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보조금 확대보다 충전시설 확충 중요”
충전요금제 신설·무선충전시스템 개발 등 활기

[에너지신문] 전기자동차의 역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 보다 훨씬 오래됐다. 최초의 전기자동차는 1842년 미국의 토마스테트와 영국의 로버트 데이비슨에 의해 발명됐는데 1912년까지 미국 전체 자동차의 40%가 전기차일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1920년 미국 텍사스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됨에 따라 디젤기관차가 대량 생산되며 1930년 이후 전기차는 쇠퇴기에 접어든다. 하지만 60여년이 지난 1990년대 이후 지구 온난화가 세계적인 고민거리로 대두되며 전기차에 대한 개발이 다시금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기차 보급이 에너지신산업에 포함되는 등 정부 차원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기차 산업의 국내외 동향 및 충전인프라 구축을 위한 활동들을 점검해 본다.

■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성장 가도 달려

세계 각국은 전기차 확산을 위해 기술개발, 충전인프라 구축, 보조금 지급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전기차 시장은 해마다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충전인프라 구축시 설치비의 30%를 지원한다. 이에 힘입어 전기차 판매량은 2013년 4만 8000대, 2014년 6만 3000대, 2015년 7만 2000대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유럽 각국 역시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이다. 프랑스는 7000유로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CO2 배출량에 따라 차등지급함으로써 판매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 영국은 전기차에 대해 혼잡통행료를 면제해 주는 등 다양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전년대비 50.4%가 증가한 것이다.

가장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는 곳은 중국 시장이다. 2013년 1만 4000대에 불과했던 중국 낸 전기차 판매량은 2014년 4만 9000대, 2015년에는 무려 12만 1000대에 이르렀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대비 188%로 수직 성장해 주목받고 있다. 이는 6만위안(약 9500달러)에 이르는 통 큰 보조금 지급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일본의 경우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오히려 21% 감소했는데, 이는 일본 정부의 소극적 지원과 전기차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부족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 전기자동차 충전 방식.

■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4945대, 충전기 수는 5281대였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점유율은 0.03%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신산업과 연계된 전기차 확산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정부는 기술개발에 따라 전기차 생산단가가 낮아지고 충전기 보급이 늘면서 전기차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20년 20만대, 2030년에는 30만대까지 보급을 늘린다.

정부 정책과 발맞춰 전기차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는 곳은 한전이다. 한전은 현재 업무용 차량 보급 및 셰어링 등으로 전기차 170대, 충전기 336기를 운영 중이다.

특히 2017년 업무용 차량의 100%를 전기차로 교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올해 70%까지 도입비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국내 공공기관들의 전기차 의무구매비율이 25%임을 감안할 때 한전이 주도적으로 전기차 보급에 나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전기차 충전의 기준점을 마련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12월부터 2014년 5월까지 42개월간 제주 Smart Transportation 실증단지 구축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이 실증사업은 전기차 충전기술 및 상용화기술 개발, 실증으로 최적 사업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추진됐으며, 전기차 사업화의 기반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사업기간 중 완속, 급속, 비접촉식(무선) 등 다양한 충전장치 개발과 함께 충전시 결제, 과금 및 정산시스템도 함께 개발이 이뤄졌다. 이는 전력공급기준 및 충전요금제도를 발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 충전요금 반응 실증 및 V2G, 수요응동 시험 등 사업모델 개발을 위한 통합실증과 함께 전력품질 유지를 위한 고조파 측정, 양방향 전력거래 및 모델 검증 등 사업화 기반 마련을 위한 종합적인 실증이 이뤄졌다.

특히 △홈 충전사업 △V2G서비스사업 △종합 충전서비스 사업 △공공기관 급속충전 서비스 △충전인프라간 로밍, 결제대행 등 충전사업과 관련된 대부분의 비즈모델을 개발함으로써 본격적인 전기차 보급 확대 기반을 확보했다.

▲ 급속 및 완속충전 정보.

■ 전기차 성패, 충전시스템이 좌우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의 계획대로 전기차 보급이 ‘폭발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보조금 확대’와 ‘충전 인프라 구축’으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편리하고 값 싼 충전시설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장의 차량 구입비용보다는 구입 후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이를 파악하고 충전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3월 민간 전기차 충전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파격적인 지원 방안을 발표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사업자가 공공주차장형, 마트형, 아파트형, 단일단가형의 4개 전용요금제 중 영업상황에 맞는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상황에 따라 요금제를 언제든지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지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에 대해 2017년까지 2년간 한전에 납부하는 기본요금을 50% 할인해주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한전은 지난달 민간사업자인 SKT와 무선 전기차 충전기술 개발을 위해 손잡았다. 현재까지 스마트폰 충전 등에 이용되고 있는 무선충전 방식을 전기차 충전에 도입한다는 계획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 사업은 양 사가 협업센터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들어간다.

특히 한전은 지금까지 쌓아온 전기차 충전기술을 해외에서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3월 정부와 총 3000만달러 규모의 에콰도르 전기차 충전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

지금까지가 전기차 자체의 효율 향상을 위한 배터리 개발 등에 집중한 시기였다면 지금부터는 충전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값 싼 충전요금과,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충전소가 갖춰진다면 자동차 시장의 수요는 자연스럽게 전기차로 옮겨 갈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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