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섭 산림청장

[에너지신문] 올해로 설립 4년차를 맞는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는 아시아의 산림녹화와 기후변화 공동대응을 위해 우리나라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 지역 최초의 산림 국제기구다.

우리나라는 과거 수십 년간의 노력으로 국토의 2/3를 차지하는 산림의 녹화를 이뤄냈으며 국민들은 녹음이 울창한 산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등산을 가장 선호하는 여가활동의 하나로 꼽는다. 적어도 우리들에게 산은 노란색이 아닌 푸른색인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이웃국가의 국민들에도 산이 이렇게 싱그러울까? 요즘 아시아에서는 매년 120만 ha의 산림이 사라진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한 해에만 축구장 300만 개에 해당하는 크기의 산림이 산불로 사라졌고 북한에서는 매년 평양보다 넓은 면적의 산림이 개간과 벌목으로 사라지고 있다.

산 뿐 만이 아니다. 몽골은 개발과 기후변화에 따른 전 국토의 사막화로 인구의 10% 이상이 환경난민으로 전락했고,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내해였던 중앙아시아의 아랄해는 목화재배로 인한 관개용수 사용 등으로 인해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이러한 지구적 이슈를 우리 국민이 체감하는 것은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산림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동남아 등 개도국에서 이는 생존과 연관된다.

아세안 인구 5명 중의 1명은 숲에 살면서 산에서 얻은 땔감으로 생활을 하고 임산물을 팔아 수입을 올린다. 이들에게 산림 파괴는 삶의 터전과 생활수단의 상실이며 빈곤을 가속화하는 원인이 된다.

땅을 고정시키는 뿌리의 건전한 기능이 사라지면 산사태, 홍수 등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기고 기후 변화가 가속화된다. 인간의 복지와 건강과도 직결된다.

산불로 인한 연무로 작년 인도네시아에서는 50만 명이 호흡기 질환을 앓았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유독성 스모그가 확산돼 인근 싱가포르에서는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렇게 파괴되고 있는 산림을 복원하고 전 지구적 도전인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아시아를 보다 살기 좋은 터전으로 만드는데 기여하자는 큰 비전을 가지고 우리나라가 시작한 것이 바로 아시아산림협력기구의 설립이다.

아시아산림협력기구는 2012년 8월 5일 한-아세안산림협력협정의 발효에 따라 설립됐으며 지난 4년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림복원, 교육센터설립, 능력배양 등의 사업을 통해 단기간에 다양한 성과들을 이뤄냈다.

아시아산림협력기구는 회원국이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사업을 발빠르게 실천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여러 협력체계와 확연히 구별되며 아세안 회원국들도 실질적 행동을 보여주는 아시아산림협력기구 활동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현재는 아시아산림협력기구를 아세안을 넘어 아시아 전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아시아지역 국제기구로 확대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며 2016년은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는 중요한 해이다.

우리나라에서 설립 협정에 대한 국회의 비준 동의가 마무리되고 여타 4개국만 비준을 완료하면 한 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확대설립이 완료된다.

확대 설립이 완료되면 전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황폐산림 복원, 산림관리 능력 배양, 기후변화 대응 등의 사업을 통해 아시아 공동의 성공사례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산림복구 지원 등 아시아 지역의 긴급하고도 공조가 필요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우리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산림협력기구의 모든 사업과 논의에 중추적으로 참여해 국가역량을 기르고 아시아 역내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설립 완료 후에도 아시아 국가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전 세계 누구나가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미 있는 국제기구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국민의 관심이 결국 기구의 역량강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촌 산림보전과 기후변화 대응을 통한 녹색 아시아의 실현이 대한민국 주도의 첫 산림분야 국제기구인 아시아산림협력기구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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