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한계 확장, 가스화학 신시장 이끈다

▲ 하늘에서 내려다 본 SK어드밴스드 공장 전경.

[에너지신문] SK가스가 바뀌고 있다. 국내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LPG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석탄화력발전과 석유화학 분야에 진출, 글로벌 종합에너지사로 도약 중이다.

야심찬 포부는 PDH 사업에서 출발한다. 셰일가스 붐 이후 석유화학용 원료로서 LPG의 가능성에 주목한 SK가스는 SK어드밴스드를 설립,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PDH공장 건설을 마치고 지난 5월 상업가동에 돌입했다.

우수한 사업 전망,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 협력으로 쿠웨이트와 사우디 등 거액의 외자유치를 이끌어 냈다. SK가스의 변화와 도약의 한 가운데 선 SK어드밴스드 울산 PDH 공장을 찾았다.

-SK가스, ‘프로판 수요·신시장 개척’ 잡고 종합에너지사 도약- 
-프로필렌 연 60만톤 생산…국내 최대 규모·최첨단 공법 눈길-

▲ 프로필렌 분리탑(왼쪽)과 에탄분리장치(Deethanizer)

■ SK가스, 연료 넘어 원료로 LPG ‘재조명’

완연한 여름, SK어드밴스드 울산 PDH 공장을 찾았다.

서울에서 KTX로 두시간 반, 다시 차량으로 약 한 시간을 이동해 울산시 남구 신항만 인근에 위치한 공장에 다다랐다.

1만 2000평의 부지에 빼곡히 자리한 플랜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위용을 아낌없이 자랑했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70만 톤의 프로판을 원료로 60만 톤의 프로필렌을 생산한다. 

약 1조 원이 투입된 이 공장은 지난 2014년 5월 착공, 약 2년 여의 건설기간을 거쳐 지난 5월 준공식을 진행했다.

3월 상업가동을 개시한 이래 현재 100% 가동율을 보이며 국내외 업체에 프로필렌을 공급 중이다.

해외 시장에서도 순항 중이다. 3월 중순 첫 수출을 개시, 생산제품의 60%는 중국 등 아시아 역내로 수출하고 있다.

조병익 SK어드밴스드 관리팀장은 “거래 요청이 많아 가동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며 “올들어 프로필렌 시황도 우수하고, 스프레드도 적정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향후 공장은 안정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내LPG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SK가스의 PDH사업 진출은 셰일가스 붐에서 출발한다.

SK가스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던 중,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셰일가스 붐에 주목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셰일가스 개발로 LPG 생산량이 늘면 중장기적으로 국제 LPG 가격 또한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서 SK가스는 LPG를 단순한 연료가 아닌 원료로서 가치를 찾아냈다. 프로판은 납사의 대체품으로 석화용으로 소비된다. 납사는 원유가격을 기반으로 한다. LPG 가격이 하락해 납사와 ‘가격차’가 벌어진다면 LPG는 석유화학용 원료로서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조병익 팀장은 “최근 SK가스가 싱가폴에 준공한 LPG터미널 역시 싱가폴 정부가 석화용 연료로써 LPG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구축된 것”이라며 “SK가스는 셰일가스 붐과 파나마운하 개통 등 글로벌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PDH 원료로 LPG가 각광받을 것이라 판단, 고심 끝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SK가스의 수입기지 위치와 그룹 관계사와의 유기적 관계는 신사업 진출에 힘을 더했다. SK가스는 국내 유수의 석유화학업체가 밀집한 울산에 세계 최대 암 터널식 LPG 저장시설(27만 톤)을 보유하고 있다.

부두 등 주요 인프라는 그룹 관계사와 공동 이용할 수 있고, 수소·스팀 등 부산물을 주변 석유화학 업체들에게 공급하는 등 구조적으로 석유화학사업을 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프로필렌을 상업용으로 생산한다는 점에서도 경쟁력이 높았다. 이에 SK가스는 2013년 1월 프로판을 원료로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PDH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SK가스의 PDH 사업은 해외 파트너들에게도 주목받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거액의 중동 자본을 유치했다.

2014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화학사인 APC가 1억 2000만 달러의 투자를 결정, 같은 해 9월 합작법인인 SK어드밴스드를 출범했다. 2016년 1월에는 쿠웨이트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PIC가 1억 달러 규모의 투자에 합의했다.

외자 유치는 사업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APC는 2008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에서 PDH 공장을 운영 중으로 이와 동일한 공정이 적용된 SK어드밴스드 PDH 공장 운영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으며, PIC는 쿠웨이트 국영 석유기업인 KPC의 자회사로 SK가스는 KPC로부터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게 되어 PDH 사업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시킬 전망이다.

이들은 사업이 안정되면 향후 PDH를 원료로 하는 다운스트림 진출까지 함께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SK어드밴스드는 SK가스, APC, PIC의 3자 JV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분율은 각각 45%, 30%, 25%다.

▲ PDH 공정.

■ 프로판, 프로필렌으로 거듭나다

PDH는 프로판(C3H8)에서 수소(H2)를 제거해 프로필렌(C3H6)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설명은 간단하지만 과정은 녹록치 않다.

1만 2000평의 부지에는 연료공급, 탈수소화, 압축 및 수소회수, 부산물 분리, 제품 생산을 순회하는 공정을 위한 플랜트가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다.

먼저 인근의 SK가스 터미널에서 배관망을 통해 시간 당 87.5톤의 프로판을 끌어와 고온의 히터를 거쳐 반응기로 투입한다. 반응기는 가로 20m, 세로 8m 크기로, 8기가 병렬구조를 이루고 있다. 반응기에서는 프로판을 촉매와 반응시켜 탈수소화 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 과정 중에 폐열회수보일러를 통해 공장 폐열을 활용해 스팀을 생산한다. 이 친환경 보일러는 10층 아파트 2동 크기로 3000톤급의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에너지 절감은 물론, 연 630억 원에 달하는 연료비 절감에 기여하는 한편, 연 68만 톤의 고압 스팀을 생산해 주변 석유화학업체들에 공급해 신수익을 창출할 전망이다.

반응기를 거친 가스는 압축기로 보내진다. 29MW의 전기를 구동, 시간당 200톤의 가스를 압축할 수 있다. 압축기 다음은 수소회수장치다. 반응을 통해 발생한 수소들을 분리해 연간 3만 톤의 고순도 수소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수소제품 또한 주변 석유화학업체들에 공급한다.

수소가 완전히 분리된 가스는 에탄분리장치(Deethanizer)로 보내져 메탄, 에탄 등의 부산물을 걸러낸다. 이후 프로필렌 분리탑으로 보내져, 미처 반응하지 못한 프로판과 프로필렌을 분리한다. 프로필렌 분리탑은 높이 113m 규모로, 시간당 75톤의 고순도 프로필렌 제품을 생산한다. 반응하지 않은 프로판은 반응기로 다시 재투입한다.

생산된 프로필렌은 저장탱크에 보관된다. SK어드밴스드 공장이 보유한 총 5기의 볼탱크 중 21기는 500톤 용량의 프로판 원료 저장탱크, 나머지 4기는 3400톤 용량의 프로필렌 제품 저장탱크로 활용하고 있다.

▲ SK어드밴스드 건설 과정에서는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4D모델링 기법이 도입됐다. 사진은 근로자가 태블릿으로 설계도면과 공사 중인 플랜트를 비교, 확인하고 있는 모습.

■ 최첨단 공법으로 친환경 잡고, 효율성 키워

SK어드밴스드 울산 PDH 공장은 건설 과정에서 각종 최첨단 공법이 도입돼 눈길을 끌었다.

최초 설계에서부터 기계적 준공(Mechanical Completion)까지 24개월, 시운전 및 정상가동에 5개월 등 총 29개월 만에 국내 최대 규모로 건설,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평가다.

유사한 규모의 플랜트 공장보다 부지가 좁아 건설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당초 예상보다 1개월 앞당겨 기계적 준공을 완료한 배경에는 국내 최초의 4D모델링 기법 적용과 필요한 기기를 모듈단위로 사전 제작해 건설하는 등 첨단 공법이 자리한다.

SK어드밴스드의 울산 PDH공장에 입체적인 공장설계 화면을 통해 구체적인 공장의 모습을 사전에 가늠하는 3D 모델링기법에 '시간'(Time) 개념까지 추가로 적용하는 '4D모델링' 기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3D로 작성된 설계 Data에 스케쥴 Data를 합쳐 일단위로 진행되는 공장건설의 모습을 모듈 별로 사전에 정리하고 실시간으로 이 모습과 현장을 비교한 것.

즉, 근로자들이 담당하는 공장 각 파트의 일ㆍ주ㆍ월간별 완공 모습을 선 완성하고 진행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일정을 관리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최초로 건설현장에 종이 도면이 아닌 태블릿PC를 활용, 설계도면 완성 과정을 직관적으로 확인케 했다.

SK어드밴스드 관계자는 “근로자들의 오류와 잔업무가 줄어 작업 속도와 효율성이 대폭 개선됐다”며 “이는 당초 예상보다 1개월 일찍 기계적 준공을 완료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산업용 보일러 설치는 화제를 불렀다. 공사 효율성 향상 및 안전 확보를 위해 웰크론강원은 제작현장에서 완성품(full-assembly) 상태로 완성해서 발주처에 납품했다. 이들이 납품한 보일러는 총 중량 3084톤, 가로 24m, 세로 45m, 높이가 32m로 완제품 보일러 중 국내 최대 규모다.

▲ 국내 최대 규모의 폐열회수 보일러는 완제품 상태로 대규모 이송프로젝트 끝에 설치돼 세간의 화제가 됐다.

10층 아파트 두 동 크기에 달하는 이 대형 보일러는 완제품 상태로 이송하는 것을 고려해 제작, 설계·제작·이송 등 전 단계에서 초정밀 엔지니어링 기술이 적용됐다.

지난해 7월 17일 바지선에 선적돼 평택항을 출발해 23일 울산 SK어드밴스드 PDH 프로젝트 현장에 도착해 설치됐다.

이송을 위해 설비하단에 20여 대의 첨단 운송장비(SPMT)를 넣어 설비를 들어 올린 후 이동했고, 1만 7000톤급 바지선에 선적해 해상을 통해 이송한 뒤 울산 신항을 거쳐 SK어드밴스드 프로젝트 건설현장으로 이동했다.

안전을 위해 사전에 설비 이동 경로 구간에 지반공사는 물론 전봇대, 가로수 제거 등 사전 토목공사를 진행했으며, 7개월 동안 시뮬레이션을 거친 전문가 20명이 이송에 참여했다.

이처럼 첨단 공법 적용으로 PDH 공장은 친환경성을 확보하고, 효율성을 증가시켜 사업성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엄현용 SK어드밴스드 공장장(상무)는 “높은 기대와 우려가 많았지만 순조로운 공장 건설‧상업운전 개시를 거쳐 100%의 가동률을 사고없이 유지하고 있다”며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수익 신장에 기여하는 한편, 가스화학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SK어드밴스드 울산 PDH 공장 입구 전경
▲ 조병익 SK어드밴스드 관리팀장이 공장 내부에 위치한 실험실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 프로판을 촉매와 반응시켜 탈수소화하는 반응기와 압축기, 수소회수장치가 설치돼 있다.
▲ 원료인 프로판과 생산된 프로필렌이 저장된 볼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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