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LNG터미널(주), 전국 10여개 볼밸브 제조사 총동원 “공사기간 지킨다”
GS EPS, "저장탱크 빌려달라“…가스기술공사·흥진건설, 볼밸브 제거·반품

[에너지신문] LNG생산기지에 품질미상의 가스밸브가 대량 설치되는 전무후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관련 업계에 미치는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문제가 되고 있는 삼진JMC의 위조 각인 볼밸브가 총 488개나 납품, 이중 471개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보령LNG터미널측의 대책마련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보령LNG터미널측은 이번 문제가 불거진 뒤 지난 18일 한국가스공사를 방문, 가스공사측에 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여유분의 볼밸브 조달에 관한 협조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측은 조만간 필요제품의 사양 및 수량, 거래가격 등 대책마련을 위한 논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간 보수계획에 따라 자재를 구매, 운영하고 있는 가스공사가 다량의 재고물량을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가스공사측에 물품 조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령LNG터미널은 공사기한 내 터미널 건설이 완료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보령LNG터미널 관계자는 “내년 1월초 상업운전을 목표로 시운전 준비 중에 위조된 각인이 발견된 상황이지만, 상업운전까지는 아직 5~6개월이 남아 있어서 공기 내 준공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필요한 밸브가 대형이 아닌 대부분 소형이 위주여서 국내 업체에서 조달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시공사인 SK건설과 GS건설은 국내 10여개 밸브회사를 상대로 밸브 조달을 위해 협의 중이며, 이들 회사가 밸브 제작을 위해 풀가동 될 경우 약 500여개에 달하는 밸브조달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통영LNG기지의 압축설비 건설공사를 수주, 8월말까지 시공하기로 되어 있는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이번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다.

가스기술공사는 위조 각인이 발견된 삼진JMC의 볼밸브 21개를 구입해 이 중 기밀시험용 8개(임시용)를 제외한 13개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설치 된 삼진JMC의 볼밸브 4개를 제거한 상태다.

가스기술공사 관계자는 “삼진JMC의 경우 모회사인 한국가스공사의 기자재등록업체로 등록돼 있는데다, 자재 구매를 위한 입찰 당시 가장 낮은 가격이어서 구매가 이뤄지게 된 것”이라며 “현재 신규 발주업체를 알아보고 있는 가운데, 수의계약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문제가 된 제품의 경우 한국가스안전공사만 갖고 있는 각인이 찍혀 있었기 때문에 안전공사의 합격품으로 알았다”며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제품 구매시 가스안전공사의 각인은 물론 시험성적서가 함께 붙어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스기술공사측은 볼밸브 교체에 필요한 긴급 제작기간을 감안, 약 한 달 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도급 건설사인 흥진건설을 통해 삼진JMC의 위조 각인 볼밸브 7개를 구매한 평택LNG생산기지는 문제가 불거진 뒤 곧바로 7개 볼밸브를 모두 반품 처리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문제가 된 볼밸브는 흥진건설을 통해 평택기지에 설치키로 구매가 됐지만 설치까지 진행된 상황은 아니다”라며 “반품 조치 후 국산자재의 구매가 힘들 경우 외국산 볼밸브의 구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위조각인 볼밸브를 구매 또는 설치한 경우, 다소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제작 및 외국산 수입을 통해 제품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문제는 제품의 조달 및 대체시기가 늦어질 경우 보령LNG터미널측의 주장과 달리 정상 상업가동 시기가 당초 목표했던 내년 1월보다 훨씬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터미널 가동시기가 늦어질 경우 LNG 직도입 예정사업자들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특히 당장 LNG 직도입을 위해 스팟물량 계약체결까지 마친 GS EPS가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GS EPS는 오는 10월 보령터미널을 이용해 한카고 규모의 LNG를 도입키로 하고, 정부로부터 천연가스수출입사업자로 조건부 등록을 마친 상태다.

이는 보령터미널이 정상가동 한다는 가정 아래 도시가스사업법 제10조 3항에 따른 ‘LNG 저장시설을 갖출 것을 조건으로 한 수출입사업자로 등록(조건부 등록)’한 것으로, 이용저장시설의 정상가동 이후 본등록을 마쳐야만 천연가스수출입사업자로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보령LNG터미널의 정상가동 일정이 늦어질 경우 GS EPS는 ‘천연가스수출입사업자'로의 지위획득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 도입계약 체결을 맺은 셀러측과의 도입일정 재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할 경우 TOP까지 물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이에 따라 GS EPS는 지난 19일 가스공사를 방문, 공사의 저장탱크 이용(임대) 등을 요청한 상태다. 이는 같은 보령LNG터미널 이용예정자인 GS칼텍스가 현재 가스공사의 저장시설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GS EPS 또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GS칼텍스의 경우 하절기에만 가스공사의 저장탱크 임대가 이뤄지고 있어, 당장 오는 10월 저장기지 임대가 필요한 GS EPS와는 상황이 다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10월 이후 동절기로 접어들어 천연가스 수급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정에 없이 법적으로 천연가스수출입사업자로 등록하지 못한 민간 직도입사업자에게 저장탱크를 임대해 주는 일은 쉽지 않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천연가스 수급안정을 위해 정부가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GS EPS 이외에 보령터미널을 이용해 LNG를 직도입 하기로 한 GS 칼텍스, 장문복합발전, 위례에너지 등은 직도입 시기가 내년 1월로 예정돼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터미널의 정상가동 시기가 더욱 늦어질 경우 나머지 세 개 사업자의 LNG직도입 또한 GS EPS와 같은 차질을 빚게 된다.

LNG저장기지의 위조 각인 및 시험성적서까지 위조된 볼밸브의 불법유통이 몰고 오게 될 파장은 나비효과와도 같이 연쇄적인 파급력을 갖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절대적인 LNG기지의 부품이 품질검증이 안된 엉터리였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며 “이 기회에 각종 기자재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관련 부품에 대한 정상적인 품질 및 안전검사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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