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 녹색에너지연구원 원장

에너지자립섬 구축, 선제적 투자 필요
전기 비싼 ‘비계통섬’ 신재생 전환 우선

[에너지신문]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은 석탄, LNG, 원자력 등 화력발전소가 중심이 되는 중앙집중형 공급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국내발전 비중은 2014년을 기준으로 석탄 39.3%. 원자력 30.0%, LNG 20.4%, 석유 1.4%, 기타 8.9%로 화석연료와 원자력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는 4%를 조금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해 파리기후변화 협약에 따라 신기후체제 출범에 대응한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는 온실가스 감축의 실질적 대안으로 에너지신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중국 등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및 ICT 기술 등을 접목한 에너지 신산업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 중에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에너지신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단기 사업화가 가능한 전기자동차, 에너지자립섬, ESS, 제로에너지빌딩, 친환경에너지타운 등 8대 사업을 중심으로 초기시장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에너지신산업의 핵심 ‘자립섬’
에너지신산업 중 가장 선제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것이 바로 에너지자립섬 사업이다. 섬을 에너지계통으로 구분하면 두 가지로 나누는데 하나는 육지의 전력계통이 연결돼 육지와 마찬가지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계통섬이 있고 다른 하나는 거리상의 문제로 계통을 연결할 수 없어 섬 자체 내에서 독립된 디젤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비계통섬이 있다. 문제는 비계통섬이다.

비계통섬의 전력공급은 육지에서 유류를 배에 싣고 가서 섬에 설치돼 있는 유류탱크에 저장하고 상시 디젤발전기를 가동, 전력을 공급해준다. 그러나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철의 경우 길게는 1~2달 동안 유류 수송 배를 접안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에 비용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육지의 전력계통을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나 독립형 디젤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하게 되면 1kWh당 전력단가가(섬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400원부터 많게는 1000 원 이상 될 정도로 비싼 에너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유류비가 많이 드는 것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섬 지역에서는 동시에 전기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부하가 많이 걸려 정전이 발생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정전이 발생하면 냉장고나 저온 저장고의 음식물은 아깝지만 버릴 수밖에 없다.

또 냉방기나 난방가동이 중지되고 조명은 물론 인터넷도 불통이 된다. 심지어 기지국이 정전되면 통신설비도 먹통이 된다. 지하수 또는 저수지 물을 정수해서 이용하고 있는데 정전이 된다면 그나마 여유 있게 사용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는 3400여 개의 섬이 있다. 그중 480여 개만 사람이 살고 있으며 나머지 2900여 개는 무인도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사람이 살수가 없어 무인도로 남아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신산업 이행계획을 발표한 바가 있다. 전국의 비계통섬을 대상으로 발전단가가 높은 섬 지역의 디젤발전기를 신재생에너지와 ESS를 융합한 마이크로그리드로 대체하고 전력공급체계를 한전에서 민간발전사업자로 변경,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울릉도를 포함한 60여개의 도서로 확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민간사업자를 선정하고 그 사업자가 각 섬지역의 전력을 생산,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민간사업자들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판매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선정된 지역은 경북 울릉도, 전남 조도, 거문도, 인천 덕적도, 충남 삽시도, 제주 추자도 등 6개 섬이다.

◆더 늦출 수 없는 PPA 계약
민간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은 한전과 20년간 전력수급계약(PPA)을 체결하고 민간투자 100%로 추진하게 된다. 사업자들은 해당 지역에서 발전사업자로서 전기를 생산하고 전기판매사업자인 한전에 판매한다. 그러나 아직 계약을 성사시킨 곳은 한군데도 없다.

에너지자립섬 사업이 늦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한전과 민간발전사업자간의 의견 불일치로 PPA 계약이 늦어지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PPA 계약은 용량요금과 전력량요금의 두 가지로 결정되는데 용량요금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등의 건설비용 회수를 위해 발전사업자가 받는 금액이다. 용량요금에는 발전설비의 감가상각비, 투자보수비, 사전투자비 등이 포함돼 있다. 전력량요금은 발전사업자가 한전에 전기를 판매하고 받는 금액이다.

에너지자립섬 사업을 진행하는 도중에 아주 중요한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국제적인 유류가격이 대폭 하락한 것이다. 그것도 장기적으로 저유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유가는 1배럴 당 평균 2012년 109.07 달러에서 계속 하락, 2014년 96.68 달러를 거쳐 2015년에는 50.77달러까지 떨어졌다. 계획 당시만 하더라도 유가가 이렇게까지 떨어질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섬 지역 전기공급은 주로 한전과 지자체에서 맡았다. 전기판매수입보다는 추가로 발생 하는 연료비 등을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보전 받는 부분이 크다.

에너지자립섬도 마찬가지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지원받게 된다. 그런데 지원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비는 유가와 연동되기 때문에 자립섬 민간사업자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가는 용량요금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유류가격이 낮아지면 발전단가와 차이가 상당히 좁혀져서 고정된 금액으로 보상을 받는다면 당연히 경제성이 줄어들게 돼 민간사업자들은 섣불리 나설 수가 없는 형편에 놓이게 된다. 더구나 20년간 장기간 설비를 유지해야하는데 유가 예측이 이렇게 불투명한 상태로 유지된다면 아마 기존에 참여를 신청했던 업체들도 지속적인 참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에너지자립섬 사업의 구축비와 운영비용을 추산하려면 디젤 연료비 가격을 계산해야 하는데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지게 된 것이다.

처음 사업계획을 세울 때만 하더라도 수익성이 보장됐는데 몇 년 새 상황이 달라지자 사업자들도 유가변동성을 PPA 계약에 반영하기 위해 어렵고 신중한 계산을 해야만 한다.

에너지 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나 장기간 운영 및 관리가 요구 되므로 에너지신산업 시장 진출에 있어 기업의 확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에너지자립섬은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값비싼 화석연료사용을 줄이기 위해 받드시 추진해야할 일이다. PPA계약당사자인 한전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지혜로운 대안을 찾아주길 바란다.

◆민간발전사업자 손실 없도록 해야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운영비가 디젤발전 운영비를 넘으면 안 된다는 것이 기본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자립섬 사업의 기본원칙이 민간발전사업자 방식을 계속 추진해야겠다는 것이라면 민간사업자가 손해를 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사업의 가장 큰 변수로 등장한 유가의 형성 금액별 구간을 정하고 ZONE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유가 등락이 되더라도 민간사업자들은 미래 경제성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도 어렵다면 에너지자립섬은 시범사업성이 강한 만큼 전력기반기금을 활용, 연차적으로 단계별로 정부의 지원사업으로 추진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에너지자립섬이 기업들의 에너지신산업 시장 진출에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업에서도 경제성만을 볼 것이 아니라 에너지자립섬을 시범사업이라 생각하고 DC배전이나 ESS구축 등의 실증과 함께 마이크로그리드를 통한 100% 자립발전 등의 새로운 트랙레코드를 쌓는다면 에너지신산업으로 국제사회에 진출하는데 무엇보다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내발전 비중 50% 이상을 화석에너지로 사용하는 우리는 전력비용이 높게 발생하는 곳부터 신재생에너지로 우선 바꿔나가야 한다. 발전사와 기업들이 조금씩 양보해 당장 보다는 미래의 이익을 바라보며 에너지소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3만 3000여 가구의 비계통전력 섬지역 주민들에게 큰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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