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사고 예방을 위한 ‘의미있는 무한도전’

[에너지신문] 큰 의미를 남긴 지난 5년간의 LPG사용시설개선사업이 지난해를 끝으로 1기 사업이 마무리됐다. 그리고 다시 올해부터 2기 사업이 시작됐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제1기 서민층 LPG시설개선사업에는 총 838억 원이 투입됐다. 2011년 8만5069가구를 시작으로, 2012년 9만1343가구, 2013년 7만9523가구, 2014년 7만2188가구, 2015년 7만4983가구 등 총 40만3106세대의 가스시설을 이 사업을 통해 보다 안전한 LPG금속배관시설로 교체됐다.

시설개선대상도 2011년 기초생활수급자를 시작으로 2012년에는 차상위 계층, 2013년에는 소외계층으로까지 대상을 확대하며 국가적으로 시행되는 가장 의미 있는 정부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객관적 평가를 기반으로 올해부터 다시 2020년까지 5년간 제2기 시설개선사업이 진행된다. 제2기 시설개선사업에서는 5년간 총 878억원을 투입해 35만4173가구의 가스시설을 개선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 서민층 LPG시설개선사업 현장. 목포시 한국가스 김재형 사장이 개선대상가구를 방문해 배관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

▲ 야외 설치되는 LPG용기와 조정기는 빗물이나 햇빛으로 인한 부식 등을 방지하기 위해 차양막을 설치한다.

제2기 맞은 서민층 LPG시설개선사업 ‘다시 힘찬 출발~!’
올해 9만4436가구 시작, 향후 5년간 35만4173가구 개선


LPG시설개선사업 ‘아직도 목마르다’

서민층 LPG시설개선사업은 시설노후 등 후진국형 LP가스사고를 예방하고, 이를 통해 서민층의 생활안정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취지 시작됐다.

지난 5년간 제1기 시설개선사업을 통해 LP가스 주택사고는 2010년 41건에서 2015년 27건으로 무려 34.1%가 감소했다. 또 이 사업은 신규인력 고용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LP가스산업분야 신규고용 창출규모는 5년간 7823명으로 추산되며 838억의 사업예산 집행을 통해 지역경제를 실질적으로 활성화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사업은 여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사업과 달리, 수혜자에게 직접적이면서도 실질적 도움을 주는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혜가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98.8%가 사업시행에 만족도를 표시하는 등 큰 반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다시 시작된 제2기 사업은, 제1기와 비교해 그리 순탄하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이미 1기 사업을 통해 상당수 대상가구에 대한 개선사업이 마무리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상가구를 파악하는데도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현재 남은 개선대상의 경우는 대부분이 산간이나 도서지역 등 공사가 어려운 오지이거나 주택의 구조 등 배관공사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요되는 시공여건이 좋지 않은 곳이 잔여대상으로 남아있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제2기 사업의 진행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모처럼 다시 찾은 현장은 이러한 객관적 여러움들을 행정관청의 적극적인 협조가 그 공백을 메우고 있었다. 더욱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들 역시 지난 5년간의 꾸준히 함께 해온 시공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2기 사업에 실질적인 힘이 되고 있었다.

▲ 도시가스가 이미 오래전 보급된 목포 중심가에도 여전히 LPG를 사용하는 가구가 있었다. LPG배관설치를 위해 절단작업하고 있는 현제가스 김인주 사장의 모습.

2기 첫해 개선대상은 9만4000세대

제2기 시설개선사업 첫해인 올해는 LPG호스를 사용중인 서민층 9만4436가구가 개선대상이다. 정부가 177억 5000만원을, 지자체가 43억 7700만원 등 총 221억 2700만원을 매칭그랜트방식으로 투입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소외계층(독거노인, 중증장애인, 소년소녀가장, 기초연금수급자, 한부모가족)에 대한 가스시설을 개선할 예정이다.

2월 개선공고를 시작으로 사업자 선정과 시공계약을 마무리한 각 지역에서는 현재 시설개선사업 진행이 한 창인 상황이다. 올해 서민층 시설개선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 수는 전국적으로 790개 사업자로, 가스안전공사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5월말 현재까지 전체 개선대상중 5949세대의 공사를 완료해 6.9%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었다. 본격적인 가스공급 비수기가 시작되는 6~8월중에 대부분의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여름 문턱에 진입한 6월 중순, 시설개선 2기 첫해 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올해 찾은 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섬을 보유한 곳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목포와 신안군이었다. 이중 현장을 방문한 전라남도지역은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1만 6915가구로 올해 가장 많은 개선대상을 보유한 곳이다.

▲ 서민층 LPG시설개선현장은 이처럼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대상시설들이 많아 가스설비를 새로 시공하는데 있어 여건이 좋지않은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공현장

“시설개선사업 초기에는 부정확한 명단으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개선대상이 몇 곳 남지 않아 과거에 비해 이동거리가 넓고, 공사도 쉽지 않은 곳이 대부분입니다” 목포시 외곽지역에 위치한 시공현장에서 만난 한국가스 김재형 사장의 말이다.

사업이 5년여간 계속되면서 이미 공사 쉬운 곳들은 대부분 개선사업을 완료됐고, 사업도 이제 6년째를 맞다보니 이제 남은 곳들은 공사가 어려운 곳 또는 배관 등 많은 자재가 소요되는 경제성이 낮은 공사현장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올해로 가스업에 종사한지도 20여년이 훌쩍 넘었다는 그는 방학을 맞은 아들과 함께 시공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때때로 난공사 구역을 만나거나, 용기 보관 장소와 주방이 멀어 길게 배관을 시공해야 하는 곳은 현재 가구당 배정된 20만3000원이라는 시공비로는 감당할 수 없지만 그는 사업을 통해 얻는 보람 덕에 갈수록 어려워가는 사업여건에도 불구, 매년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엔 비교적 시공이 쉬운 곳들이 여럿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곳들을 갈수록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앞으로는 정부가 이러한 현장의 여건을 감안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다른 시공현장 이곳은 도시가스들이 골목골목 들어와 있는 지역이지만 여전히 목포시내 한복판에도 여전히 LPG를 사용하는 몇몇 세대에서는 시설개선공사가 한창이었다.

집안 한구석에 연식을 알 수 없는 낡은 기름보일러와 함께 휠체어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좁디좁은 주택안, 주방으로 이어진 작은 골목에서 현제가스 김인주 사장이 배관작업으로 구슬땀을 흘리리며 부인과 함께 배관설치작업이 한창이었다. 대략 눈으로 봐도 4~5m는 족히돼 보였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거나 구조적으로 도시가스 설치가 어려운 곳에서 여전히 LPG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현장에서 철거한 호스 콕크는 2003년 제조된 제품이었고, 조정기는 습한 주방의 습기 탓인지 부식이 심해 제조연월일을 알 수 없었다. 대략 봐도 최소 15년은 넘은 제품인 듯 했다.

▲ 시설개선대상 가구에서 철거한 노후된 LPG조정기. 확인결과 해당 조정기는 1994년 제조된 제품으로 벌써 20년을 훌쩍 넘긴 제품이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다이어프램 등 핵심부품이 노후돼 조정기가 제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지 조차도 의심스러운 상태로 보인다.

▲ 시설개선 현장에서 철거돼 나온 2003년 생산된 호스콕크. 이 제품의 품질보증기간은 2년, 내장된 안전장치인 휴즈 또한 5년이면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품을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이 제품 역시 생산된지 13년 이상이 경과된 제품이다.

소외된 도서지역, 현실적인 대안 시급

“그래도 도시지역은 여건이 좋은 편입니다. 도서지역의 경우 그나마 장비를 싣고 갈 수 있는 섬 지역은 여건이 나은 편이지만 차가 못 들어가는 낙도지역은 시설개선공사를 맡길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신안군에서 가스업무를 맡고 있는 김영희 지역경제담당의 설명이다.

현재 정부사업으로 진행되는 시설개선사업은 모든 지역의 시공비가 동일한 상황.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의 경우 개선대상이 넘쳐나지만 실질적인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란 설명이었다. 오히려 시공자에게 공사를 위해 사정을 해야하는 상황.

“지난 5년간 사업진행사항을 살펴보니 공사를 하기 좋은 지역만 시설개선이 이뤄져 왔습니다. 5년간 흑산도의 시설개선은 불과 10개소에 불과해 때문에 올해는 흑산도를 우선 배정했습니다”

그녀는 차를 운송할 수 있는 섬은 그나마 시설개선이 가능하나, 차가 못 들어가는 섬의 경우는 장비를 싣고 갈 수 없다보니 현재로선 사업이 본도만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서도, 만재도 등 실제 시설개선이 필요한 곳은 화재 대처능력이 없고, 소방이나 경찰 등이 없는 낙도지역이라며 보다 현실성 있는 사업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신안군의 시설개선 대상은 과거에 비해 늘어났지만 910가구에 불과합니다. 신안군 4만5000명의 인구중 현재 65세 이상인 노력인구가 35%를 차지하고 있고, 개선대상을 조사했을 때 아직도 개선해야할 세대수만 2만 2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지역경제과 이정수 과장은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향후 10년은 사업이 지속되어야 한다며 도서지역이나 소외지역 등을 위해 시설개선사업 역시 보다 현실성 있는 사업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서민층 LPG시설개선사업 현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방문한 신안군청.

인터뷰 - 신안군 이정수 지역경제과장

‘도서지역 고려한 현실적 지원방안 필요’
 

▲ 이정수 신안군 경제투자과장
“일반 농촌지역보다 도서지역은 운송비 등 기본적으로 더 열악할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시설의 안전도 매우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스가격이 더 큰 문제입니다”

천일염과 시금치, 그리고 아름다운 1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 하지만 도서지역이란 특징으로 인해 신안군의 에너지 문제는 타 지역과 비교해 더욱 어려운 현실적인 고민을 안고 있었다.

올해 시설개선사업의 추진현황을 듣기위해 신안군청을 방문했을 때 관련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지역경제과 이정수 과장과 김영희 담당은 도서지역이기에 겪고 있는 사업추진상의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쏟아냈다.

“목포지역이 20kg용기의 공급가격이 3만원 중반인 반면 흑산도 등 도서지역은 20kg 한통의 가격이 6만원이 넘는 실정입니다”

군에서 약 1만원 정도를 운송비 명목으로 보조하고 있지만 역시 워낙 운송비가 많이들다 보니 사용가 입장에서는 여전히 가스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비운송 어려운 낙도지역, 현사업 구조로 사업추진 ‘불가’
신안군 1기 2000세대 개선, 남은개선 대상만 1만3000가구


사실 가스 사용시설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도서지역의 가장 먼저 와 닿는 고민은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차였다. 그나마 지난해 흑산도 일부지역의 경우는 마을단위 배관망사업이 진행되면서 가스시설의 금속배관 개선과 함께 공급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가스용기 공급단가와 비교해 실제 1/3 수준인 kg당 1000원 이하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설개선사업도 필요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 담당자로서는 시설개선과 공급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배관망 사업이 더욱 확대되길 희망하고 있었다.

“신안군은 1000개 섬으로 구성돼 있고, 이중 74개 유인도가 있습니다. 현재 시설개선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가구당 20만3000원이란 금액으로는 섬지역에서의 공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더욱이 가스공급비용에 대해서 그나마 1만원의 물류지원이 가능하지만 시설개선사업에 대해서는 이러한 지원조례가 없다보니 군 담당자로서는 타지역에 비해 고민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다 정기적인 여객선이 운행되는 섬 지역은 그나마 차량을 배로 싣고 나를수 있어 시설개선이 가능하지만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섬은 현재로서는 아예 고려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이정수 과장의 설명이었다.

무거운 장비와 자재를 손으로 옮겨야 한다는 이들 지역의 공사를 맡으려하는 사업자도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행정관청의 입장에서 시설개선이 절실한 곳은 바로 더 취악한 사용환경을 가진 이들 지역이다.

“실질적인 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면 먼저 부속도서들의 시설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이들 지역은 나이든 노령인구가 많은 지역일 뿐만 아니라 소방서나 경철서 등 행정력도 미치지 않는 지역이다 보니 화재 등 안전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설명이었다.

이정수 과장은 지난 5년간 사업진행사항을 살펴보니 공사를 하기 본도 등 좋은 지역만 시설개선이 이뤄져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이들 도서지역이나 낙도 등의 시설개선사업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지자체의 경우 예산편성시 미리 고려해 주는 등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신안군의 에너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제투자과 이정수 과장(오른쪽)과 가스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영희 지역경제담당.

신안군의 경우 제1기 시설개선 5년간 약 2100가구의 시설개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아직도 기초생활수급자 세대만 4500가구가 남아있고, 차상위 계층까지 합하면 아직도 개선이 필요한 대상이 1만3000여가구에 달한다. 결국 5년내 개선대상을 모두 해소하려면 최소 한해 2000가구에 대한 시설개선이 이뤄져야 하지만 올해 역시 개선대상으로 배정된 세대수는 910세대에 불과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가요?”란 질문에 이 과장은 “시골 어르신들 심리가 그러잖아요. 느그들 집은 어찌 해주냐? 우리집이나 저 집이나 살림이 똑같이 살림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저 집은 해주고, 우리 집은 왜 안해줘야~라고 한다”며 시설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으로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업의 대상에 차이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대부분 농어촌 지역의 경우 특별한 몇몇 집들을 제외하고, 노인들만 거주하시는 곳의 경우 대부분이라며 현재 진행되는 시설개선사업을 ‘농어촌 시설개 사업’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초 노령연금처럼 70세 이상 거주세대 중 젊은 사람과 함께 생활하지 않은 노인들에 대해 정부가 시설개선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또 농촌지역의 경우 레인지 과열로 인한 화재사고가 많은 점들을 고려해 안전기기인 ‘타이머콕 보급사업’ 등도 더욱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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