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아직 더운 날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7월과 8월, 우리가 겪었던 불지옥 같았던 폭염은 완연히 꺾인 모양새다. 기록적인 무더위는 우리에게 힘든 일상을 가져다줬을 뿐만 아니라 해묵은 누진제 논란에도 다시 불을 지폈다.

7월 전기요금이 30만원 가까이 나왔다는 한 친구는 “누진제는 사채업자와 같다”고 표현했다. 최근 둘째를 가진 부인과 두 살배기 첫째, 세 가족이 살고 있는 친구네는 에어컨을 끌 수가 없었다. 이자가 제곱으로 늘어나는 불법 사채와 다를 바 없다는 반 농담에 딱히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큰 맘 먹고 만만치 않은 가격의 에어컨을 구입했지만 정작 35도를 넘어선 폭염에도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현실에서 누진제 개편 논란은 당연히 터질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물론 처음부터 크게 논란이 되지는 않았다. 누진제 개편 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 “누진제 완화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요금폭탄을 피하려면 에어컨을 아껴서 켜면 될 것”이라고 응수한 산업부 관계자의 발언이 여론의 악화를 불러온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결국 누진제의 한시적 완화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당정이 본격적인 누진제 개편 작업에 착수하게 된 계기가 됐다. 누진제를 수술대 위에 올리는 것은 버스요금을 인상시키듯 단순하지가 않다. 현재 요금제의 틀에 맞춰 짜 놓은 모든 정책과 제도들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누진제가 완화되면 기본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여름 에어컨은 마음 놓고 틀 수 있겠지만 매달 내는 요금은 더 늘어나게 된다. 누진제 완화에 따른 체감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에 맞지 않는 낡은 제도라는 것만으로도 손을 봐야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를 원하고 있다.

누진제 개편을 위한 움직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음에도, 논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 될 전망이다. 국정감사 시작이 오는 26일부터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산업부와 한전 등을 대상으로 누진제 관련 질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이쯤 되면 이번 국감에서 단연 최고의 ‘핫이슈’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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