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도입 후 성과 미미…새이름 공모로 재조명
‘정유사 방해VS소비자 비선호’ 업계간 시각차 여전

[에너지신문] 주유소 혼합판매가 시민단체가 새이름 공모로 재조명 받고 있다. 미진했던 제도가 간판을 바꾸고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고 있다.

주유소 혼합판매의 정식명칭은 ‘석유제품 복수상표 자율판매(혼합판매) 제도’로 지난 2012년 9월 도입됐다. 상표 주유소에서 타사, 즉 다른 회사 또는 수입사로부터 공급받은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제품을 전체 판매량의 20%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부분 특정 정유사와 전량구매계약을 맺은 주유소업계의 ‘구입처 다변화’를 이뤄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석유제품의 최종 소비자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실적이 거의 없어 알뜰주유소, 전자상거래 등 이명박 정부의 석유시장 유통구조 개선 정책 중 가장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 7월 이래 약 반년간 운영된 산업부의 혼합판매지원센터에 73개 주유소가 신청했지만 단 2개소만 계약을 전환했다.

반면,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음성적 혼합판매는 확대됐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음성적 혼합판매는 지난 2012년 17%에서 2014년 31.8%로 배 가까이 늘었다.

주유소업계와 정유업계는 이같은 제도 파행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주유소업계는 정유사의 방해가 제도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혼합판매 가능 비율이 20% 낮아 유인효과가 없는데다, 협상력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는 정유사는 계약 전환을 신청한 주유소에 강압과 회유에 나서면서 혼합판매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혼합판매라는 제도 용어가 혼유사고 또는 가짜석유를 연상시켜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반면 정유업계는 혼합판매를 막은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표준계약서’에 따라 주유소가 자유롭게 공급물량을 정할 수 있도록 한 상태라는 것.

정유사간 제품교환은 석유정제시설이 울산‧여수‧대산 등 특정지역에 몰려있어 지역독점을 막기 위해 제품교환을 허용하고 있는 것일뿐, 주유소 혼합판매와 같을 순 없다며 반박했다.

또한 소비자들의 낮은 선호도는 정유사의 방해 때문이 아니라 포인트 적립 및 카드 할인 등 부대서비스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혼합판매는 각 정유사가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구축한 브랜드 가치를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것으로 상표권자의 재산권 침해 행위로 볼 수 있다”며 “브랜드 경쟁이 무의미화 되면 정유사간 품질경쟁의 중단이 우려되며, 특정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 박탈, 혼합판매 유류로 인한 피해 발생시 책임소재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업계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제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현재 산업부는 기존 계약을 물량구매계약으로의 전환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문제를 사전 검토하기 위해 법률대리인이 위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주유소협회 회장단 8명의 신청을 받았으며 이후 몇 건의 신청이 더 접수돼 진행 중에 있다.

또한 혼합판매라는 제도 명칭이 가짜석유, 혼유사고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개선을 검토 중이며, 전자상거래와 연계한 제도 활성책도 모색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혼합판매 제도는 시장 경쟁을 촉진, 소비자 가격을 인하하는 한편 음성적 관행을 양성화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제도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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