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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북아 오일허브, 원자재 트레이딩 허브 거듭나야
변부환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016년 05월 16일 (월) 17:39:32 에너지신문 energynews@i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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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저장시설 임차…동북아 허브 실현 난조-
-허브 규모 확장 필요…금융거래 제도 보완 시급-


   
 

[에너지신문] 정부와 석유공사는 여수와 울산에 대규모 석유저장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여수에 완공된 820만배럴의 원유 및 제품유 저장시설과 함께 울산에 건설 중인 1단계 북항(2016년 완공 예정)의 990만배럴 및 2단계 남항(2020년 완공 예정)의 1850만배럴의 저장시설이 완공되면 최대 60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의 탱크 터미널을 국내에 건설해 석유 및 유관 기업과 인력의 집중, 그에 따른 거래 발생 및 금융 및 물류 인프라 등도 발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북아 오일허브를 구축해 동북아 석유거래는 물론 금융과 물류 경제의 중심에 서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이러한 기대와는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국제적 트레이더들은 임차 계약을 맺고 한국에 완공된 저장 시설을 사용 중에 있다.

하지만 이를 지원하는 금융은 대부분 아시아의 원자재 트레이딩 거점인 싱가포르에 위치한 은행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법률 서비스, 물류 인프라 등 기타 예상됐던 부가가치 창출도 싱가포르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다. 우리가 얻고 있는 것은 창고 임대를 통한 임대 수익이 대부분인 실정이다.

성공적인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을 위해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실행 전략 전반에 대한 점검 및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유럽의 ARA(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안트워프) 지역은 원유 및 제품유 저장 시설이 8740만배럴로 세계 2위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트레이딩 계약이 체결되고 관련 트레이더들이 상주하는 곳이 스위스인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동북아 오일허브가 대한민국에 만들어지고,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더 이뤄져야 할까?

그 첫 번째 과제로 우리가 그리고 있는 장밋빛 청사진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 것인지, 또 보완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냉정하고 심도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

석유제품 거래 물론, 법률 및 금융 인프라까지 구축해 성공적인 융합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동북아 오일허브 청사진은 싱가포르 모델을 따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단순 오일 허브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원자재 트레이딩 허브’로서의 기능도 병행하고 있다. 관련 실물 트레이딩을 지원하고 있는 국제적인 금융 기관들도 단순히 오일만 취급하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글로벌상품 금융 혹은 구조화상품 금융 부서를 두고 에너지, 철강 및 농산물에 대한 전반적인 원자재 트레이딩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관련 법률 서비스, 물류, 보험, 교육 등 역시 대부분 ‘원자재 트레이딩 허브’가 됐을 때 더 큰 규모의 경제를 실현 할 수 있는 구조다.

단순 오일 트레이딩에만 초첨을 맞춘다면 관련 해외금융 기관 및 기타 기업들의 한국 진출에 대한 기회는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대한민국이 원자재 허브로 거듭 나기 위해 주변국들 보다 유리한 여건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한국에는 많은 LME(London Metals Exchange)에서 승인한 물류 창고가 존재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원자재 수요의 블랙홀로 여겨져 온 중국에는 LME 승인 창고가 단 하나도 없다. 중국 내 재고금융의 부정사례 등은 서방 은행들로 하여금 역내 원자재 트레이딩을 더 어렵게 하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대 중국 ‘just in time delivery’가 가능한 매력적인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전략적으로 십분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LME 승인 창고에 저장된 원자재만 별도로 구조화해 금융을 제공하는 은행들도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과제로는 원자재 트레이더들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트레이더들은 비상장회사로서 제한적인 정보만 공유하다. 또한 이들은 특정지역의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 그들의 물류 및 저장 시설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무엇보다 원자재 트레이딩 자체는 현금지급 비율이 높은 ‘capital intensive business’이며 대부분의 트레이더들은 소규모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어 레버리지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지속하기 위해 자금을 대형 은행들로부터 대출받고 있다. 트레이딩에 필요한 실물자산 뿐만 아니라 가격 리스크를 헤징하면서 지불하게 되는 증거금 및 마진콜까지 금융기관 대출이 이뤄진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금융 기관들은 유동자산을(원자재) 담보로 한 원자재 실물 트레이딩에 대한 대출은 취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 전문 트레이더 양성과 더불어 트레이더들 특유의 금융 거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과 지원이 시급하다.

끝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이 이뤄지는 ‘명품 오일 허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오일허브가 국제 사회에서 법적으로 환경적으로 혹은 인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트레이더들의 집합소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NGO의 끊임없는 감시와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며 필요에 따라서는 국제기구나 다른 국가들의 NGO들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역량을 높여 나가야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서방 은행 및 법률 서비스 회사 등의 한국 진출에도 유리한 역할을 할 것이며 타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시 대한민국이 경제우위를 확보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대한민국은 동북아 금융 허브, 동북아 물류 허브 등 동북아 거점 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많은 계획이 있었으나 그 성과는 미미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비즈니스인 것이 사실이다. 제조업으로 성공적인 대한민국의 경제 부흥을 이끌던 시대와는 조금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좀 더 많은 국제적인 참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과제와 더불어 보다 투명하고 유연하며 국제적인 감각과 가치가 통용되는 거점을 지향해야 한다.

하던 대로 하면 늘 얻던 것만 얻기 마련이다. 모쪼록 다양한 의견들과 생각들이 통용되고 민첩한 대응들이 이뤄져서 지난 수십년 동안 한 번도 실현하지 못했던 동북아 허브의 꿈이 이번에는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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