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연구원

[에너지신문] 세계 경기 둔화에 따라 원자재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반면 원자재 공급은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줄어들지 못하면서 시장의 초과공급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른 여파로 최근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과거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제유가(WTI 기준)와 천연가스 가격은 3월 현재 각각 배럴당 39.4달러, 100만 BTU(British Thermal Unit)당 1.9달러로 2011년 초 대비 약 60∼70% 하락했으며, 주요 금속 원자재인 알루미늄과 구리도 동기간 약 40%∼50% 정도 하락했다.

통상적으로 유전·가스 및 원자재 사업 관련 기업들의 가치는 국제 원자재 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격이 급락한 기간에 투자할 경우 매입비용이 절감된다. 따라서 가격적인 측면으로만 보더라도 지금 시점이 자원권을 획득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현 시점을 해외자원개발 투자 확대의 적기로 보는 이유는 첫째, 세계 원자재 가격 사이클은 2016년 침체기에 있거나,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은 장기적인 사이클을 따른다고 알려져 있는데, 가격의 추세를 제거한 후 사이클을 추출해 보면 세계 원자재 가격의 사이클은 2010년 고점을 통과한 이후 2016년 현재 침체기에 있거나 저점을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기업의 재무 상태 악화뿐만 아니라 기업의 가치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원자재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초반까지 약 10%를 유지하다가 2015년 하반기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또한 기업의 이론적 인수가격을 의미하는 실질 주당기업가치도 최근 크게 떨어져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셋째 원자재 중 석유·가스의 가격 하락으로 탐사 및 개발 투자 비용과 시추 광구 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세계 석유·가스의 탐사 및 개발 지출 비용은 2013년 13조 3000억 달러까지 증가했으나, 2014년 11조 9000억 달러로 줄어들면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는데 현재도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우리나라는 높은 원자재 수입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 국내로 수입되는 전체 원자재 수입량 대비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확보한 원자재의 양을 의미하는 자원개발률은 주요 자원수입국에 비해 저조한 편이기 때문이다.

국내 원유 및 가스의 해외의존도는 2000년 97.2%에서 2015년 95.7%로 다소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6대 전략광물의 수입의존도는 2000년 84.3%에서 2012년 94.9%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반면 한국의 석유·가스 자원개발율은 14.4%로 주요 자원수입국인 일본 24.7%, 프랑스 105.0%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다섯째 세계 원자재분야 M&A 거래 중 중국의 비중은 확대되는 반면 일본은 유지, 우리나라는 다소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원자재 M&A 거래 규모는 2000년 3조 4423억 달러에서 2011년 9조 2721억 달러로 확대됐으나, 2015년 4조 1841억 달러로 축소됐다.

국가별 비중 측면에서 살펴보면 중국이 세계 원자재 M&A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0.5%에 불과했으나 2015년 12.0%로 급증한 반면, 우리나라는 2001년 0.3%에서 2010년 3.0%로 증가했으나 2015년에 0.8%로 다시 줄어들었다.

이 같은 모습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을 때 많은 거래를 하다가 저가매수의 기회에서는 그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여서 아쉬움을 더한다.

이러한 이유로 자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재 시장침체를 기회로 해외자원 확보 및 에너지산업 경쟁력 강화의 발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원자재 시장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시각이 필요하다.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세계 원자재 투자가 손해이거나 불필요해 보일지라도 원자재 가격은 향후 상승할 유인이 발생할 것이다.

또한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와 자원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민간 기업이 해외 원자재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에 견줄만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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