생산량(8시간기준)은 1200대로 25초당 보일러(온수기) 1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자랑한다. 특히 높이 60미터가 넘는 물류창고동은 최대 6만 5000대의 보일러를 저장할 수 있고, 대형 로봇 3기에 의해 자동적재와 출하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경동은 세계 1위를 목표로 2009년 서탄공장설계에 들어가 100번이상의 수정을 거쳐 현재의 공장을 완공했다. 서탄공장의 현재 생산능력은 보일러와 온수기 등 연간 총 120만대이지만 올해까지 모든 라인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능력은 세계 최대 규모인 200만대까지 늘어난다.

해외시장 역시 북미와 러시아 시장에서 안정적인 판매망을 구축함에 따라 올해는 한동안 부진했던 중국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영역 확장이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사업분야 역시 콘텐싱 보일러 보급을 주도했던 경험을 필두로, 앞으로는 IoT보일러, 전기발전형보일러에 이어 제습냉방분야 등 독자적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에너지솔루션 전반으로의 확장을 꾀할 예정이다. 

▲ 경동나비엔의 글로벌 생산기지 서탄공장의 모습

외형보다 실속, ‘린나이코리아’

100% 일본기업으로 변신, 지난해 무차입 경영을 실현한 린나이코리아는 올해도 공격적인 성장을 기대해 볼만하다.

린나이는 내수시장의 절반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가스레인지 사업분야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최근 업소용 주방기기와 가스보일러분야에서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그동안 일본 본사에 의해 제한돼 왔던 해외 수출 역시 이전과 달리 어느정도 자율성을 가질 수 있게 된 상태라 가스보일러의 해외수출 성장도 기대된다.

린나이코리아는 그동안 러시아와 칠레 등 남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해외에 제품을 판매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 본사로부터 해외시장에 대한 유연성 있는 진출을 허락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미지역에 대해서도 일본 린나이가 수출하고 있는 온수기 등 기존 제품 외에 가스보일러에 대한 수출이 가능토록 내락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당장 국내 출시 제품을 그대로 수출하기엔 기술적인 차이가 있어 북미시장을 겨냥한 제품개발을 진행중이란 전언이다.  이르면 올해 가을에는 수출을 위한 제품 개발이 마무리 될 것이란 기대다.

또 린나이의 도시가스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눈에 띈다. 린나이코리아는 최근 도시가스분야의 수요 감소 추세를 회복하기 위한 아이템으로 일본 현지에서 성공한 가스의류건조기와 가스밥솥 등의 제품들을 국내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국내 도시가스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제품의 판매를 확장하는 한편, 해당 아이템의 시장성이 확인될 경우 국내 생산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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