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속도내라’ 노조 ‘반발’…안갯속 협상 지속
동서발전 도입 확정…도입 급물살VS반대 분수령

[에너지신문]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공기업들이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조기 도입을 주문하며 고삐를 쥐고 있지만, 노조의 강력한 반대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곳이 태반이다.

한전과 동서발전의 도입 확정으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나 오히려 노동계의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올해 공공부문 개혁과제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20곳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 산하에서는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및 발전 5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대한석탄공사 등 공기업 12개와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광해관리공단,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전력거래소, 원자력환경공단 등 15개 준정부기관이 이행 대상이다.

지난 1월 확정된 성과연봉제는 적용범위를 4급, 즉 일반직원들까지 확대하고, 성과연봉 범위를 현행 1∼2급 2%p 적용을 1∼3급 평균 3%p로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도입 시 전체 공공기관 임직원의 70%가 해당되며, 이들은 전체 연봉의 15~30%를 성과연봉으로 받게 된다. 같은 직급이라도 연봉이 고과에 따라 최대 두 배까지 차이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저성과자 퇴출제도 운영된다.

연공서열이 아닌 성과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지는 임금, 고용체계로 개편해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이에 해당기관 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선도기관으로 지정된 11개 공공기관 노조 대표자들은 간담회를 열고 공동으로 성과연봉제를 거부키로 결의했다.

공공성 저하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공공 인프라 확충 및 국민 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매해 고과를 평가해 임금을 책정한다면 단기적 수익사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불명확한 평가기준과 주관적 평가에 따른 사내 연줄 문화 확산, 임금격차 확대에 따른 위화감 조성, 노조 단결력 하락 등의 문제도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기업 노조원은 “자주개발률 신장, 즉 단기 성과를 내라는 정부의 주문에 응한 결과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자원공기업들에 정부의 공정한 평가와 책임이 뒤따랐나”고 반문하며, “공기업은 민간이 이익을 낼 수 없어 할 수 없는 것 혹은 민간의 사익 추구로 국민의 불이익이 예상되는 것을 수행하는, 말 그대로 ‘공공성’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고려치 않고 일방적으로 민간의 경쟁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조의 반발로 도입이 지연되자 정부는 지난 22일 조기도입을 위한 당근과 채찍을 추가로 발표했다. 조기 이행 기관에 대해서는 경영평가 가점 부여, 별도 성과급 지급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거부하면 패널티를 주겠다는 내용이다.

4월 이행 시 공기업의 경우 기본월봉의 50%, 준정부기관의 경우 기본월봉의 20%의 성과급을 주고, 5월은 절반을 준다. 마지노선인 6월엔 성과급이 없다. 이후에도 도입하지 않으면 임금 동결 또는 삭감 등 강력한 패널티를 줄 예정이다.

하지만 노조의 반대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8일 현재 이행대상에 포함된 산업부 산하 에너지 기관 대부분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논의 중이나 노조의 반대가 높아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기관은 패널티를 감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만약 6월 이후 패널티 부과 및 하반기 경평을 우려한 사측이 일방적 도입 선언을 할 경우, 대규모 노사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최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도 성과급과 임금 불이익을 감수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거부하겠다는 투쟁방침을 확정했다”며 “성과연봉제는 조합원들의 생존권과 직결된다는 것이 중론이며, 정부가 공공기관 직원의 임금을 갖고 장난치는 행태에 대해 강력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한편 동서발전은 노조투표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했다. 한국전력도 노조의 가결을 받아 곧 이사회를 열고 도입을 확정할 예정이다. 공룡 공기업 한전의 타결은 에너지공기업들의 도입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공기업 특성상 정부의 주문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같은 의견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6월 공기업 기능조정안을 앞두고 있는 자원공기업 등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와 노조의 거센 반발 속 공공기업 성과연봉제가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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